소형크레인 안전사고 줄까…정부 대책 불구 '규격기준' 여전히 불씨
장비·조종자격·원격조종 개선-수입·노후장비 관리강화 '종합대책'
건설노조 "규격제한 더 엄격히…국토부 일방추진시 총파업 불사"

【서울=뉴시스】소형 타워크레인 규격 개선안
25일 국토교통부는 소형 타워크레인 규격기준을 개선하고 조종사 자격시험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방지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노·사·민·정 협의체의 중간 결과물이다. 타워크레인 양대노조는 지난 6월 소형 타워크레인 폐기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협의체를 꾸려 개선안을 만들기로 하면서 이틀 만에 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개선안은 소형 타워크레인 규격을 제한하고 조종사 자격시험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제까지 소형 타워크레인은 3t 미만의 인양무게를 기준으로만 분류하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6t 이상의 일반 타워크레인을 인양 하중만 줄여 소형 장비로 등록·사용하는 '꼼수 개조'가 성행했다. 소형장비로 등록하면 20시간 교육 이수만으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조종사 자격도 안전사고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국가기술자격증(운전기능사)을 취득하는 일반 타워크레인 조종사 외에 현장소장이나 다른 파트 담당자가 교육만 이수하고 바로 운전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 3t 미만의 인양무게 기준에 '지브('Jib·크레인 'T'자 모양에서 가로로 뻗어 있는 수평구조물) 길이와 지브 구간별 모멘트(인양능력) 기준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소형 조종사 면허시험에는 실기시험을 추가하기로 했다. 원격조종 장비별로 전담 조종사를 지정해 운전시간 등을 기록·관리토록 함으로써 사고 원인을 추적하고 책임 소재도 분명히하도록 했다.
시야가 가려지거나 인양 하중 등을 직접 느낄 수 없어 사각지대에 놓였던 원격조종(무인) 타워크레인에는 위험표시등, 영상장치, 원격제어기 등 안전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일반 타워크레인 자격증 시험에서도 조종석 운전뿐만 아니라 원격조종 방식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불법 개조나 값싼 대체부품을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타워크레인 심사는 '형식신고'에서 '형식승인'으로 전환해 서류 위주 심사에서 직접 확인 검사를 실시한다. 그간 관리가 미흡했던 수입업체에 대해선 등록제를 실시하고 장비 규격 및 성능의 임의 변경도 금지한다.
올해 3월부터 시행 중인 부품인증제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불량부품 사용을 차단하고 의무공급기간 및 부품교체 주기 등을 공표하도록 해 임대사업자의 안전성 확인과 예측가능성도 높였다.
노후 장비 문제는 생애주기별 관리체계를 강화해 연식별로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장비 등록부터 설치, 사고, 정비 및 검사 이력 등을 기록하는 정보관리시스템도 연말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안은 안전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온 소형·무인 타워크레인에 대한 종합 대책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형 타워크레인 문제는 업체 관계자들조차 비정상적인 개조·사용 문제에 공감할 정도였다. 생계 문제가 달렸지만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소형 타워크레인 시장을 축소해 나가던 터였다. 건설현장 관계자들도 안전문제를 우려해 소형 타워크레인 폐기를 주장해왔다.
다만 쟁점인 '규격 기준'에 대해선 업체 관계자와 노조가 정부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노조가 '소형 타워크레인 퇴출' 요구에서 '규격 제한'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구체적인 제한 범위에 대해선 여전히 이견이 있는 상태다.
특히 국토부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사전 설명하는 자리에서 '지브 길이는 타워형 최대 50m, 러핑형 최대 40m, 모멘트는 최대 733kN·m(최대 25m까지 최대 하중 인양 가능)'을 잠정합의안이라고 밝혔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예시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격 기준을 개선하는 것은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국내 업체의 경우 수입장비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영했고 노조 역시 소형 타워크레인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자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쟁점인 규격기준과 관련해 노조는 더욱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선 계속 논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보도자료 속 규격 제한은 협의체 구성원과 합의된 사항이 아닌데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조는 "국토부가 주장하는 733kN·m 모멘트 기준은 6t 이상 대형 타워크레인 기준으로, 전문가들은 소형 기준에 충족하려면 지브길이 30m, 모멘트 기준 300~400kN·m 수준이 적합하고 이와 함께 높이도 25m로 제한해야 한다고 한다"며 "국토부 주장대로 733kN·m를 기준으로 하면 제작사 입장에서 이 기준에 맞춰 괴물같은 수준의 장비를 제작해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2일 진행된 '안전관리 개선방안 설명회'에서도 협의체 구성원들이 국토부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다섯 차례 회의 동안 국토부는 자신들의 대책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급기야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며 "국토부가 협의체 구성원의 요구를 반영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비롯한 모든 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새로운 규격 기준을 적용할 때 현재 소형 타워크레인 1800여 대의 43%가 영향을 받는다.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90%가 소형 기준에서 벗어날 것"이라면서도 "타워크레인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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