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발목잡힌' 추경, 정부안보다 8568억 줄었다
5308억 증액, 1조3876억 감액…적자부채 3000억 삭감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1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박영주 기자 = 문재인 정부의 3번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고 민생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4월25일 정부는 사회재난으로 포함된 미세먼지와 선제적 경기 대응을 위해 6조6837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국회로 넘겼다.
하지만 여야 이견 속에 추경 총 규모는 결국 정부제출안보다 8568억원이 순감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대응과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편성된 추경이 3달 넘게 지연된데다가 규모까지 쪼그라들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4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안(6조6837억원)보다 8568억원 삭감한 5조8269억원의 추경 규모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정부안 대비 5308억원은 증액한 대신 1조3876억원은 감액하면서 순감 규모는 8568억원이 된 셈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예산 2732억원을 포함하면 순삭감액은 1조1300억원이다. 추경 재원에 쓰일 적자국채 발행 규모도 애초 3조6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3000억원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추경에 따른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7.2%다.
수출규제 관련 추경 예산으로 봤을 때 추경 심사에서 순감액이 1조원 이상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7년 정부는 11조1869억원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총 8537억원이 순감액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손에 꼽을만한 감액 규모'라는 말이 돌았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추경안이 1조원 규모로 삭감된 건 흔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정부에서 제출한 추경안은 평균 수백억원 규모 범위에서 감액됐다. 앞서 2016년에는 11조404억원 규모의 추경안 중 1054억원을 줄였다. 2015년과 2018년에는 추경 심사 과정에서 각각 691억원, 218억원이 순감액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기자와 만나 "(삭감 규모로) 1조 이상 요구하는 건 최근에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한 예산 편성에는 여야 모두 뜻을 같이했다. 일본이 이날 오전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에서 제외하면서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산불피해(385억원), 포항 지진피해 주민지원(560억원), 붉은 수돗물 피해대책(1178억원) 등 재해 대응까지 포함해 총 5308억원 규모를 증액했다.
반면 일자리 등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야당이 '총선용 예산'으로 규정지으면서 대폭 삭감을 요구했다. 또 추경 편성을 위해 정부가 발행한 적자국채 3조6000억원을 삭감하라고 별렸다. 추경 규모를 합의하는 과정에서는 야당이 1조5000억원 삭감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0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201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가결된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부 측 인사를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여야가 합의한 추경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와 부품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2732억원은 그대로 통과됐다. 하지만 제로페이(-76억원), 미세먼지 추가대책홍보(-20억원), 대중소기업간 상생형 일자리지원(-31억원) 등은 전액 삭감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보건·복지·노동 분야는 정부안보다 6000억원 감소한 162조6000억원이 확정됐다. 교육은 1000억 감소한 70조7000억원으로 조정됐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와 환경 분야는 각각 정부안인 7조3000억원과 8조6000억원을 유지했다. 농림·수산·식품, 공공질서·안전, 일반공공행정 분야도 정부안대로 20조3000억원, 20조2000억원, 76조7000억원으로 의결했다.
R&D 분야는 정부안보다 3000억원 증가한 20조9000억원으로 증액됐으며 산업·중소기업·에너지는 원안보다 1000억원 감소한 20조5000억원으로 결정됐다. SOC 분야도 1000억원 감소한 20조4000억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국방과 외교·통일 분야는 각각 46조7000억원, 5조1000억원으로 원안을 유지했다.
정부는 4월 말 추경안을 상정하면서 5월 국회 통과를 강하게 호소했다. 추경 집행이 늦어질수록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추경 집행이 늦어질수록 내년 예산 편성 작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도 야당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안 처리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추경 처리가 무산됐다.
추경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통과가 늦어질 경우) 실제 사업 집행기간이 크게 줄어 추경의 효과가 반감된다"면서 "추경 규모와 사업 내역이 확정돼야 내년도 예산규모와 사업별 예산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대립으로 100일 동안 추경안이 계류하면서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107일이 걸린 이후 역대 2번째로 '최장기 체류' 추경안으로 기록됐다.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로 추경 처리까지 91일이 걸렸던 이명박 정부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가장 기간이 짧았던 것은 2002년 추경으로, 제출한 지 3일 만에 국회에서 통과됐다. 2015년에는 19일, 2013년 22일, 2009년 31일, 2016년에는 39일이 걸렸다. 2017년과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편성한 추경은 각각 46일이 소요됐다.
정부는 추경의 빠른 집행을 위해 본회의 통과 다음날인 3일 오전 10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추경예산 공고안 및 배정계획안을 상정·의결할 예정이다.
추경예산이 당초 의도했던 효과를 최대한 달성할 수 있도록 관련 행정철차와 사업 진행절차를 조속히 진행시킬 계획이다. 2개월 내 예산의 70% 이상이 집행되도록 추경예산을 전액 3분기에 배정한다. 이와 함께 매월 재정관리점검회의를 개최해 현장 실집행상황을 지속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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