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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운하 운영권 되찾겠다“…미중경쟁 연장선?[트럼프發 영토분쟁③]

등록 2025.01.27 05:00:00수정 2025.01.27 07: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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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파나마 위협 1989년 미군 침공 기억 되살려

‘美우선주의’ 재선포…파나마서 양국 갈등 표출될 수도

파나마 "운하 중국 통제권 어불성설"…中정부도 부인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1.22.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1.22.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을 요구하면서 파나마인들은 1989년 미국 침공 악몽이 재현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전부터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를 거론했고, 군사력 동원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0일 취임사에서도 미국 선박이 파나마 운하에서 공정한 대우를 못 받고 있다며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린 이걸 되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군 파나마 침공 기억 재소환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 엘초리요 구역에는 미군의 침공으로 사망한 파나마인들을 기리는 기념물이 설치돼 있다. 이는 미국의 파나마 침공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당시 침공 과정에서 살아남은 주민들은 동맹국의 '변덕'에 분노하고 있다.

노점상인 이사이아스 블래드는 "트럼프는 우리가 미국을 존중하는 것처럼 파나마 국기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 침공 당시 어린이였다는 그는 그때 미군 헬기가 무서워 피해 다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당시 총소리를 들으며 걸어가야 했고, 탱크들이 우리 옆을 지나갔다"며 "미국이 다시 한번 중남미를 지배하려고 한다"고 우려했다.

1989년 12월 파나마에서 마약 퇴치를 위해 파견된 미군 해군 장교가 파나마 군의 총격을 받고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를 빌미로 미군 병력 2만여 명을 투입해 파나마를 침공했다.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전 대통령은 이듬해 1월 파나마시티 내 바티칸 대사관에서 운신하던 중 미군에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됐다. 당시 미군의 침공으로 민간인 200여 명이 사망해 부시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유엔은 미군 침공을 '중대한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비난 성명을 채택했다.

최고 권력의 자리를 6년간 지키며 파나마를 호령했던 노리에가는 마약 거래 및 돈세탁 등의 혐의로 미국과 프랑스를 거쳐 고국 파나마에서 30여 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다 2017년 5월 사망했다.

파나마는 노리에가 정권 붕괴 이후 민주 국가로 바뀌었으며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었다.

파나마 운하 운영권 놓고 미중 분쟁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나마 운하 운영권뿐만 아니라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해야 한다며 영토 야욕을 드러냈다.

이를 실행에 옮기면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지도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파나마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故)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977년 단돈 1달러에 운하 운영권을 파나마에 넘겼다고 비판했다.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82㎞ 길이의 수로로 전 세계 해상 무역의 5%(약 2700억 달러·한화 약 386조 원)를 차지한다. 1년에 1만 3000여 명이 운하를 이용한다. 전체 통행의 70% 이상이 미국의 항구를 오간다.

파나마 운하는 1914년 미국이 완공했다. 운하는 1999년 파나마에 소유권을 넘기기 전까지 미국이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운영했다. 현재는 주요 항구 5곳 중 2곳의 운영권을 홍콩 대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가 가지고 있다.

중국은 파나마 운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에 이어 파나마의 2번째 교류국이다.

파나마가 2017년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한 이후 중국은 파나마에 대형 컨벤션 센터를 건립하고 운하를 가로지르는 4번째 다리를 세웠다.

그러나 파나마 당국은 중국이 운하 운영권을 거머쥐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파나마시티=AP/뉴시스] 9일(현지시각)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순교자의 날'을 맞아 열린 반미 시위 중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비난하는 배너를 들고 있다. '순교자의 날'은 1964년 1월 9일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둘러싼 미군과의 충돌 중 숨진 파나마 학생 21명을 기리는 국가 애도의 날이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은 1977년 취임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오마르 토리호스 파나마 지도자와 협정을 체결해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로 넘어갔다. 2025.01.10.

[파나마시티=AP/뉴시스] 9일(현지시각)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순교자의 날'을 맞아 열린 반미 시위 중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비난하는 배너를 들고 있다. '순교자의 날'은 1964년 1월 9일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둘러싼 미군과의 충돌 중 숨진 파나마 학생 21명을 기리는 국가 애도의 날이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은 1977년 취임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오마르 토리호스 파나마 지도자와 협정을 체결해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로 넘어갔다. 2025.01.10.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파나마운하 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이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일리야 에스피노 데마로타 파나마 운하 행정관도 중국이 수로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중국 기업과 맺은 모든 계약은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데마로타는 23일(현지 시간) 운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가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파나마인들이 100%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국가에 대해 중립적이다"라고 강조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파나마 중국군 주둔설에 대해 "파나마 운하에는 중국군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부인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운하에 관한 파나마 국민들의 주권을 항상 지지해 왔다"고 말했다.

파나마 정부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연설 직후 CK허치슨홀딩스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 기업은 1997년 처음으로 항만 운영권을 획득했으며, 2021년 재계약해 2047년까지 운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루비오 미 국무, 첫 순방지로 파나마 방문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운영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7년 백악관에서 열린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당시 파나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공개 발언에서 덕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회담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사적인 대화에서 운하 통행료 및 소유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불만을 드러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해 파나마 운영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만약 그가 운하 운영권 장악을 위해 군대를 동원한다면 인구 450만 명에 정식 군대가 없고, 전쟁을 치른 경험도 거의 없는 파나마가 미국에 대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파나마의 고위관리는 "사실, 우리는 두렵다"며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보복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 협상 테이블에 무엇이 올라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권 양도 조약에 따라서 미군 함정이 운하 통과 우선권이 있지만, 미 군함도 다른 배와 마찬가지로 통행료를 내야 한다.

재침공 시 미군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일대를 관할하는 미국 남부사령부는 1997년 사령부를 파나마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이전했다. 미국은 1999년 파나마에 있던 육해공 시설을 폐쇄했다. 공군기지가 있던 곳은 상업지구로 용도가 변경됐고, 현재 중남미에 있는 군사 기지는 온두라스에 있는 마약 퇴치 기지가 유일하다.

미국이 실제 파나마를 재침공하면 두 국가 간 관계는 파탄 날 것으로 보인다.

파나마는 여전히 중남미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하나이며 물리노 대통령처럼 중도 우파, 친기업 정부가 계속 들어섰다.

또 파나마는 미국 달러를 통화로 사용한다. 파나마는 물류 기지로서 미국 기업에 인기가 높고 은퇴한 미국인들도 파나마를 선호한다. 파나마는 축구보다 미국 스포츠인 야구 인기가 더 높고 파나마시티 주변 고속도로에는 미국식 쇼핑몰이 곳곳에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마코 루비오 신임 국무장관은 첫 순방지로 파나마 등 중남미 국가를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이 내주 파나마를 방문한다고 23일 발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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