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의대 강의실에 일부 대학 개강 연기…"제적·강요 이중고'
개강 이틀차 서울대·연대 의대 건물 '썰렁'
인적 드문 강의실…대형 수업엔 학생 10명뿐
선배 입김 중요한 의대…"신입생이 뭘 할 수 있나"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5일 오전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학생관의 모습. 본과 1,2학년 강의실이 있지만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2025.03.05 citize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3/05/NISI20250305_0001783744_web.jpg?rnd=20250305132140)
[서울=뉴시스] 이다솜 기자=5일 오전 찾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학생관의 모습. 본과 1,2학년 강의실이 있지만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2025.03.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다솜 이태성 기자 =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빨리 돌아와야죠"
5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학생관 앞에서 만난 서울대 의대 교수 A씨는 동맹 휴학으로 학교를 비운 학생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서울대 의과대학 연건캠퍼스 학생관, 교육관 등에서는 학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개강 이틀 차지만 각 대학 의대 건물들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학생으로 붐벼야 할 학교에는 썰렁한 분위기만 느껴졌다.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일부 대학들은 개강을 연기했다. 대학들은 신입생에게 휴학을 허락하지 않은데다 선배들은 강의 불참을 설득하고 있어 신입생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날 찾은 서울대 의대 건물엔 의대 대학원생, 간호대학 학생들만 오갈 뿐이었다. 이번 학기에도 의대생들이 동맹 휴학을 감행하며 학교로 돌아오지 않은 탓이다.
특히 본과 1,2학년 학생들의 수업이 이뤄지는 학생관은 건물을 드나드는 학생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입구는 물론 복도에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북적이는 인근 서울대병원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학내에서 만난 서울대 의대 대학원생 B씨는 "다 휴학해서 의대생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학교에서 본 건 교수님뿐"이라며 자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대학원생 C씨도 "예과는 관악 캠퍼스에서, 본과는 이곳에서 듣는데 집단 휴학 때문에 두 곳 다 사람이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건물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새 학기 설렘으로 활력을 띄고 있는 다른 단과 대학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오전 10시께 의대 건물 2층 1학년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 중이었으나 대부분 자리가 비어있었으며 수강생은 10여명에 불과했다.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선 연세대 의대생 D씨는 "원래 130명이 듣는 수업인데 14명 정도만 수업을 듣고 있다"며 "대부분 군 위탁 학생이고 일반 학생은 3명뿐"이라고 말했다.
건물 복도에서도 실험용 기계나 택배 박스만 보일 뿐 학생들의 인기척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의대생들이 이용하는 의학도서관 역시 텅 비어있었다. 약 130석이 마련된 열람실에서도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5일 오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과대학의 모습. 수업 중인 강의실 앞이 한산하다. 2025.03.05. victor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3/05/NISI20250305_0001783748_web.jpg?rnd=20250305132423)
[서울=뉴시스] 이태성 기자=5일 오전 찾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과대학의 모습. 수업 중인 강의실 앞이 한산하다. 2025.03.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에 따르면 지난달 3∼27일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 포함)의 24학번부터 19학번(본과 4학년)까지 총 1만83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만7695명(96.6%)이 이번 학기 휴학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가 신입생의 수업 거부에 "학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며 강경 대응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휴학 투쟁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앞서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으며, 신입생들에게도 이 같은 동맹 휴학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탓이다.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학내 게시판, 의사·의대생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서는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들의 인적 사항을 특정해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휴학에 참여하지 않은 의대생을 '감귤'(감사한 의사)라고 부르며 비하하는 표현도 생겼다.
이 때문에 수업 복귀를 원하는 학생들도 쉽사리 동맹 휴학 분위기를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다. 현재도 교육부가 운영하는 의대 학생 보호·신고 센터에는 휴학을 압박하는 행위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선배들의 '입김'이 중요한 의대 특성상 효용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에브리타임 연세대 의대 게시판에는 "휴학에 동의하거나 미움받고 욕먹을 각오하거나 둘 중 한 가지"라며 "예과 1학년은 그냥 쉬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적 위험까지 있다"는 글이 게시됐다.
경희대 의대 게시판에도 "직장 선배가 될 사람들이 반강제 기명투표로 사실상 협박하는데 신입생이 뭘 할 수 있냐"며 "휴학 안 하면 족보 안 주고 블랙리스트로 괴롭힌다"는 내용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해진 일부 대학들은 개강을 연기했다. 가톨릭대 의대는 예과 1학년과 본과 모두 개강을 다음 달 28일로 연기했으며, 고신대와 제주대, 강원대, 울산대도 본과 개강을 미뤘다.
의대협 관계자는 "이미 학생들은 지난해 3월 대정부 요구안을 통해 문제 상황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며 "이에 대한 원천적인 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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