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오는 클리셰 뒤집고 비틀어 만든 픽사만의 SF죠"
픽사 새 애니 영화 '엘리오' 화상 간담회
감독·프로듀서 등 참석해 '엘리오' 얘기해
"우리 모두 가진 외로웠던 경험 녹여냈다"
엘리오는 부모 잃고 외로움에 지친 소년
외계 납치된 뒤 지구에 안 돌아가려 해
"이 작품 보고 마음에 희망 품길 바란다"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매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 매들린 섀러피언 감독, 도미 시 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6/17/NISI20250617_0001868997_web.jpg?rnd=20250617102727)
[서울=뉴시스] (왼쪽부터) 매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 매들린 섀러피언 감독, 도미 시 감독.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전 토론토에서 자랐는데 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건 저 하나였어요. 어서 빨리 애니메이션 학교에 가서 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죠. 아마도 그 경험이 이 작품에 투영됐을 거예요."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오'(6월18일 공개)를 연출한 도미 시(Domee Shi·36) 감독은 이 작품이 어떻게 출발하게 됐는지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를 함께 만든 애드리언 몰리나 감독 역시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몰리나 감독은 군 기지에서 자랐대요. 그는 군 기지에 있는 유일하게 예술적 기질을 가진 아이였던 거죠. 엘리오도 그래요. 어딘가에 나만의 공동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우주로 가고 싶어 하는 거죠."
'엘리오'는 엘리오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 부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고모와 함께 살게 된 엘리오는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하다. 이 외로운 아이는 저 우주 어딘가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줄 장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바람처럼 외계인이 엘리오를 우주 저 먼 곳으로 데려간다. 커뮤니버스라는 곳에서 외계인을 만난 엘리오는 엉겹결에 지구 대표인 척을 하게 되고, 어떻게든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커뮤니버스에 남아 있기 위해 작전에 돌입한다.

17일 오전 이 작품을 만든 세 감독 중 두 사람 도미 시와 매들린 섀러피언(Madeline Sharafian·32) 그리고 프로듀서 매리 앨리스 드럼(Mary Alice Drumm)을 화상 연결로 만났다. 섀러피언 감독은 "외로움은 모두가 경험한다. 이 작품에 함께한 대부분 스태프는 팬데믹 때 큰 외로움을 경험했다"며 "어떻게 하면 그 외로움을 치유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보고 한 분이라도 마음 속에 희망을 품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섀러피언 감독 역시 '엘리오'에 자기 경험을 녹여냈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누구도 날 이해 못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생각이 대학교에 가서 바뀌었어요. 그곳엔 세계 각지에서 온 유학생이 있었고, 그들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데도 마음을 나누고 있었어요. 엘리오가 저 멀리 우주에 가서 글로든을 만나 솔메이트가 되는 과정엔 제가 겪은 똑같은 과정이 담겨 있는 겁니다."
픽사가 앞서 SF물을 만든 적이 있다. 2008년 '월-E' 같은 작품이 있었고, 가까이는 2022년 '버즈 라이트이어'도 있었다. 그래도 아주 본격적인 SF물을 꼽으라면 역시 '엘리오'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와 외계인을 다루고 있는 만큼 픽사가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2015·2024)나 '코코'(2017) '소울'(2020) '엘리멘탈'(2023)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례로 '엘리오'가 보여주는 외계 행성과 외계인의 모습은 관객이 다른 작품에선 본 적 없는 형태를 하고 있다. 엘리오의 친구인 외계인 글로든은 관객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외계 친구 이미지가 아니다. 섀러피언 감독과 시 감독은 "우리가 기존에 봐온 메탈릭하고 직선적인 것들에서 벗어나 더 유기적이고 살아숨쉬는 듯한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커뮤니버스를 예로 들면 그곳은 곡선적이고 유연해 보이죠. '우' 같은 캐릭터를 보면 말랑말랑해 보이기도 해요. 캐릭터를 만들어갈 때는 심해 생물을 관찰한 뒤 그것에서 영감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또 곰팡이나 각종 균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기도 했죠. 그렇게 주변에 있으면서도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디자인 한 겁니다."(섀러피언 감독)
드럼 프로듀서는 '엘리오'가 기존에 픽사가 만든 SF영화와 차별화 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SF물과도 다른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클리셰를 뒤집고 뒤틀었다"고 했다. "엘리오가 납치되는 장면을 생각해보세요. 보통 SF영화에선 이런 장면이 매우 공포스럽게 표현됩니다. 하지만 '엘리오'에선 정반대죠. 공포가 아니라 뛸 듯이 기쁜 일인 겁니다. 날 어서 데려가달라고 하죠. 글로든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다른 SF영화에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외계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입을 열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엘리오'는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했던 말인 "이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인가"라는 말을 인용해 '우린 정말 혼자일까'라는 물음을 영화 앞뒤에 두 차례 던진다. 이 물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는 물음에 시 감독은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엘리오'를 보면 분명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고 했다. 섀러피언 감독 역시 "우린 때론 싸우기도 하고 나쁜 짓도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린 서로에게 친절하고 좋은 이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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