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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핵합의는 최악이라더니…트럼프식 이란 핵협상, 더 꼬였다

등록 2026.04.23 09:40:00수정 2026.04.23 09: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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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우라늄 60% 농축한 채 버티기…오바마 때보다 협상 출발선 더 뒤로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4.17.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백악관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4.17.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이란 핵합의(JCPOA)를 “최악의 합의”라고 깎아내리며 더 나은 합의를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실제 협상 조건은 당시보다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의 더힐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협상을 재개하는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협상 불확실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휴전 연장에 동의하면서 이란 정부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측 제안이 제출될 때까지 휴전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고, 이번 조치가 협상 재개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하지만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TV를 통해 미국 측의 “용납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하는 대이란 합의가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합의보다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JCPOA를 “역대 최악의 합의 중 하나”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만드는 합의는 “전 세계가 자랑스러워할 무언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자신감과 달리, 지금의 협상 여건은 오히려 오바마 시절보다 훨씬 더 까다롭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협상의 출발선 자체가 뒤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JCPOA 당시 이란은 우라늄 농축도를 4% 이하로 제한하고, 비축량의 98%를 줄이기로 합의했다. 반면 지금은 이란이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무기급으로 여겨지는 90%에 훨씬 가까운 수준이다. 미국 진보성향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의 앨리슨 맥매너스는 이런 점을 들어 “훨씬 더 뒤로 물러난 자리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JCPOA보다 더 나은 합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깊어진 불신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두 나의 상호 불신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인데다, 핵 문제와 제재, 국제금융이 얽힌 협상 구조 자체도 워낙 복잡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JCPOA 역시 약 2년에 걸쳐 수백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도출된 결과였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기 집권 당시 직접 미국의 합의 탈퇴를 결정했던 전력까지 더해지면서,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쉽게 미국을 신뢰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트럼프 진영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재건 자금이 필요한 데다 제재와 미국의 봉쇄로 수입원까지 압박받고 있어 과거보다 더 큰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또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5년간 전면 중단하는 방안에 열려 있다는 점도 미국에 유리한 카드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만으로 협상 타결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경제 압박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이란이 체제 안정을 유지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압박 카드로 쥔 채 버티는 현 상황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의 압박이 이란으로 하여금 핵 개발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교훈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맥매너스는 이란 정권이 이번 사태를 통해 군사적 억지력 강화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될 수 있으며, 결국 핵무기가 가장 강한 억지 수단이라는 결론으로 기울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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