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화려한 콘셉트 너머 정직한 실력의 증명…에스파, 도쿄돔에 내린 '굳건한 닻'

등록 2026.04.27 04: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SM 위크엔드③]

25~26일 도쿄돔 공연 리뷰…세 번째 도쿄돔 입성

교세라돔 포함 돔 투어로만 17만 명 동원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 번의 거대한 성공은 운이나 기세로 설명할 수 있지만, 거듭되는 성취는 오직 스스로를 증명해 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정당한 결과다. 화려한 콘셉트 뒤에 숨지 않고 4인조 라이브 밴드의 묵직한 연주 위로 단단한 목소리를 얹어낼 때, 가장 먼 곳의 타인에게 기어이 다가가 다정하게 눈을 맞출 때, 무대는 비로소 대체 불가능한 현실이 된다. 독보적인 기획으로 출발한 네 멤버는 이제 폭넓은 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일본 음악 시장 한가운데 결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닻을 내렸다.

초신성 걸그룹 '에스파(aespa)'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를 열고 돔 투어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다.

해외 여자 아티스트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도쿄돔에 입성한 데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도쿄돔 공연이다. 앞서 처음 입성한 교세라돔 양일간 7만6000명, 이번 도쿄돔 9만4000명을 동원하며 돔 투어로만 총 17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출발해 아시아 주요 도시를 거친 투어는 이번 공연까지 총 25회에 걸쳐 완주를 이뤄냈다.

이날 공연은 에스파가 고수해 온 '쇠맛'이라는 미학이 시각적 호기심을 넘어 청각적이고 감각적인 실체로 치환되는 과정을 보여준 총체적 기록이었다. 정규 1집 더블 타이틀곡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포문을 여는 순간, 무대 한가운데로 조명이 내리꽂히며 실제 제목과 같은 분위기의 압도적인 정경이 펼쳐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떼창은 시작부터 거대한 파도처럼 일렁였다.

독자적인 세계를 무대 위에 굳건히 세운 중심축은 베이스, 키보드, 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역동성이었다. '더티 워크(Dirty Work)' 무대에서는 로킹한 사운드와 함께 메탈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떼창이 쏟아졌고, 화려한 카메라 워킹과 후주를 장식하는 밴드 사운드가 무거운 질감을 더했다.

멤버 개개인의 음악적 지향을 드러낸 솔로와 유닛 무대는 아티스트로서의 저변 확장을 증명하는 지표였다. 카리나는 교복을 입고 힙합 무드를 살린 '굿 스터프(GOOD STUFF)'로, 닝닝은 전위예술을 연상케 하는 독무와 어번 R&B가 결합된 '케첩 앤 레모네이드(Ketchup And Lemonade)'로 무대를 장악했다. 윈터는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모던 록 장르의 '블루(BLUE)'를, 지젤은 팝적이고 세련된 무드의 '토네이도(Tornado)'로 각자의 확고한 개성을 드러냈다.

이어지는 유닛 무대에서는 멤버 간의 다정한 교감이 빛을 발했다. 카리나와 윈터는 관능적이면서도 힙한 일렉트로닉 곡 '세레나데(Serenade)'로 우정의 형태를 무대 위에 그렸다. 윈터는 "데뷔하고 처음 해본 유닛곡이라 저희도 굉장히 재밌게 작업했고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지젤과 닝닝은 몽환적인 팝 '롤리팝(Lollipop)'을 선보였다. 닝닝은 "2024년 투어를 돌 때 지젤 언니와 호텔에서 만든 노래다. 멜로디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 완성해서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도쿄돔에서 선보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익숙한 히트곡들이 라이브 밴드의 육중한 사운드와 만나 완전히 새로운 질감으로 벼려지는 구간이었다. 돈이 불꽃이 돼 흩어지는 연출을 영상뿐 아니라 응원봉으로도 구현한 '리치맨(Rich Man)', 록 버전으로 편곡돼 라이브 베이스 연주가 심장을 울린 '넥스트 레벨(Next Level)' 그리고 떼창의 정점을 찍은 '슈퍼노바(Supernova)'와 '위플래시(Whiplash)'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특히 '위플래시' 때 객석의 응원봉은 중앙 제어를 통해 동심원을 그리며 무대 연출의 일부로 완전히 흡수됐다. '걸스(Girls)'와 '드라마(Drama)'를 합쳐 편곡한 무대에서는 밴드 사운드를 덜어내는 대신 강렬한 댄스 브레이크를 배치했고, 붉은 바탕에 검정 글씨가 새겨진 스크린은 그 자체로 섬뜩하고도 기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대형 스타디움의 물리적 공백을 채운 것은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는 다정한 의지였다. 앙코르 무대인 '선 앤드 문(Sun and Moon)'과 '리브 마이 라이프(Live My Life)' 등에서 멤버들은 대형 토롯코(이동차)에 올라타 사각지대에 자리한 팬들을 찾아가 눈을 맞췄다.

이러한 태도는 객석의 지형도마저 바꿔놓았다. 에스파 일본 팬은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 됐는데 최근 성별과 세대가 다변화하고 있다. 김동우 SM엔터테인먼트 재팬 대표는 "K-팝 팬덤의 성비와 연령대가 시대마다 진화하고 있다. 최근 에스파만 봐도 2~3년 전에는 여성 팬 비율이 80%였는데, 지금은 젊은 남성 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6대 4, 혹은 5대 5 비율까지 오가고 있다"고 짚었다. 개성 강하고 다양한 색깔의 마이(MY·팬덤명)가 에스파라는 구심점 아래 하나로 묶인 셈이다. 2년 전부터 에스파를 좋아하게 됐다는 남성 대학생 유이토(22) 씨는 "에스파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양한 영상과 커뮤니티 글을 통해 인간다운 매력을 접하면서 팬이 됐다"고 말했다.

공연 말미, 돔 투어를 마친 멤버들의 얼굴에는 후련함과 벅참이 교차했다. 카리나는 "도쿄돔부터 쿄세라돔까지 가장 에스파다운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무대에 서 왔다"며 "투어의 마지막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인사했다. 지젤은 "오늘이 마지막이라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무대를 했다. 끝까지 달릴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윈터는 "항상 이렇게 큰 공연장을 밝게 빛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 아쉬움까지 다 무대에 쏟아부었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닝닝 역시 "여러분이 보내주신 그 사랑이 아깝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에스파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음악 전문가들 역시 에스파가 콘셉트라는 한계를 넘어선 실체적인 아티스트로 일본 현지에서 완전히 입지를 굳혔음에 동의했다.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대중음악 평론가)는 "에스파는 동시대 K-팝의 현재를 보여준다"며 "카리나 중심의 강한 비주얼, 보컬·퍼포먼스 기본기가 일본 Z세대의 감각과 맞물려 일본인 멤버 없이도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는 "SM 소속 걸그룹이라는 확고한 브랜딩에 윈터 등 멤버들의 독자적인 스타일이 일본 젊은이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윤미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는 "독보적 세계관과 강렬한 쇠맛 장르가 음악적 퀄리티와 결합해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 해외가수로서의 성공신화를 썼다"고 진단했다. '들어볼래? J-팝(J-POP)!' 저자인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한국 아티스트로부터 경험하고자 하는 극도로 정제된 감각과 세련된 아이덴티티가 현지 상승세의 결정적 동력"이라고 봤으며, '한류 전문가'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는 "독보적인 콘셉트를 음악과 퍼포먼스로 확장한 것이 지금의 트렌드를 상징하는 팀으로 자리 잡게 했다"고 덧붙였다.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한 수사 없이도 정직하게 무대를 누비는 발걸음을 통해, 네 멤버는 일본 관객들을 완벽하게 설득해 냈다. 오는 5월29일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로 이어갈 짜릿한 질주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은 에스파의 일본 인기 비결에 전문가들이 답한 내용이다.

김윤미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

MZ세대의 시선을 끄는 독보적 세계관과 강렬한 콘셉트, 개성 강한 '쇠맛' 장르와 강력한 퍼포먼스 등으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팬덤을 확장했다. 음악적 퀄리티에 멤버들의 차별화된 매력과 소셜 미디어 확산력 등이 더해지며 '최단기간 도쿄돔 입성 해외가수'로서 성공신화를 쌓아가고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겸 글로벌 K-센터장(한대음 선정위원)

에스파의 일본 내 인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이들이 SM의 적자(嫡子) 걸그룹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가수에 대한 소속사에 대한 충성도도 강한 편인데, 이미 동방신기를 통해 일본 내에서 확고하게 브랜딩된 SM 소속 걸그룹이라는 것만으로도 사실상 어느 정도의 인기는 보장된다. 거기에 멤버 윈터가 독자적인 외모와 스타일로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것도 에스파의 인기에 큰 힘을 보탰다.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 에스파가 지난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2026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액시스 라인- 인 재팬 [스페셜 에디션 돔 투어](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열고 있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4.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대중음악 평론가)

에스파는 동시대 ㅏ-팝의 현재를 보여준다. 데뷔 33개월 만의 도쿄돔 입성이 그 증거다. 카리나 중심의 강한 비주얼, SM 특유의 보컬·퍼포먼스 기본기가 일본 Z세대의 애니메이션·게임 감각과 맞물려 있다. 오타쿠의 서브컬처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대중적 영향력을 가졌다. 게다가 일본인 멤버 없이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K-팝 걸그룹의 일본 진출 공식이 바뀌었다는 신호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촘촘한 세계관과 선명한 콘셉트, 멤버 개개인의 뚜렷한 캐릭터성, 여기에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운드까지. 일본 리스너들이 K-팝에 기대해온 요소들을 가장 밀도 높게 구현했기에 지금의 인기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 아티스트로부터 경험하고자 하는 극도로 정제된 감각과 세련된 아이덴티티가, 현지에서의 가파른 상승세에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전(前)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

에스파는 대중성과 걸크러시 매력을 동시에 지닌 그룹이다. 아바타, 메타버스, 미래적 세계관 등 독보적인 콘셉트를 음악과 퍼포먼스로 확장해왔고, 이는 일본 팬들에게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다른 걸그룹과 쉽게 겹치지 않는 이미지와 음악, 그리고 '지금의 트렌드'를 상징하는 팀이라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