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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상태 초단위 대응"…전 병상 도입한 '이 병원'

등록 2026.05.12 14:22:19수정 2026.05.12 14: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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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상태 변화 '초 단위' 확인 시스템 개발

전 병동 환자 대상…이상징후 의료진에 전달

[서울=뉴시스] 의료기기에 부착된 미들웨어로, 측정 데이터를 프리즘으로 전송하는 기기.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의료기기에 부착된 미들웨어로, 측정 데이터를 프리즘으로 전송하는 기기.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 3월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병동에 입원 중이던 70대 환자 A씨는 산소포화도 급락이 즉시 감지돼 신속대응팀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검사 결과 호흡부전 악화 가능성이 확인돼 인공호흡기 치료를 즉각 시행하며 상태 악화를 막았다.

또 심장내과 병동에 입원 중이던 50대 환자 B씨도 혈압 저하와 심박수 감소가 실시간으로 확인돼 의료진이 5분 내로 현장 검사와 약물 치료로 곧장 대응해 상태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입원 환자의 악화 징후 등 모든 건강 신호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입원 환자가 갑자기 악화될 경우 이를 잡아내 의료진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동안은 최대 8시간 간격으로 환자의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측정에 일정한 간격이 있으면 그 사이동안 발생하는 환자의 상태 변화를 즉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렵고 치료 개입 역시 지연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 병동 모든 환자의 주요 건강 지표를 24시간 확인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의료진에 즉시 전달하는 새로운 의료 시스템 '프리즘'(PRISM)을 구축해 운영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프리즘은 의료솔루션 ACK와 공동 개발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2월 '의료기기정보통합TF'를 구성해 병원 내 다양한 의료기기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환자의 심박수, 혈당 등을 측정하는 환자 모니터, 웨어러블 기기 등 여러 의료기기에서 측정되는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옮겨서 의료진이 모든 수치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기존에는 환자의 생체 신호를 확인하려면 의료기기 별로 각각의 모니터를 통해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프리즘을 통해서는 의료기기 제조사마다 데이터 형식과 전달 방식이 다르더라도 데이터 송출 언어를 표준화해 하나의 화면에 모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의료진은 제조사와 무관하게 환자 건강 정보를 수집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스템의 가장 큰 변화는 '간헐적 확인'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의 전환이다. 기존에는 최대 8시간 간격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환자의 생체 데이터가 끊기는 순간 없이 수집되며, 이상 징후 발생 즉시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이는 단순한 속도 개선이 아니라 의료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문제 발생 후 대응하는 '사후 대응'에서 이상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는 '선제적 관리'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중증으로 악화할 위험성이 있는 환자 관리에서 큰 효과를 보인다.
 
[서울=뉴시스] 입원 환자의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이 한 데 모여 있는 화면. 화면 하단 Notifications는 이상수치 지속 환자 알림.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입원 환자의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이 한 데 모여 있는 화면. 화면 하단 Notifications는 이상수치 지속 환자 알림.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프리즘은 환자의 상태 변화를 연속적으로 분석해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박수 증가나 혈압 저하와 같은 위험 변화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즉시 알림이 발생하고, 의료진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시간이다. 기존에는 이상 징후 발견부터 의료진 대응까지 시간지연이 발생했지만, 통합 시스템에서는 이 간격이 크게 줄어들며 환자의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환자 상태 악화는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몇 분의 차이가 치료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7명의 전문의, 15명의 간호사로 구성된 신속대응팀 '위세이브'(WeSave)를 3교대로 운영 중이다. 신속대응팀은 병동 간호사, 주치의와 함께 데이터를 24시간 확인하며 이상 신호 발견 즉시 해당 병동으로 파견된다. 병동 의료진이 잠시 다른 업무를 하는 순간에도 신속대응팀은 쉬지 않고 입원 환자의 상태만을 지켜본다. 이로써 병동 의료진과 신속대응팀은 더욱 촘촘한 감시망을 만들어낸다.
 
실시간 모니터링은 환자 상태 변화를 놓치지 않고, 중증 악화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병원측은 이번 시스템이 환자 안전뿐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자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록·공유되면서 반복적인 수기 입력 업무가 줄어들고, 데이터 오류 위험성도 낮아진다.

또 모든 의료진이 같은 데이터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협진 과정이 더욱 빠르고 정확해진다. 야간 근무나 당직 상황에서도 병동 외부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의료진의 대응 범위가 크게 확장된다. 환자와 가장 가까운 데서 근무하는 간호사도 환자 상태 변화를 놓칠 수 있다는 부담이 줄어들고, 체계적인 모니터링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다.

프리즘은 특정 병동에 국한되지 않고 병원 전체로 확장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다양한 제조사의 장비를 연결하고, 병동 간 환자 건강 수치를 통합 관리함으로써 병원 전체 환자 상태를 하나의 체계에서 관리할 수 있다.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병원 운영 전반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기반이 된다.
 
세브란스병원은 향후 이 시스템을 인공지능 기반 예측 기술과 연계해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상태 악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의료진에게 알리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증 환자 발생을 줄이고, 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병원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강영 세브란스병원장은 "의료기기 데이터 통합은 단순한 시스템 개선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라며 "24시간 전 병동의 모든 환자 건강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은 심각한 상태로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신호도 놓치지 않고 즉각 대응하겠다는 세브란스의 의지 표현"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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