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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 만의 엘니뇨' 오나…내년 폭염·식량난 키울 수온편차 3.05도

등록 2026.09.22 14:56:07

현재 일일 수온편차 3.05도…2015년 최고치 넘어

14개 모델 평균 연말 4도 안팎…정점은 11~12월 전망

[서울=뉴시스]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의 전지구 해수면온도 편차 분포와 8월 26일 적도 태평양 수온 편차.(사진=기상청 제공). 2026.09.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의 전지구 해수면온도 편차 분포와 8월 26일 적도 태평양 수온 편차.(사진=기상청 제공). 2026.09.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적도 태평양의 엘니뇨 핵심 해역 수온이 평년보다 3.05도 높아지며 기존 최고치를 넘어섰다. 엘니뇨의 강도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까지 아직 수개월이 남았는데도 수온 편차는 4도 안팎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이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되고 세계 곳곳의 가뭄·홍수와 식량위기도 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활용한 기후정보 사이트 '클라이밋 리애널라이저'의 최신 수치를 인용해 엘니뇨의 강도를 재는 적도 중부 태평양 '니뇨3.4' 해역의 일일 수온 편차가 3.05도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1991~2020년 평균과 비교한 값으로, 일일 수온편차 기준 2015년 11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 3.02도를 넘어섰다. 다만 기상학자들이 장기 비교에 주로 사용하는 별도 지표에서는 아직 2015년 최고치에 0.01도 못 미친다.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전 세계 기온과 강수 패턴을 뒤흔드는 현상이다. 니뇨3.4 해역의 수온 편차가 0.5도를 넘으면 엘니뇨로 분류하며, 2도를 넘으면 공식적으로 '매우 강한' 엘니뇨에 해당한다. 이런 강도의 현상은 흔히 '슈퍼 엘니뇨'로 불린다.

이번 엘니뇨는 아직 가장 강한 단계에 도달하지도 않았다. 하우스파더가 검토한 14개 계절예측모델은 오는 11~12월 니뇨3.4 해역의 수온 편차가 평균 약 4.0도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우스파더는 기존 엘니뇨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놀라움을 나타냈고, 다른 과학자들은 '고질라급'이라고 표현했다.

[팔렘방=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주 팔렘방의 이탄지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습지이다. 건기와 엘니뇨 현상이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026.08.12.

[팔렘방=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남수마트라주 팔렘방의 이탄지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습지이다. 건기와 엘니뇨 현상이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026.08.12.

산호와 나이테, 역사문서로 과거 기후를 복원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00년간 이 수준에 이른 엘니뇨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우스파더는 이를 토대로 현재 엘니뇨가 적어도 지난 1000년 사이 가장 강한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는 직접 관측한 1000년치 수온 기록이 아니라 과거 기후를 복원한 자료에 근거한 추정이다.

이번 엘니뇨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이미 뜨거워진 지구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니뇨 자체가 기온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까지 겹치는 셈이다. 가디언은 이 두 효과가 맞물리면서 2027년이 기존 기록을 큰 폭으로 넘어서는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이번 엘니뇨를 기후 시스템에서 에너지가 대규모로 재배치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의 영향으로 이미 훨씬 따뜻해진 기후에서 강력한 엘니뇨가 발생하면서 여러 지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폭염이 나타나고 건강과 식량안보, 물 부족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쿠부라야=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주 쿠부라야의 이탄지에서 소방관들이 확산하는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습지이다. 건기와 엘니뇨 현상이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026.08.12.

[쿠부라야=AP/뉴시스] 11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서칼리만탄주 쿠부라야의 이탄지에서 소방관들이 확산하는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이탄지는 나뭇잎 등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퇴적된 습지이다. 건기와 엘니뇨 현상이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2026.08.12.

과거의 강한 엘니뇨가 남긴 피해 규모에서도 이런 위험을 확인할 수 있다. 하우스파더는 1997~1998년과 2015~2016년의 강한 엘니뇨 당시 전 세계 피해 규모가 수천억달러에 달했다며 이번 현상은 당시보다 훨씬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덥고 건조한 날씨 속에 산불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번졌고, 산불 연무로 대기오염도 치명적인 수준까지 악화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농업과 교역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서는 농업과 생활용수에 중요한 몬순 강우량이 줄었다.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으며, 파나마운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선박 운항과 교역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맥스빌(미 캔자스주)=AP/뉴시스]열대 태평양에서 발생한 엘니뇨 현상이 앞으로 몇 달 동안 급격히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폭염, 가뭄, 폭우 및 기타 극한 기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세계기상기구(WMO)가 3일 경고했다. 사진은 5월16일 미 캔자스주 맥스빌 인근 들판에 가뭄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밀들의 모습. 2026.07.03.

[맥스빌(미 캔자스주)=AP/뉴시스]열대 태평양에서 발생한 엘니뇨 현상이 앞으로 몇 달 동안 급격히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폭염, 가뭄, 폭우 및 기타 극한 기상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세계기상기구(WMO)가 3일 경고했다. 사진은 5월16일 미 캔자스주 맥스빌 인근 들판에 가뭄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밀들의 모습. 2026.07.03.

이런 기후 충격은 식량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엘니뇨의 영향으로 약 5000만명이 급성 식량위기에 빠질 수 있으며 식량 가격도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폭우와 홍수 위험이 커지는 지역도 있다. 페루와 칠레에서는 이미 폭우와 홍수 피해가 발생했고 페루의 세계적인 관광지 마추픽추로 가는 교통도 차질을 빚었다. 소말리아·에티오피아 등이 있는 동아프리카 '아프리카의 뿔' 지역도 집중호우에 취약하며 미국 남부는 겨울철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남반구의 여름은 더 덥고 건조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호주와 아프리카 남부에서는 가뭄과 산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태평양에서는 태풍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는 반면 대서양에서는 엘니뇨가 허리케인 발생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으며 올해는 아직 허리케인이 발생하지 않았다.

[라소바( 루마니아)= 신화/뉴시스] 올해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유럽의 다뉴브강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불가리아도 국내 유일한 원전의 생산량을 감축한다고 8월 20일 발표했다. 사진은 강물이 사라진 루마니아 다뉴브강. 2026.08.21.

[라소바( 루마니아)= 신화/뉴시스] 올해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면서 유럽의 다뉴브강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불가리아도 국내 유일한 원전의 생산량을 감축한다고 8월 20일 발표했다. 사진은 강물이 사라진 루마니아 다뉴브강. 2026.08.21.

과학자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기후위기가 기존 엘니뇨의 날씨 패턴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엘니뇨가 통상 어느 지역에 가뭄과 폭우를 가져오는지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이런 패턴까지 변화시키면 각국과 지역사회가 재난에 대비하기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번 엘니뇨의 충격에 대비해 각국 기상당국을 지원하는 5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응에 나섰다. WMO는 각국 기상당국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생명을 구하는' 예보를 제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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