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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맛집-서울 답십리동 '성천 막국수'

등록 2011.10.31 11:57:01수정 2016.12.27 22: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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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의 맛있는 집  이렇게 단순할 수 있을까. 막국수를 시키면 거무튀튀한 막국수에 동치미 국물만 부어 내오는 게 전부다. 토핑이나 고명? 그런 것 없다. 비빔 막국수에는 국물 대신 양념장이 올려져 나올 뿐이다.   단순하다 못해 고객 모독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단순함에 매료되나 보다. 집이나 직장이 이 가게와 가까운 사람들 중에는 매일 와서 먹으면서 이 식당이 가까이에 있다는 데 행복감마저 느낄 정도다.

【서울=뉴시스】김정환 문화부 차장 = 이렇게 단순할 수 있을까. 막국수를 시키면 거무튀튀한 막국수에 동치미 국물만 부어 내오는 게 전부다. 토핑이나 고명? 그런 것 없다. 비빔 막국수에는 국물 대신 양념장이 올려져 나올 뿐이다.

 단순하다 못해 고객 모독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단순함에 매료되나 보다. 집이나 직장이 이 가게와 가까운 사람들 중에는 매일 와서 먹으면서 이 식당이 가까이에 있다는 데 행복감마저 느낄 정도다.

 물론,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남녀 중 일부는 불만을 터뜨린다. 외식업에 일가견이 있는 코미디언 이모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주차장에서 일행에게 ‘맛이 없다’고 화를 내면서 돌아갔다.

 서울 답십리 ‘성천 막국수(02-2212-5529·동대문구 답십리2동 265-1)’ 얘기다. 지하철 답십리역 4번 출구로 나와 직진한 뒤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육교가 보인다. 이를 지나면 바로 오른쪽으로 허름하고 작은 음식점이 보인다.

 자리에 앉으니 메밀면수가 나온다. 기대보다 깊은 맛은 아니지만 정수기 물보다는 맛있고 건강에도 좋겠거니 싶다. 밍밍한 게 싫다면 간장을 살짝 첨가해보자. 색다른 맛이 난다.

 메뉴도 간단하다. ‘막국수’(5000원), ‘비빔 막국수’(5500원)이다. 여기에 500원씩 붙이면 곱빼기로 먹을 수 있다.

 반찬이 없어서 허전하다면 ‘제육’(9000원)을 주문하면 된다. 잘 삶은 국산 돼지삼겹살을 칼로 숭숭 썰어서 스테인리스 접시에 담아 내온다. 돼지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 게 마음에 든다. 뭔가가 한 접시 더 따라 나온다. 무 짠지다. 그렇다고 짜지는 않다. 약간 짭조름할 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짠지와 저민 동치미 무의 중간 맛에 가깝다. 가게에서 손수 담았단다.

 그런데, 어찌 먹으라고? 첫 방문인 것을 알아차렸는지 직원이 팁을 준다. 고추장과 겨자를 무 짠지와 섞은 뒤 제육을 싸서 먹으란다. 무 짠지에 매콤새콤한 양념 맛이 어우러지니 오묘한 맛이 난다. 그렇게 맛을 낸 무 짠지로 제육을 싸서 먹으니 제육만 먹었을 때 기름 부위에서 느껴지는 느끼함이 사라지는 동시에 독특한 풍미마저 느껴진다.

 이번에는 막국수다. 깨 가루도, 김 가루도, 삶은 계란 반쪽도 없다. 그야말로 국물 맛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아무 양념도 넣지 않은 상태로 동치미 국물 맛만으로 먹어봤다. 국물은 짭짤하면서 감칠맛이 났다. 씁쓸한 맛이 안 나서 만족스러웠다. 국수는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면 색깔이 옅은 것을 보면 메밀 함량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동치미 국물이 워낙 맛깔스러워 국수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서울=뉴시스】김정환의 맛있는 집  이렇게 단순할 수 있을까. 막국수를 시키면 거무튀튀한 막국수에 동치미 국물만 부어 내오는 게 전부다. 토핑이나 고명? 그런 것 없다. 비빔 막국수에는 국물 대신 양념장이 올려져 나올 뿐이다.   단순하다 못해 고객 모독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단순함에 매료되나 보다. 집이나 직장이 이 가게와 가까운 사람들 중에는 매일 와서 먹으면서 이 식당이 가까이에 있다는 데 행복감마저 느낄 정도다.

 그래도 면과 국물의 조합이 어색하다면 제육과 함께 먹던 무 짠지를 넣어서 함께 먹어보는 것이 좋다. 역시 동치미 국물에만 의존해서 먹기보다는 맛있다는 느낌이다. 

 비빔막국수는 면 위에 매콤한 양념장이 올려져 나온다. 면은 참기름을 첨가해서인지 약간 미끈거린다. 그 위에 양념장을 잘 섞어주니 이 집 특유의 맛이 나온다. 기름기가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양념장 맛이 좋아서 용서해주기로 했다. 역시 뭔가가 허전해 무 짠지를 곁들여 먹으니 좀 더 먹는 기분이 났다.

 식사로 먹는다면 (물)막국수에 제육 5~6점과 짠지가 함께 나오는 ‘정식’(7500원)이나 비빔막국수에 제육 몇 점과 짠지가 더해지는 ‘비빔정식’(8000원)이 제격이다. 역시 500원만 더 내면 곱빼기로 들 수 있다.

 먹고 나온 뒤 동행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에이 속았네”와 “괜찮네. 먹을 만한데”로 갈렸다. 모두가 맛있어 하는 집이 맛집인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마니아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호평을 받는 집을 맛집으로 쳐도 되는 건지 살짝 혼란스러웠다. 

 자리가 10여 석에 불과해 점심시간에 가면 기다릴 생각을 해야 한다. 주차는 건물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낮 12시부터 밤 9시까지 영업하고, 매주 일요일은 쉰다. 

 [email protected]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50호(11월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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