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일부러 맞춤법 무시, 영화 ‘반창꼬’ 한글파괴

‘반창꼬’는 상처가 난 자리에 붙이는 ‘반창고’가 맞다.
반창고는 극중 ‘강일’(고수) 등 119구조대원들이 바쁜 업무 탓에 웬만한 상처 정도는 병원 치료를 받는 대신 “반창고 하나 붙이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아하면서 위험한 구조 현장에 다시 투입되는 모습과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강일과 ‘미수’(한효주)가 서로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듯 사랑을 해가는 과정을 중의적으로 상징한다.
그런데 반창고가 한글 맞춤법을 어겨가며 반창꼬로 둔갑한 것이다. 이 제목은 시나리오와 연출을 도맡은 정기훈(37) 감독이 직접 붙였다.
배급사 NEW 박준경 마케팅 팀장은 “반창고보다는 반창꼬가 어감상 다정하고 따뜻해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명명 이유를 댔다.
그러나 상업적 이유도 적잖다. 실제로 정 감독은 시사회에서 “처음 제목을 지었을 때 귀여운 영화이기도 해서 그냥 ‘반창꼬’로 하기로 했다”고 말한 뒤 “‘반창고’로 검색했을 때 검색어에 다른 것들이 겹쳐 네티즌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피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고백했다.
한글운동단체들이 앉아서 보고만 있을 리 없다.
한말글문화협회 이대로 대표는 “‘반창고’라는 바른 말을 두고 ‘반창꼬’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나라 말글 규정을 어긴 것으로서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혀서 우리 말글 발전을 해치는 일”이라면서 “아무리 창작 자유가 있는 자유 국가지만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고 공공 이익과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우리 말글이 외국 말글과 말투에 밀려 몸살을 앓고 있어 정부와 시민단체가 걱정하고 바로잡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창작자유를 내세워 그 일을 훼방을 놓아서는 되겠는가”고 개탄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 KBS 2TV가 새 수목극을 방송하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로 제목을 붙인 것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결국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로 바로잡는 데 앞장섰다.
이 대표는 “‘착한남자’ 때와 달리 영화는 이미 제작을 마치고 상영 중이라 제목을 바꾼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영화사측이 성의만 있다면 광고 등을 통해 맞춤법이 틀렸다는 사실을 정확히 고지하는 등 보완 대책을 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예전에 ‘말아톤’이란 영화도 괜찮았으니 또 그렇게 말법을 어겨도 괜찮다고 말하지 말라”면서 “만일 조치가 없을 경우 한글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우리 말 해침꾼’으로 지정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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