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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김승익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교장 "정체성 살리는 글로컬 교육"

등록 2014.01.06 15:23:17수정 2016.12.28 12: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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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익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장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류난영 기자 =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국국제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글로컬(glocal) 교육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 학생들 대부분이 최소 서울 중상위권 이상 대학에 진학합니다.”

 김승익(52)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IKS) 교장은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학교라고 해서 한국 정체성 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영어교육과 로컬 교육 못지않게 한국 뿌리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나중에 한국에서 생활할 때 확실히 차이가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는 1976년 자카르타한국학교라는 이름으로 전교생 26명으로 개교했다. 1990년 인도네시아 문부성으로부터 유초중등 과정 국제학교 인가를 받았다. 현재의 초중고교 전 교육과정을 갖춘 것은 1997년. 불과 16년 전이다. 첫 고교 졸업생을 배출한 것도 2000년으로 졸업생 중 최고 연령이 31세 밖에 되지 않는다. 졸업생 상당수는 사회 초년생들이다.  

 재학생 중 절반가량은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현지에서 다니지만 졸업생 대부분은 한국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한국 정체성 교육과 영어 교육을 균형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김 교장의 교육 철학이다.

 지난 2012년 8월 이곳에 부임한 김 교장은 재임 기간 동안 ‘국제(global)’와 ‘현지(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 교육’ 즉,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 교육을 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영어 과목 시수를 주당 12~13시간, 국어 과목 시수를 주당 7시간 정도로 편성했다. 국제학교지만 국어 수업 시간이 한국의 초중고 보다 더 많다.   

 김 교장은 “한국 학교로서 한국 정체성 교육이 뿌리가 되어야 하고 국제학교로서 세계 공통어인 영어 교육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또 인도네시아에 있는 현지 학교로서 인도네시아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는 로컬 교육이라는 세 개의 큰 틀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컬 교육을 위해서는 인근의 다른 국제학교와 체육, 문화, 예술 등의 교류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고등학교와 교류협정(MOU)을 체결해 서로의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거나 지역 문화 체험을 하는 스쿨트립(school trip) 등의 다양한 활동도 진행 중이다. 

 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한국 학교에는 없는 수학, 사회, 과학 교과를 담당 교과를 전공한 원어민 교사가 영어로 수업하는 ‘이머전 수업(Immersion)’과 주제를 던지고 학생들에게 조사하도록 하는 문제중심수업(PBL)도 영어로 실시하고 있다.

 김 교장은 “국제학교다 보니 영어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은 편인데 내용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전통적인 영어교육보다 수학이나 과학 등의 영어 주제를 가지고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머전 수입을 도입했다”며 “하지만 수학, 과학을 영어로만 진행하다 보니 과목 자체를 너무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어 한국인 선생님이 1시간 동안 개념을 설명해 주고 1시간은 원어민과 한국인 선생님의 코티칭(co-teaching), 1시간은 원어민과 실험과 토론 등을 하는 활동수업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카르타의 다른 국제학교들은 모든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 학생들에게는 맞지 않다”며 “과거 음악이나 미술, 체육 등도 이머전수업으로 진행해 봤지만 전문성을 갖춘 원어민 교사를 찾기 힘들고 영어 노출은 적은데다 수업의 질만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카르타에 전 과목 영어 수업만으로 진행하는 ‘내셔널플러스스쿨’ 등 각종 국제학교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또 대기업이 주재원 자녀의 학비를 전액 지원해 주면서 학비가 비싼 JIS(미국 인터내셔널 스쿨), BIS(영국 인터내셔널 스쿨) 등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김 교장은 이런 위기를 다른 국제학교들이 갖지 못한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만 갖고 있는 장점인 ‘한국 정체성 교육’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학교 전경

 김 교장은 “5~6년 전에는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학생이 1500~1600명으로 한국학교 중 가장 규모가 컸지만 지금은 1000명이 채 안 된다”며 “최근 국제학교 틀을 모방한 ‘내셔널플러스스쿨’이라는 학교가 많이 생겨났는데 인도네시아 귀족 아이들 대상으로 운영돼 시설도 좋은데다 영국계나 미국계 국제학교에 비해 학비도 저렴하고 전 과목을 영어 몰입교육 형식으로 운영해 한국인들이 많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 교육 문제라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막을 수는 없지만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가 직장생활을 하기를 원한다면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며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외국 국제학교 학생과 비교해 어느 학교 출신이 대학 생활이나 직장생활을 더 잘 적응하고, 원만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학생만을 위한 맞춤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입시정보나 한국에 대한 정보, 진학지도 등은 다른 학교들이 따라올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중학교 교육을 다른 국제학교에서 시키고 고등학교 때 다시 우리 학교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초등학교 교육이 뿌리라면 중학교 교육은 줄기, 고등학교는 과실인데 줄기 부분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하지만 이 세 가지를 모두 내실 있게 운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 학교 학생들의 절반은 초중고 12년 전 과정을 인도네시아에서 이수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3년 이상 다닌 학생들이라 대학 입시를 앞둔 시점에서 갈등도 빚고 있다.  

 재외국민 특례입학은 크게 부모와 함께 해외에서 3년 이상 거주한 ‘3년 특례’와 초중고 12년 과정을 모두 이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12년 특례입학’ 두 가지로 나뉜다. ‘3년 특례’ 입학의 경우 정원 외로 2%만 선발하고 있는 반면 ‘12년 특례입학’ 학생에 대해서는 정원 제한 규정이 별도로 없다. 이 때문에 3년 거주 학생들에게는 대학 입시의 문이 더 좁을 수밖에 없다.   

 김 교장은 “같은 성적이라도 초중고 12년 내내 인도네시아에서 이수한 학생들은 정원 외 입학이기 때문에 왠만하면 서울 중상위권 대학은 다 가지만 ‘3년 특례입학’ 학생들은 서울권 대학도 입학하기 힘들기도 해 입시철이 되면 약간의 갈등이 생긴다”며 “12년 특례입학 학생은 상대적으로 표정도 훨씬 밝고 진로에 맞는 준비나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만 3년 특례입학 대상 학생들은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정원 외 학생과 특례입학 학생을 분반하려고 시도도 했지만 예민한 부분이라 논의가 덜 됐다”며 “새해부터는 현재 11학년(고2) 대상으로 분반해 지도해 볼지에 대해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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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60호(1월1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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