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천년의 예술' …"아픔의 역사 우리와 닮아…영혼을 느낄 것"

【서울=뉴시스】폴란드전 포스터(사진=국립중앙박물관) [email protected]
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이전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획특별전 ‘폴란드, 천년의 예술’전을 본다면 이 나라가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음악가 쇼팽과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의 나라’ 폴란드는 주변국의 침략으로 나라를 잃은 슬픔을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닮았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5일 개막에 앞서 “중세부터 20세기까지 폴란드 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전시”라며 “침략과 전쟁을 겪으면서도 독자적 문화를 형성해온 나라라는 점에서 우리와 닮았다”고 말했다.
"격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폴란드의 귀중한 문화유산이자 아픔의 역사 속에서도 찬연히 이어져 온 폴란드의 영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5일부터 8월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 대규모 전시에는 폴란드의 국보급 문화재들이 대거 한국에 소개된다. 폴란드 전역의 19개 기관에서 출품한 250여점의 작품이 총망라돼 폴란드 독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전시로 꼽힌다.
개막에 맞춰 내한한 아그니에슈카 모라빈스카 바르샤바국립박물관 관장은 “예술가의 눈으로 바라본 폴란드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드리고자 했다”며 "쇼팽과 코페르니쿠스와 관련된 아트워크 전시도 기획했다”고 말했다.
동서양 경계의 지리적 특성 '유럽이나 동양적 복식 눈길"

【서울=뉴시스】마리아의일가 (사진=국립중앙박물관) [email protected]
두 번째 전시장에는 마치 로마 장군처럼 차려입은 당당한 풍채의 얀 소비에스키 3세의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그는 16-18세기에 정치·군사적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폴란드를 대표하는 왕이다.
‘날개를 단 기병, 후사르’는 감탄을 자아낸다. 멋진 날개 때문이다. 스테판 바토리왕(1576-1586) 재위기간에 창설된 후사르는 폴란드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로 말안장이나 갑옷에 날개를 부착했다.
폴란드 왕들과 귀족들의 초상화에서는 동양적 스타일의 복식이 흥미롭다. 폴란드는 16세기 이후 터키 등 동양 국가와 교류하면서 이슬람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16세기-18세기를 ‘사르마티아 시대’라고 부르는데 당시 폴란드 귀족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용맹한 사르마티아인이었다고 믿었다. 사르마티아 인들은 오늘날의 중앙 러시아 지역인 동쪽의 볼가 강 하류부터 돈 강 사이의 광대한 지역에 거주했다고 추정되는 고대인들이다.
김승익 학예연구사는 “사르마티아 사상이 16세기-18세기 폴란드의 정신, 관습,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국민화가 얀 마테이코의 대형 역사화 "압도적"

【서울=뉴시스】차르니에츠키의 초상 (사진=국립중앙박물관) [email protected]
마테이코는 "예술은 일종의 무기이다”라며 “조국에 대한 사랑과 예술을 별개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압제의 시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다.
폴란드는 1795년 패망했다. 프로이센·오스트리아·러시아 3국이 폴란드를 분할통치했고 1918년에 이르러서야 독립했다.
역사화가 마테이코는 ‘폴로니아-1863년’(1864)에서 폴란드를 쇠고랑을 찬 여성으로 묘사했다. 마테이코는 초기에는 주권 상실의 주범인 반역자와 부패한 왕들을 그리는 등 역사에 대한 고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후기로 접어들면 과거의 화려한 영광 쪽으로 방향을 튼다.
마테이코의 가장 유명한 그림 ‘그룬발트 전투’(1878)는 1410년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연합군이 독일 튜턴 기사단을 물리친 역사적 사건이 주제다. 그룬발트 전투는 수세기 동안 독일을 무찌른 강력한 폴란드의 상징이었다.
‘그룬발트 전투’는 폭 10미터로 현실적으로 운송이 불가능해 이번 전시장에서는 벽을 장식한 프린트된 이미지로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웅장한 기운에 압도된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들의 표정은 감탄을 자아낸다.
바르샤바 왕궁 소장의 폭 6미터, 높이 4미터의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1870-1872)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장엄하고 압도적이다.

【서울=뉴시스】얀 마테이코,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 1870-1872년, 캔버스에 유채, 322×545cm, 바르샤바 왕궁 소장 PhotoⒸAndrzej Ring
쇼팽의 음악 “꽃에 파묻혀 있는 대포"
조국을 연주한 피아노의 시인, 쇼팽도 비극의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이번에 그의 친필 악보 ‘마주르카 마 장조 Op. 6 No.3'를 최초 공개하는데, 독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이 1831년에 쓴 글귀가 마음에 박힌다.
“만약 북쪽의 전능한 독재자(알렉산드로 1세)가 쇼팽이 작곡한 마주르카의 단순한 선율 속에 얼마나 위협적인 것이 숨어있는지를 깨닫게 된다면, 당장 이 음악을 금지시킬 것이다. 쇼팽의 작품은 꽃에 파묻혀 있는 대포와 같다.”
쇼팽은 러시아 치하의 조국 폴란드를 생각하며 “때로는 그저 신음하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내 절망을 피아노에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모래시계가 있는 스타니스와프 아우구스트 포니아토프스키 왕의 초상화’(1793)의 경우 폴란드의 역사를 숙지하고 마주하면 감흥이 남다르다.
부드러운 인상의 이 마지막 왕은 개혁군주로서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선진문물을 적극 도입하며 폴란드의 근대화에 앞장섰다. 왕관 안에 놓인 모래시계가 마치 ‘마지막 군주’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서울=뉴시스】보이치에흐 판고르, 기록영화 <피카소> 포스터, 1957년 컬러 오프셋 인쇄, 86×61 cm 빌라누프 포스터미술관 소장 Photo© Marcin Michalak, Studio MM
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에 점령된 기간에는 단순하나 임팩트가 강한 포스터와 실험적 연극, 음악, 영화가 꽃을 피웠다.
특히 1950-60년대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포스터는 20세기 폴란드 예술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으며 그래픽 분야에서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했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폴란드 예술과 문화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연계 행사가 열린다. 27일 한국외국어대학교 폴란드어과 이지원 박사의 폴란드 포스터 예술에 대한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7월 4일에는 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 송일곤 감독과 CBS신지혜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폴란드 영화를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된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쇼팽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뜻 깊은 연주회가 무료로 개최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