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한강뷰 카페를 비입주민도 이용한다면…[집피지기]
정비사업 인센티브에 시설 개방…주민 갈등
국민 10명 중 6명 '아파트는 사적 공간' 인식
'이용료 내는 조건' 커뮤니티시설 개방 72%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십니다.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펼쳐지는 풍경입니다.
입주민이 아닌 방문객도 이런 스카이라운지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정비사업 단지들이 용적률 등 사업성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공공개방을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시설 개방이 꼭 원만하게 이뤄지는 곳은 아닙니다. 공공개방을 한 첫 번째 단지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1년 넘게 개방 약속을 지키지 않다가 구청이 강제이행금을 부과하는 등 압박에 나서자 반포동 주민에 한해 문을 열었습니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스카이브릿지 카페 등을 외부에 연지 반년여가 지난 현재 한강뷰 명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SNS에는 방문 후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공공개방 시설 13곳 중 스카이라운지 카페를 제외하면 외부 이용률은 저조한 편입니다. 입주민 사이에선 방문객이 늘면서 불안하다는 의견도 있고 펜스를 치자는 의견도 꾸준히 나옵니다.
최근 신축 단지들이 스카이라운지 카페, 헬스장·수영장 등 커뮤니티시설을 지으면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시설을 외부에 개방하고 있지만 아파트는 여전히 입주민을 위한 공간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모습입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62%)는 아파트 단지가 '사적 공간'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커뮤니티시설을 갖춘 입주 5년 이내 신축 아파트 거주자는 77%가 사적 공간이란 쪽에 손을 들었습니다.
시설 개방에 대해서도 단지 내 산책로나 어린이 놀이터를 외부인이 이용해도 된다는 응답은 3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입니다.
최근 신축 아파트에 많이 도입되는 독서실 등의 커뮤니티 시설(9%)과 헬스장·수영장 등 실내운동시설(6%)을 써도 된다는 응답은 10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방문객 증가에 따른 시설 유지보수 비용 등 경제적인 문제와 외부인 출입이 잦아지면서 안전성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입주민이 꼭 시설 개방에 반대만 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방문객 관리가 이뤄지고 경제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다면 문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 허가를 받은 경우'로 물으면 산책로(82%)나 야외 놀이터(81%)를 이용해도 된다는 응답이 80%를 넘겼습니다.
이용료를 받는 조건으로는 커뮤니티시설(72%)과 실내 운동시설(68%)을 개방해도 된다는 인식 변화가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최근 지자체는 고령화 대응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정비사업 단지에 데이케어센터 등 노인복지시설을 기부채납 형태로 지을 것을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커뮤니티 시설 개방 범위는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나온 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파크 외에도 서울 내 정비사업 단지 중 29곳이 공공개방시설을 두기로 한 상태입니다. 앞선 사례와 입주민의 재산권 보호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한국리서치 조사는 지난해 8월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 방식으로 실시됐습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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