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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미분리' 탓, 선거법 공소기각…"檢, 절차 경시" 비판

등록 2025.02.14 15:15:00수정 2025.02.14 18: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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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의원 선거법·정치자금법 재판, 절차 하자로 공소 기각

법조계 "검수완박법 형해화?" "법망 피할 구실 준 실수" 비판

"재기소해도 신속 심리 어려울 듯"…지역 정가 후폭풍 전망도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5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지역 당선인 초청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정준호 광주 북구갑 당선인이 당선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24.04.25.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25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광주지역 당선인 초청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정준호 광주 북구갑 당선인이 당선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24.04.25.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당내 경선 불법 선거운동 등 혐의를 받던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의 형사 재판이 수사·기소 검사를 분리하지 않은 검찰의 절차적 하자로 공소 기각된 데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14일 법정에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광주 북구갑 정준호(45) 의원의 선고 재판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사법경찰관이 아닌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을 A검사가 조사하고 신문 조서를 작성했고 압수수색 영장 등을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 검찰청법 4조2항에는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도록 한 강행 규정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을 수사한 A검사가 공소제기 권한이 없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공소 제기 권한이 없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해 법률상 무효에 해당한다. 정 의원을 비롯한 모든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며 정 의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앞서 정 의원 측 법률 대리인은 "이 사건을 수사 개시한 검사가 공소까지 제기해 검찰청법을 위반했다. 명백한 공소 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수사 개시 범위 등 개정 검찰청법에는 해석 여지가 있다. 검찰청법 4조 2항은 절차적이고 사무 분담에 대한 규정인 만큼, 공소 기각 판결에 이를 만한 하자가 아니다"면서 맞섰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공소 기각 판결의 법적 근거는 2022년부터 시행된 검찰청법 개정안. 이른바 '검수완박법'이다.

개정 검찰청법 4조 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4조 2항 조문에서 '다만'으로 시작하는 단서 조항에 따라, 사법경찰이 수사를 거쳐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 수사한 사건은 해당 검사가 기소까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검찰이 직접 인지하고 수사까지 한 사건은 수사 검사들이 기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수사·기소 미분리' 탓, 선거법 공소기각…"檢, 절차 경시" 비판 



이같은 개정 검찰청법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든, 단순 실수였는지를 떠나 검찰이 공소 기각에 이르는 절차적 중대 하자를 저질렀다는 점은 결과적으로 명백하다.

형사 사법 기관으로서 책임이 큰 검찰이 적법 절차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법조계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A 변호사는 "검찰이 실수를 크게 한 것 같다. 공소제기 단계에서 재판부에 제출할 서류 등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내부 결재까지 거쳤을 텐데 이 같은 하자가 발생한 것은 납득이 안 된다"면서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컸던 '검수완박법'에 대해 혹 가볍게 여긴 것은 아닌지, 형해화해서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B 변호사는 "사법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 사실에 대한 합당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처벌에 이르기까지 적법 절차 역시 중요하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기에 더더욱 있어선 안 되는 실수다. 단순 착오였다고 해도, 똑같은 죄를 저지른 선거사범 중 누군가에게는 법망을 피해갈 구실을 줬다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C 변호사는 "검찰이 즉각 재기소한다고 해도 한 번 공소기각 판결이 난 상황에서 정 의원 측에서는 재기소의 적법성에 대해 따지겠다며 추가 법적 절차를 제기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재기소 이후에도 재판이 지연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 기각의 빌미가 된 실수를 저지른 검찰 내에서도 그렇고 당선 무효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지역 정가에서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선고 직후 검찰은 "공소 기각은 '이중 처벌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이론과 판례로 확립돼 있어 형사소송법 253조에 따라 즉시 재기소할 수 있다. 처벌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공소 기각 판결로 정 의원은 당장의 직위상실 위기는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공소 시효 정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검찰이 재기소 또는 항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다시 법정에 설 가능성이 더 높다.

정 의원은 선거사무소 관계자 2명과 함께 당내 경선 직전인 지난해 2월께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고자 전화홍보원 12명에게 홍보 전화 1만5000여 건을 돌리도록 지시하거나 홍보 문자메시지 4만여 건을 발송하고, 대가로 경선 운동원들에게 총 520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의원은 또 선관위 미신고 선거사무원에게 불법 경선 운동을 하게끔 하고 현금을 건네거나 일부 지급을 약속하거나, 건설사 대표에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딸을 보좌관으로 채용해주겠다고 약속, 대가성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도 재판을 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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