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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첩보원 천국인 멕시코, 미국 우려 묵살-NYT

등록 2025.12.09 07:14:26수정 2025.12.09 07: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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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러 첩보원 명단 20명 전달했으나 추방 거부

[서울=뉴시스]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러시아 대사관저.(출처=주멕시코 러시아대사관 홈페이지) 2025.1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러시아 대사관저.(출처=주멕시코 러시아대사관 홈페이지) 2025.12.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이 멕시코 정부에 외교관으로 위장한 러시아 첩보원 20여명의 명단을 전달했으나 멕시코 정부가 추방을 거부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멕시코 정부는 다만 외교관 자격을 신청하는 러시아인들에 대해 미 당국이 의견을 제시하도록 허용하는데 동의했으며 이에 따라 일부 러시아 외교관 신청자들이 거부됐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서반구 담당 국장이던 후안 곤살레스는 “유럽 전역에서 정교한 작전에 투입됐던 노련한 러시아 첩보원들의 명단을 멕시코에 넘겼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고 미국인 관광객이 대거 방문하는 멕시코에서 첩보 활동을 크게 늘려왔다.

매년 미국인들 수백 만 명이 방문하는 칸쿤 같은 휴양지로 미국 내 첩보원들과 정보원을 불러들여 미국에서 수집한 정보를 넘겨받는 방식으로 미국의 정교한 감시 체계를 피해온 것이다.

러시아는 또 온라인 허위정보 유포활동을 확대해 멕시코 국민들이 미국과 유럽에 반감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 당국자들이 멕시코 외교부에 우려를 전달한 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에서도 멕시코에 러시아 첩보원 추방을 압박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백악관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관광객 위장한 미국 내 첩보원들 지휘

러시아가 멕시코를 첩보 활동의 거점으로 활용한 것은 냉전 시절부터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의 멕시코 내 첩보 활동을 크게 늘렸다.

그해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100명이 넘는 러시아 정보요원들을 자국에서 추방했다. 이후 러시아는 추방된 첩보원들을 멕시코시티로 재배치했다.

멕시코에 배치된 첩보원들은 거의 감시를 받지 않은 채 활동하고 있다. 멕시코의 방첩 기관들이 마약 밀매 같은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하면서 외국 첩보 활동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2020년 마이애미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려다 체포된 멕시코 시민 헥토르 알레한드로 카브레라 푸엔테스의 사례다. 플로리다주 검찰에 따르면, 카브레라 푸엔테스는 “러시아 정부에 관한 정보를 미국 정부에 제공한” 미국의 비밀 정보원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카브레라 푸엔테스는 2022년 유죄를 인정했고, 현재는 멕시코에 거주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러시아 대사관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사관 중 하나다.

멕시코와 러시아 사이에 문화적, 군사적, 경제적 유대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85명의 외교관이 등록되어 있다. 이에 비해 멕시코는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에 16명의 외교관만을 두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러시아 대사관에 주재한 인물들에 대해 두꺼운 파일들을 만들어 왔으며, 그 안에는 그들의 과거 근무지와 유럽 및 미국에서 수행한 구체적인 첩보 활동 내용이 담겨 있다.

미 CIA 멕시커 주재 러 외교관에 대해 자료 축적

미 당국자들은 멕시코 대통령, 외교장관 등에게 러시아 첩보원들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전달해 왔다. 지난해 가을 취임한 클라우디아 샤인바움 현 대통령 정부에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우려를 편집증적 과민반응으로 치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2022년 3월 글렌 밴허크 전 미군 북부사령관이 상원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의 러시아군 정보국 요원들이 멕시코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르바도르 당시 멕시코 대통령이 밴허크 장군의 발언을 일축했다.

2022년 말 웬디 셔면 국무부 부장관이 멕시코 외교장관에게 직접 문제 제기를 했다. 당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이 마지못해 조사를 약속했지만 이후 멕시코 외교부 당국자들은 미국이 넘긴 러시아 첩보원 명단을 본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한편 멕시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를 국제 무대에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에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 우크라이나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멕시코 국회의원들이 러시아와 우호위원회를 결성해 친러 활동을 폈다.

우크라 침공 뒤 러 고립 노력에 불참

샤인바움 대통령이 집권한 뒤 멕시코는 올해 유엔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그러나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지 않았으며 지난 가을 유엔 총회에서도 우크라이나와 멕시코 외교장관이 만나지 않았다.

반면 멕시코 외교장관은 지난 여름 브라질에서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멕시코가 러시아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집권 여당인 모레나의 좌파적 정치 성향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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