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탐사①] 용눈이오름, 사라지는 문화경관 초지와 산담
곰솔이 끊어놓은 능선의 곡선미
사람과 자연이 만든 초지경관 변화
독특한 장묘문화 상징, 산담 소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용눈이오름의 2018년 모습(왼쪽)은 능선의 곡선미와 산담, 무덤의 형태가 온전한데 비해 불과 6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9일에는 곰솔이 숲을 이루면서 초지경관이 사라지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2026.05.17.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15/NISI20260515_0002136051_web.jpg?rnd=20260515011147)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용눈이오름의 2018년 모습(왼쪽)은 능선의 곡선미와 산담, 무덤의 형태가 온전한데 비해 불과 6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 9일에는 곰솔이 숲을 이루면서 초지경관이 사라지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2026.05.17. [email protected]
제주의 오름은 단순한 산이나 관광지가 아니다. 오름은 화산섬 제주의 지질을 보여주는 지형이자 초지와 숲, 곶자왈과 습지, 마을과 목장이 이어지는 생태의 거점이다. 대표적인 자연자원이자 산담과 잣성, 신앙과 설화, 4·3의 기억, 군사유적 등이 겹겹이 쌓인 생활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오름연구소 올과 함께 오름을 걷고 의미를 밝히는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탐사는 단순한 탐방이 아니라 오름의 지형·식생·기후·경관·역사·문화유산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다. 익숙한 풍경 너머에 있는 변화와 훼손, 보전의 과제도 함께 살핀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용눈이오름은 오름 가운데서도 능선미가 가장 뚜렷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 그 능선의 선이 끊기고 있다. 초지를 비집고 들어온 곰솔이 사면을 덮으면서 점차 숲의 경관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9일 오름연구소 올 소속 연구위원들과 낮고 완만한 화산체인 용눈이오름 정상에 섰다. 동쪽으로 성산일출봉과 우도, 반대쪽으로 한라산 백록담까지 360도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그러나 정작 가까이 내려다본 분화구와 능선은 낯설었다. 곰솔의 유입으로 유연하게 이어지던 능선의 곡선은 곳곳에서 끊겼고, 사면을 따라 흐르던 빛과 바람의 질감도 달라져 있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 2026.05.17.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16/NISI20260516_0002137414_web.gif?rnd=20260516220028)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 2026.05.17. [email protected]
오름이 '춤추는' 경관의 상실
새(茅)는 단순한 풀이 아니었다. 제주에서 초가지붕을 새로 덮었다. 보통 2년에 한번정도 지붕을 교체해야했기에 수요가 많았다. 마을에서는 계를 조직해 '새왓(새밭)'을 따로 관리하기도 했다.
지붕 재료 외에도 집줄·울타리용 새끼, 생활용 밧줄 등 다양한 생활자재로 활용했다. 돈이 부족했던 시절 아이 과외비나 품삯으로 새를 주기도 하는 등 화폐 대용으로도 사용했다.
새로 덮인 오름은 단순한 초지가 아니라 제주 농촌경제의 일부였으며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관리된 자연‘인 것이다.
이런 오름 풍경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용눈이오름의 핵심 경관인 초지는 조용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현장에서 관찰되는 변화의 핵심은 곰솔의 확산이다.
이 변화를 단순히 '풀이 나무로 바뀌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고민할 부분이 많다. 용눈이오름의 초지는 새밭 관리와 더불어 장기간의 방목, 화입 등이 중첩되면서 제주사람들과 자연이 함께 만든 역사적 문화경관이다.
김종찬 오름연구소 올 연구위원은 "오름의 초지경관은 오래전부터 사람과 가축의 활동 속에서 유지됐다"며 "제주의 옛 왕국인 탐라시대에도 방목을 했고, 원나라(몽골)가 고려 연합군과 제주에 있는 삼별초 세력을 진압한 뒤 1276년 목마장을 설치하면서 초지 경관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에는 제주의 국영목장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치밀한 체계를 갖췄고, 해발 600m 이하에 위치한 오름은 대부분 초지로 변했다. 또한 우마방목을 위해 정월대보름 전후로 들불을 놓아 씨앗 발아와 나무의 정착을 막기도 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오름연구소 올 소속 연구위원들이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에서 식생 천이 과정을 살피면서 답사를 하고 있다. 2026.05.17.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15/NISI20260515_0002136052_web.jpg?rnd=20260515011342)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오름연구소 올 소속 연구위원들이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에서 식생 천이 과정을 살피면서 답사를 하고 있다. 2026.05.17. [email protected]
숲이 된 초지, 사라지는 들꽃과 나비
하지만 이런 초지경관이 풍전등화처럼 여겨진다. 방목이 줄고 화입이 중단되면 초지는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지 않고 있다. 곰솔은 종자에 날개가 있어 바람을 타고 이동하기 쉽고, 햇빛이 잘 드는 초지에 정착해 숲을 이룬다.
초지가 곰솔 숲으로 변하면 경관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초지에 있는 물매화, 층층잔대, 가는잎할미꽃 등 수많은 들꽃이 자취를 감춘다. 더불어 꽃을 찾아 팔랑거리는 나비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
초지는 햇빛이 풍부한 환경에 적응한 초본식물, 곤충, 조류, 소형동물의 서식처가 되며, 뿌리와 토양에 유기탄소를 저장하고 강우 때 토양 유실과 지표 유출을 줄이는 기능도 한다.
특히 제주 중산간(해발 200~600m)지대 초지는 오름과 곶자왈, 습지와 연결되는 생태축의 일부다. 숲은 숲대로 중요하지만 초지가 사라지면 다양한 식물과 곤충, 개방 경관에 의존하는 생물의 서식 기반도 함께 줄어든다.
용눈이오름에서 곰솔이 숲을 이루는 천이과정을 보면서 복잡한 심경이었는데, 정상에서 내려오다 마주한 '산담'의 변화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봉분을 둘러싼 돌담을 지칭하는 산담은 방목되는 말과 소가 봉분을 밟거나 훼손하는 것을 막고, 들불이 묘역으로 옮겨붙는 것을 차단한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오름연구소 올 소속 연구위원들이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에서 장묘문화의 독특한 상징인 산담을 살펴보고 있다. 2026.05.17.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15/NISI20260515_0002136053_web.jpg?rnd=20260515011450)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오름연구소 올 소속 연구위원들이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에서 장묘문화의 독특한 상징인 산담을 살펴보고 있다. 2026.05.17. [email protected]
허물어지는 산담, 사라지는 돌담문화
이날 답사에서 확인한 한 무덤에서 바다쪽 방향의 산담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답사에 동행한 정광중 제주대 명예교수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나 흉살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조금 더 높게 쌓은 '새각담'이라고 한다"며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산담의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담은 초지 속에 있을 때 그 기능과 의미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방목지였던 사면, 들불과 우마의 침입을 막기 위한 돌담, 묘역과 초지의 경계가 한눈에 읽히기 때문이다.
곰솔과 관목이 산담 주변을 덮으면 산담은 숲이나 덤불에 묻힌 돌무더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산담이 말해주는 목축과 장묘의 관계, 오름 사면을 생활공간으로 사용한 기억도 흐려진다. 더군다나 상당수의 묘가 이장을 한 후 방치되면서 돌문화유산인 산담은 허물어진 돌무더기로 변하고 있다.
이런 오름의 초지경관 변화는 전통 목축체계가 약해지고 초지개량사업과 조림정책, 관광지화, 탐방로 관리, 자연휴식년제 같은 정책이 겹치면서 진행되고 있다.
용눈이오름의 초지는 빈 땅이 아니다. 그것은 제주 중산간 목축의 기억이고, 산담이 놓인 장묘문화의 무대이며, 초지성 생물들이 살아가는 생태 기반이고, 오름의 곡선미를 드러내는 시각적 장치다. 곰솔 숲으로의 변화는 자연의 회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면에는 오름의 초지문화경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용눈이 오름은
정상부까지 탐방로가 있으며 능선 일부 구간은 통제되고 있다. 최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서는 용눈이오름, 따라비오름, 모지오름, 좌보미오름 등이 1만5000~1만6000년 전 북동-남서 방향으로 연속 분출한 화산체로 추정했다. 용눈이오름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구좌-성산지대 곶자왈(암괴에 숲이 형성된 지대)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지번은 구좌읍 종달리에 속하지만 구좌읍 상도공동목장축산계가 1970년대부터 토지를 매입해서 관리했다. 한때 소 500~600마리가 용눈이오름과 주변에서 방목됐다. 지금은 축산계원 1명이 풀어놓은 말 30여마리 정도가 오름 일대에서 사육되고 있다.
2018년과 2022년에는 용눈이오름에서 기우제가 봉행됐다. 구좌읍 지역 농작물이 가뭄으로 피해가 심각해진데 따른 것이다. 전래 민속에서 용(龍)이 비와 물을 부르는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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