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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취준생', 그것조차 부러워요"…돌봄에 발묶인 영케어러

등록 2026.08.28 09:57:25수정 2026.08.28 10:00:08

가족돌봄청년 김지연(가명·31)씨 인터뷰

부모 간병 도맡아…취업 준비까지 병행

"취준 전념하고 싶지만 돌봄에 시간 뺏겨"

전문가들 "돌봄청년에게 '시간' 돌려줘야"

[서울=뉴시스] 김나연 수습기자 = 가족돌봄청년 김지연(가명)씨가 21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카페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6.08.25. naninani@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나연 수습기자 = 가족돌봄청년 김지연(가명)씨가 21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카페에서 취재진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6.08.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나연 수습 기자 = "지금 계속 마이너스 상태거든요. 부모님 미래도, 제 미래도 책임지기 벅찬 거죠."

청년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취업 준비에 전념하는 청년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취업 준비에만 온전히 매달릴 수 있는 시간조차 부러움의 대상이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자격증 준비 등은 번번이 뒷순위로 밀리고, 생계까지 떠안아야 하는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들이다.

지난 21일 만난 김지연(가명·31)씨는 2년 전 4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시각장애가 있던 아버지가 전립선암 말기 판정을 받으면서다. 암은 척추까지 전이됐고, 의사는 남은 시간이 1~2년 정도라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어머니마저 사고를 당했다. 지게차에 끼여 뼈가 분쇄되는 중상을 입었다. 결국 부모 두 명의 돌봄은 김씨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김씨의 하루는 부모를 돌보는 일에 맞춰 흘러간다. 밤에는 부모와 함께 자며 중간중간 화장실에 가는 것을 돕는다. 오전 8시께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틈틈이 취업 공부를 하지만 오래 집중하기는 어렵다. 부모가 부르거나 복지기관에서 행정 연락이 올 수 있어 수시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세 끼 식사를 챙기고 병원에 동행하는 것은 물론 복지 신청을 위한 서류 제출과 기관 연락도 모두 김씨 몫이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취업 준비에 쓸 시간은 거의 남지 않는다.
[서울=뉴시스] 김나연 수습기자 = 가족돌봄청년 김지연(가명)씨가 21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한 뒤 가족 식사를 챙기러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6.08.25. naninani@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나연 수습기자 = 가족돌봄청년 김지연(가명)씨가 21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한 뒤 가족 식사를 챙기러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6.08.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생활비 일부를 국가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김씨가 직장 생활을 하며 모아둔 저축에서 나갔다. 저축마저 거의 바닥난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6시간씩 카페에서 일해 월 55만원가량을 번다. 여기에 부모의 병원비와 치료비도 계속 들어간다.

김씨는 "혼자서 3인분을 벌어야 하니까 안정적인 수입이 너무 절실하다"며 "돈을 벌어야 하는데 바로 취업하기도 힘드니 무섭다"고 했다.

김씨가 취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은 '시간'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공부만 하면서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그것조차 부럽다"며 "돌봄을 하다 보면 영어 성적이나 자격증을 따는 게 뒷순위로 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돌봄은 김씨의 직업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력이 있는 회계·세무 분야에 다시 취업하고 싶지만 경력 단절 탓에 면접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준비 중인 직업은 지상직 승무원이다. 3교대로 일하면 평일에 시간을 내 부모의 병원 동행이나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족 돌봄으로 자신의 시간을 잃는 청년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13~34세 인구 가운데 1.3%인 15만3044명이 가족돌봄청년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25~34세가 55.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연령대 가족돌봄청년의 미취업 비율은 29.3%로, 가족을 돌보지 않는 같은 연령대 청년보다 4.3%포인트 높았다. 가족돌봄청년의 41.2%는 직접 돌봄과 경제적 부양까지 동시에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에 나가야 할 세대가 돌봄에 묶여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돌봄으로 인한 공백이 청년들의 미래까지 잠식한다는 점이다. 김씨 역시 취업뿐 아니라 자신의 노후와 결혼까지 걱정하고 있다. 김씨는 "가장 걱정되는 건 부모님 노후를 넘어 제 노후"라며 "결혼도 항상 꿈꿨지만 지금은 엄두도 안 낸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나연 수습기자 =가족돌봄청년 김지연(가명)씨가 21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부모님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2026.08.25. naninani@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나연 수습기자 =가족돌봄청년 김지연(가명)씨가 21일 서울 관악구 낙성대역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부모님 얘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 2026.08.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가족돌봄청년의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금·바우처형인 자기돌봄비와 자기돌봄서비스 바우처를 비롯해 가족돌봄휴가, 청년미래센터 상담·사례관리, 긴급돌봄·일상돌봄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돌봄 지원 시간이나 기간이 제한적인 데다 일부 서비스는 유료여서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청년들의 부담을 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씨 역시 늘어난 지원책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사돌봄서비스는 유료라 한 푼이 아까운 상황에서 이용하기 어렵다"며 "지원 사업 개수는 늘었지만 중복 지원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은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올해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자기돌봄비'를 받은 뒤 서울시 '청년수당'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민간단체인 유한재단의 자기돌봄비 지원 사업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문가들은 단편적인 현금 지원이나 상담을 넘어 가족돌봄청년에게 실질적인 '시간'을 돌려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선숙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돌봄을 지원할 때는 연계해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대신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도움을 신청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복지 정책 상당수는 신청자가 정해진 기한 내 직접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신청주의에 기반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직접 돌봐주는 게 아니라면 돌봄 부담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가정마다 사정이 제각각이라 일률적인 현금·상담 지원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돌봄으로 생긴 경력 공백을 인정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교수는 "누구를 돌보는 것도 경력으로 쳐주고 지자체가 보증하는 방안도 있다"며 "돌봄은 중요한 덕목인데 인정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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