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 20주기④]전문가들 "건축물 붕괴 안전조치 필요성 여전"

삼풍백화점 붕괴는 세계적으로도 대형 건축물사고 기록에서 인명피해 부문 상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2001년 미국의 세계무역빌딩이 무너진 것(2763명 사망)이고 2위는 2001년 방글라데시의 라나 프라자 공장건물 붕괴사고(1100명 사망, 2500명 부상)다.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지하 4층, 옥상 부대시설을 갖춘, 2개 동(棟)으로 이뤄진 건물로 1989년 말 완공됐다. 설계 당시에는 종합상가 용도로 설계됐으나 별도의 정밀진단 없이 백화점 용도로 바뀌었다.
완공 이후에도 무리한 증축공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 1994년 11월 위법건축물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설물안전진단협회 나경준 감사는 당시 붕괴사고를 촉발한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건물 준공 이후 내부 리노베이션으로 인한 무분별한 하중 증가, 둘째는 붕괴 징후를 파악하고도 상황을 회피, 붕괴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 감사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겪으면서 제정된 법률이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이다"며 "시특법을 20년 간 운용한 결과 주요 국가기반시설물인 1·2종 시설물의 안전성은 상당부분 확보됐고 이후 유지관리 차원의 대형 사고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공중인 시설물의 붕괴사고 및 안전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법에서 안전진단 대상으로 의무화하지 않은 종외시설물, 소규모시설물 및 개인소유의 재난 시설물들에 대한 안전조치 필요성은 이미 대두됐거나 향후 대처해야할 부분으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또 시공사가 공사 중에 안전점검 용역을 발주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감사는 "공사현장의 안전과 품질을 확인하는 안전점검 발주대가가 공사비에 포함되면서 시공사가 발주자인 것처럼 비춰지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이는 객관성 있는 안전점검과 부실에 대한 철저한 지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 중 안전점검에 대한 발주를 시공사가 아닌 발주자가 직접하도록 변경한다면 현장의 안전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엔지니어링으로 불리는 건설기술용역(설계·감리·진단 등)에 대한 적정한 용역비 지급도 필요하다"며 "해당 비용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많은데 적정한 대가를 주지 않고 책임만 지우는 비상식적인 용역 발주는 설계-시공-유지관리의 부실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감사는 "국토교통부는 건설기술용역의 대가기준이 적정한지 주기적으로 판단하고 감시해야 한다"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발주처에 책임을 지우는 쌍벌규정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건축물 안전을 위해 건축법과 건축사법 개정 등 현실적인 법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서울경찰청 소속 원인규명 감정단 위원이었던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국내 건축법은 건축 각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디자인 전문가인 건축사가 구조안전을 포함한 모든 건축설계를 독점하도록 돼 있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1962년 조항 신설 후 1975년 건축구조기술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수정되지 않았다"며 "건축사가 구조안전설계전문가인 구조기술사에게 하청을 주면서 디자인이 '갑'이고 안전이 '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법 개정이 밥그릇 싸움처럼 여겨지지만 안전 문제라는 점을 유념해야한다"며 "구조기술사가 설계·감리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보완해 안전과 디자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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