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측 참고인, '기탁금 입후보 규제' 발언 눈길…헌재, 국회의원 기탁금 공개변론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14일 오후 공직선거법 제56조 제1항 제2호 등 위헌확인을 위한 공개변론을 위해 헌재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2016.07.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 기탁금 1500만원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내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을 둘러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 참고인이 "기탁금제도는 입후보에 대한 규제 측면이 있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14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중앙선관위 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음선필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기탁금이 '진실성보증금' 내지 '난립제재금'으로서 필요성은 크지 않은 반면 사실상 진입장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탁금 제도가 입후보 억지효과가 어느 정도 있더라도 주로 청년 등 경제적 약자에게 작용해 결과적으로 이들을 차별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박한철 헌재소장은 "중앙선관위 측과 의견을 나눴느냐"고 물었고, 음 교수는 "의견을 나누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 헌재소장은 이해관계인 측인 신우용 중앙선거관위 법제과장에게 중앙선관위도 기탁금 제도가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하는지 재차 확인했다.
신 과장은 "중앙선관위는 기탁금 존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개인 의견임을 밝히며 "기탁금 금액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는 본다"며 "기탁금 존폐나 적정 범위에 대해서 (중앙선관위)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공개변론 말미에 나온 음 교수 등의 이 같은 발언은 합헌을 주장하는 중앙선관위 측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날 헌재는 오후 2시부터 공선법 제56조1항 제2호와 제79조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고 청구인 측과 이해관계인, 참고인들의 입장을 들었다.
공선법 제56조1항 제2호는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을 신청하는 자는 후보자 1명마다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15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79조1항은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선거운동기간 중에 소속 정당의 정강·정책 등 필요한 사항을 홍보하기 위해 공개장소에서 연설·대담을 할 수 하면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는 제외했다.
청구인 측 대리인인 박성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기탁금 조항은 과다한 액수를 후보자 등록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이를 낼 재력이 부족한 사람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게 되므로 청구인들의 공무담임권과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탁금 제도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추측일 뿐이고 실제 후보 난립을 방지하는 효과가 없다"며 "연구에 따르면 기탁금 제도와 후보자 숫자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기탁금 제도가 저소득층, 청년, 군소정당에만 과도한 제한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만일 신생정당이 253개 지역구에 후보를 낸다면 총 37억9500만원이 필요하다"며 "2015년 정부통계 평균임금을 받는 사람이 평균 순저축률만큼 모은다면 5년 10개월이 걸려 경제력으로 장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측 의견을 밝힌 신 과장은 "기탁금 제도는 무분별한 후보자 난립을 막고 선거의 과열·혼탁 방지, 민주적 정당성과 정치적 안정 확보, 후보자의 성실성 담보 등에 취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선거에서 후보자 1인당 1500만원인 기탁금 액수는 근로자의 임금소득에 비춰 과다하지 않으므로, 기탁금조항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중앙선관위 측 입장을 밝혔다.
신 과장은 또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공개장소에서 선거 연설이나 대담을 할 수 없도록 한 공선법 조항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는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하는 정당에 대한 선거"라며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허용되는 모든 선거운동 방법이 허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에게는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허용되지 않는 방송광고 등 다른 방법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연설 등 금지조항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측 변론을 들은 안창호 재판관은 청구인 측에 "관련법에서 정당은 중앙당 외 5개의 시·도당을 갖추고 각 시·도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총 5000명을 확보할 수 있다"며 "후보자 1명당 (기탁금이) 1500만원이라면 당원 1명이 3000원을 부담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럴 경우 기탁금 액수가 과연 많다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박 변호사는 질문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신생정당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며 "그 비용을 기탁금으로 낸다면 다른 정책에 쓸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박 헌재소장도 중앙선관위 측에 "선진국은 기탁금이 상징적인 금액에 불과하고 일본과 우리나라만 액수가 큰 것 같다"며 "기탁금 산정 기준이 무엇이냐"고 질문했지만, 신 과장은 "기준에 대해 정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날 박 변호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기탁금은 영국 94만원, 호주 27만원, 캐나다 86만원, 뉴질랜드 16만원 등 대부분이 100만원 미만이다. 일본이 3200만원으로 우리나라보다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답변을 들은 박 헌재소장은 기준이 확인되면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구인 측에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녹색당과 기존 정당을 비교할 수 있을 만한 자료를 요구했다.
한편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참석한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국회의원 입후보자 수는 정치인들이 경쟁을 통해 자율적인 조절이 이뤄져야 함에도 기탁금 조항은 과다한 금액을 진입장벽으로 만들어 후보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청구인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공개장소에서 연설 등을 금지한 조항도 자신의 신념이나 정견을 유권자에게 전달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으로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13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국회의원후보자로 추천된 청구인들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후보자 1명마다 기탁금 1500만원을 내도록 규정한 공선법 조항이 "공무담임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특히 이들은 신생정당 등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재력이 부족한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기탁금은 입후보에 대한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는 공개장소에서 선거연설을 할 수 없도록 한 조항과 호별 방문을 금지한 공선법 조항도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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