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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졸업생이다" 한마디에 똟린 학교…방배초 인질극 전말

등록 2018.04.02 18: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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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인질극을 벌여 체포된 양모씨가 방배경찰서로 이송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4.0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인질극을 벌여 체포된 양모씨가 방배경찰서로 이송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04.02. [email protected]

"졸업증명서 떼러 왔다"는 말에 학교 무사 통과
양씨, 여학생 붙잡고 "기자 불러달라"며 인질극
경찰에 요구한 물 마시던 중 간질 증세로 덜미
피해 학생 퇴원…추후 외상 후 스트레스 확인
학부모들 "이게 무슨 일이야" 놀란 가슴 쓸어
경찰, 범행동기 등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 예정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대낮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20대가 무단으로 침입해 인질극을 벌였다.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방배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인질극을 벌인 양모(25)씨가 정문에서 행정관까지 접근하는 데는 단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경찰과 방배초등학교에 따르면 양씨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학교 졸업생이다.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며 민원인으로 접근했다. 학교 보안관은 양씨의 말을 믿고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올 때 써야 하는 출입기록을 받지 않았다. 신분증을 받는 과정도 생략했다.

 학교 측은 매뉴얼을 어긴 사실을 인정했다. 보안관은 "졸업생이라 출입기록을 적지 않았다"고 밝히며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관이 양씨와 아는 사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양씨는 오전 11시33분께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학급 물품을 가지러 온 학생 6명 중 A(10·초등학교 4학년)양을 붙잡고 "미안하다"고 한 차례 말한 후 흉기를 들이댔다. 행정실 바로 옆에 자리잡은 교무실에는 여교사 1명과 행정직원 1명이 있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 한 남성이 침입해 4학년 여학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남성이 검거된 뒤 귀가하는 학생들 사이로 경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2018.04.02.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 한 남성이 침입해 4학년 여학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남성이 검거된 뒤 귀가하는 학생들 사이로 경찰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2018.04.02. [email protected]

양씨의 돌발행동에 설경수 교감은 "무슨 일 때문이냐", "말로 하자", "문제가 있으면 다 들어 줄테니 학생은 놔 달라"고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양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자를 불러달라"고만 요구했다.

 학교 측은 양씨가 설득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오전 11시47분께 112 신고를 받고 도착한 경찰은 양씨와 대치했다. 경찰은 범행 시각이 점심시간인 점 등을 이용해 양씨 설득에 나섰다.

 경찰은 낮 12시20분께 대치하고 있던 근처 책상을 통해 양씨에게 물을 건넸다. 이어 12시33분께에는 "점심 시간 때니깐 (피해자가) 배가 고플 수 있다"며 학생과 양씨가 먹을 빵 4개와 우유 2개를 책상 위에 올렸다. 양씨가 우유를 따르기 위해 칼을 잠시 내려 놓는 사이 경찰이 업무용 노트로 칼을 쳤다. 이후 양씨를 제압, 약 1시간 만에 검거에 성공했다.

 간질 증세를 보이던 양씨는 112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A양도 부모와 함께 서울 인근 병원을 찾았다. A양은 현재 외상 등 다른 증상은 없는 상태로 퇴원했다. 다만 병원 측은 추후 A양을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을 살펴볼 예정이다.

 학교 측은 경찰과 협의 아래 학생들을 즉시 귀가 조치했다. 현재 전교생 심리치료를 하기 위해 경찰과 논의 중이다. 현장을 목격한 학생 5명에 대해서는 3일부터 심리치료를 시작한다.

 학교 측은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갈 시 거쳐야 하는 절차를 무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근무 중이던 보안관은 "양씨가 졸업생이고 나이가 젊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실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출입문 강화를 위해 후문을 폐쇄하고 정문만 개방할 예정이다. 또 일과 중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보안을 강화한다.

 대낮 인질극으로 인해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학부모들은 "경찰차가 깔려있어서 와 봤는데 무슨 일이냐"며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교문을 멍하게 쳐다봤다.

 오후 1시께 교문 앞에는 100여명의 학부모가 모여들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가 무사히 나오기를 기다리며 눈물을 흘렸다. 학부모들은 발을 구르며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떻게 이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냐"고 탄식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 한 남성이 침입해 4학년 여학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남성이 검거된 뒤 학생들이 귀가 하고 있다. 2018.04.02.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일 서울 방배초등학교에 한 남성이 침입해 4학년 여학생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남성이 검거된 뒤 학생들이 귀가 하고 있다. 2018.04.02. [email protected]

학교 보안관과 경찰의 인솔에 따라 정문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학부모의 품에 안겼다. 일부 학생들은 부모의 품에 안기자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다.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우리 아이는 왜 안나오냐"고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도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박모(12)군은 "오전 11시10분께 교실에 '문을 잠그고 커텐을 닫으라'는 방송이 나왔다"며 "인질범이 경찰 승합차를 타고 나가는 걸 봤는데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학부모 A(여)씨는 "한 엄마가 단톡방에 올린 인질극 글을 보고 놀라서 뛰어 왔다"며 "학교에서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간단한 치료를 마친 양씨를 병원에서 오후 4시55분께 경찰서로 이송했다.

 경찰서에 도착한 양씨는 기자들과 만나 "군에서 가혹행위, 부조리, 폭언, 협박 등으로 정신적으로 크게 압박을 받았고 질병을 얻었다"며 "전역 후 4년동안 국가보훈처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청와대, 국가보훈처, 서울시, 국민인권위원회 어디서도 나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피해자에게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양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동기 등을 조사 한 뒤 인질강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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