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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뇌절 코미디'에 열광하는 이유는?

등록 2023.05.31 16:35:51수정 2023.05.31 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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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케치코미디 유튜브 채널 '킥서비스'의 '난 환공포증 있어서 못 써' 영상의 한 장면.(출처 : 킥서비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스케치코미디 유튜브 채널 '킥서비스'의 '난 환공포증 있어서 못 써' 영상의 한 장면.(출처 : 킥서비스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뇌절'은 젊은 세대들이 가장 싫어하는 행태 중 하나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1절, 2절에 그치지 않고 지겹게 반복한다는 뜻의 이 신조어는 눈치 없고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사람을 저격할 때 주로 사용된다. 당신이 철지난 유행어를 뒤늦게 배워 자랑스럽게 사용하거나 재미 없는 개그를 무한 반복한다면 '뇌절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상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밈(meme·유행 콘텐츠)'이 등장하고 트렌드가 빛의 속도로 바뀐다. 뇌절은 이런 유행에 민감하고 쏠림 현상이 심한 한국 사회의 특성이 만들어낸 단어인지도 모른다. 민트초코가 이슈가 되자 치킨, 소주, 떡, 햄버거 등 온갖 음식에 민초를 섞는게 유행처럼 번졌다. 'MZ 세대'라는 말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마치 지구상에 없었던 신인류가 등장한 것처럼 신기해하며 이 용어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은 이런 선을 넘는 행태에 염증 반응을 느낀다.

최근에는 극단적인 뇌절을 코미디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KBS 공채 개그맨 박진호(33)·정진하(32)의 스케치코미디 유튜브 채널 '킥서비스'는 앞으로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낸 상황극 콘텐츠를 만든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점점 수가 늘어나 10년 뒤엔 후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아진다. 치킨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메뉴판은 백과사전 수준으로 두꺼워진다. 음식점 냉장고는 평양냉면맛, 오이소박이맛, 간장게장맛 소주로 가득 차 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크리에이터 '킥서비스'(왼쪽부터 개그맨 정진하, 박진호)가 30일 서울 강서구 크리에이터 '킥서비스' 사무실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30.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크리에이터 '킥서비스'(왼쪽부터 개그맨 정진하, 박진호)가 30일 서울 강서구 크리에이터 '킥서비스' 사무실 인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30. [email protected]


누가 봐도 억지스럽고 선을 넘어버린 설정이지만 이런 콘텐츠는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의도적인 과장 속에 현재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고도로 발달한 뇌절은 예술과 구분할 수 없다'는 칭찬을 내놓는다. 지난해 초 '2032년 OO'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이 풍자 콘텐츠는 1년 이상 인기를 누리며 '2033년 OO' 시리즈로 이름을 바꿔 제작되고 있다.

정진하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10년 뒤라고 하면 적당한 미래 아닌가. 30~40년 뒤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와 같은 것들이라면 너무 현실과 멀어지며 공감이 안 되고 유치할 것 같았다. 적당한 기간이 10년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미 선을 넘어버린 만큼 뇌절 개그는 한계가 없이 진화 중이다. '뇌가 절단났다'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초월적인 창작물들이 큰 인기를 얻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코밈(KOMEME)'은 '뇌절시티'라는 숏폼 콘텐츠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유튜버다. 보통 숏폼 영상은 단편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코밈의 뇌절시티는 여러편의 숏폼이 연결되는 시리즈물이다. 뇌절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들과 코밈의 기존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뇌절시티에서 전쟁을 치른다는 스토리다.

한 편의 극이지만 대사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것처럼 맥락이 없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와 같은 인터넷 밈이 수시로 튀어나와 귀와 눈을 공격한다. 극의 전개가 매우 빨라 스토리를 따라잡기도 버겁다. 하지만 팬들은 코밈의 콘텐츠에 열광한다. 25편의 숏폼을 하나로 묶어 정주행할 수 있게 만든 롱폼 영상도 등장했다. '뇌절이 만들어낸 멋지고 아름다운 쇼츠', '뇌절은 예술'이라는 극찬까지 뒤따른다. 시청자들은 '뇌절의 시대'에 대한 불만감을 더 강한 코미디로 씻어내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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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Funny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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