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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게임, 중독 물질 아냐"…질병코드 도입 논쟁 해결되나

등록 2025.10.15 17:04:52수정 2025.10.15 18: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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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비판한 이재명 대통령, 게임 산업 지원·육성 기조 밝혀

6년째 표류 중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 재시작할 듯

게임업계 "낙인 벗고 성장 기회될 것" 기대감 속 의학계 반발 우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1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6년째 표류 중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쟁이 다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이 메시지를 사실상 정부의 정책 방향 신호로 받아들이며 질병코드 도입 논의가 이재명 정부 임기 중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5일 오전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주재한 게임업계 간담회에서 "(과거) 게임을 마약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해 (한국 게임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며 "문화산업의 중요한 한 부분이 게임산업"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크래프톤' 신작 게임 '인조이' 체험을 하고 있다. 2025.10.1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크래프톤' 신작 게임 '인조이' 체험을 하고 있다. 2025.10.15. [email protected]


현직 대통령이 게임 산업 현장에서 게임업계와 직접 간담회를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크래프톤 복합문화공간인 펍지 성수에서 이 대통령은 크래프톤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체험했다.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정욱 넥슨코리아 대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배태근 네오위즈 대표, 성준호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 등으로부터 게임업계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택진 대표는 주변 국가 간 게임 산업 경쟁이 심해진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통해 중소 게임사도 창의력을 증대할 기회가 생겼다며 게임이 산업으로서 진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욱 대표는 게임도 국가 전략 품목이 돼야 한다며 혁신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게임 중독 프레임, 중국 추월 불렀다"…정책 기조 전환 시사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1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15. [email protected]


이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 중 마지막 말이었다. 이 대통령은 "여러분도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중추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용기와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해 달라.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모두발언을 마쳤다.

앞서 이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가 마약, 도박, 알코올, 게임을 '4대 중독'으로 지정하며 게임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던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게임 산업 정책 지원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점을 언급하며 "당시에 정부의 기본적 마인드가 게임을 마약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해서 여기에 지원은커녕 억압 정책을 하는 바람에 당시 중국보다 우리가 앞서 있다가 갑자기 확 추월을 당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 동생이 만화 가게에서 안 나오면 잡으러 다녔는데 지금은 웹툰·애니메이션이 하나의 큰 산업이 돼 있지 않나. 이걸 억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제는 정책 방향도 바꾸고 부작용은 부작용대로 대처하고 해결하며 우리가 기회로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 논의 6년째 미해결, 李정부 임기서 해법 나오나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게임이용장애 도입은 업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며 "정부 차원의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게임이 중독 물질이 아니라며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는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ICD-11)' 채택으로 시작됐다. 한국 정부도 WHO 방침에 따라 한국표준질병분류(KCD)에 등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게임·콘텐츠업계와 의학계 의견이 첨예하다.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는 게임 과몰입이 일상생활, 건강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관리·치료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게임업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고 오히려 산업 낙인 효과만 키운다며 도입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자칫 질병코드 도입으로 한국 게임 산업이 '중독 산업'으로 낙인찍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점을 찾도록 유도하고 있으나 지난 2월 마지막 회의 후 합의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질병코드 도입 논의가 중단된 셈이다.

"게임은 수출 산업"…대통령 발언에 업계 기대감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올해 20주년을 맞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24'가 개막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지스타에는 44개국의 게임사 1375곳이 참가해 게임전시회를 비롯해 비즈니스 상담, 국제 게임 콘퍼런스(G-CON), 인디게임 시사회(쇼케이스), 지스타 게임 코스프레 어워즈(왕중왕전), 지스타컵 2024 등이 진행된다. 2024.11.14. 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올해 20주년을 맞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24'가 개막한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지스타에는 44개국의 게임사 1375곳이 참가해 게임전시회를 비롯해 비즈니스 상담, 국제 게임 콘퍼런스(G-CON), 인디게임 시사회(쇼케이스), 지스타 게임 코스프레 어워즈(왕중왕전), 지스타컵 2024 등이 진행된다. 2024.11.14. [email protected]


이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게임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크게 도움 되는 산업"이라며 "대한민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는 게임 수출이 진짜 진정한 수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을 단순 여가 콘텐츠가 아닌 국가 수출 주력산업으로 규정한 발언인 만큼 질병코드 논쟁에서 산업계 입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질병코드 도입 철회 등과 같은 선택을 내리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중독 물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만큼 향후 정부 논의에서도 게임을 질병이 아닌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학계 반발을 고려해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곧바로 질병코드 논의 종결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의학계의 입장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결론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대통령이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은 크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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