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비판·중러 관대·중동 이탈’…1기 때와 결별한 '트럼프 안보전략'
美 2025 NSS서 ‘민주주의보다 사업적 이익 우선’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이라는 외교 목표 실종”
유럽, ‘문명 소멸’ 모독에 반발
![[서울=뉴시스] 미국 백악관이 5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2025' 표지. 2025.12.08.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06/NISI20251206_0002011805_web.jpg?rnd=20251206094646)
[서울=뉴시스] 미국 백악관이 5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2025' 표지. 2025.12.0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종합적인 외교 안보 국방 전략을 담은 ‘2025 국가안보전략(NSS)’은 트럼프 1기의 NSS와도 결별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미국 우선’과 ‘경제적 이득’ 우선의 전략을 담고 있다.
‘민주주의보다 사업적 이익 우선’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대만의 중요성은 ‘반도체 생산기지와 해상 교통로’로 귀결되고 걸프 군주국들을 그들의 통치방식대로 인정하되 체제를 이유로 협박하는 것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백악관이 바라보는 세상은 미국이 막대한 권력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거나 자유를 위한 세계적 힘이라는 미국의 모습은 사라지면서 권위주의 국가나 권력자들은 미국에 어떤 돈줄이 되는 지로 판단되는 이익 중심적 외교 정책을 핵심 요소로 삼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외교정책에 주는 의미’라는 분석에서 핵 억지력을 강력히 지지하고 적대 세력이 주요 지역을 장악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국경 보안, 국내 제조업 활성화 등)을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통해 새로운 과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새로운 기술 군비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위한 비전도 제시했다고 봤다.
하지만 과거에 효과가 있었던 원칙, 일례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실용적인 증진을 거부하는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인 수정주의적 독재 정권의 위협과 그 상호 연관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점은 부족한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정책의 이념적, 실질적 변화
CSIS는 “매우 실용적이면서도 어쩌면 근시안적인 새로운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제시했다”며 “민주주의 의제는 분명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CSIS는 미국의 이기적인 선택은 훨씬 더 외롭고 약하며 분열된 미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유럽에 대해서는 진정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경종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포린어페어즈 잡지 등을 발행하는 외교관계협회(CFR)은 7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NSS의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CFR는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데 있어 미국의 역할을 제시했던 2022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NSS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용과 어조 모두에서 8년 전 트럼프 첫 임기 때 발표한 NSS등 과거 전략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2017년 NSS는 미국이 직면한 과제에 대한 포괄적인 그림과 해결 방안을 제시한 중요한 문서였으나 이번 NSS는 그러한 전략적 명확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번 NSS과 과거 ‘엘리트들’이라고 지칭하는 정책 담당자들이 국가 이익과 전략에 대한 규정이 애매모호하다고 비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경쟁이라는 외교 목표 실종
과거 민주 공화 양당의 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번영하는 규칙 기반 세계에 편입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이러한 시도는 순진했으며 안타깝게도 중국은 미국의 호의에 보답하지 않았다고 NSS는 비판했다.
CFR는 정책보다는 논쟁에 더 치중해 트럼프 행정부가 초당적 합의를 구축했던 중국 및 러시아와의 강대국 경쟁이라는 ‘북극성’같은 방향성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이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초기부터 주요 지정학적 경쟁자로 지목되었던 러시아보다 유럽의 오랜 동맹국들에게 더 강력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7일 “러시아는 미 NSS가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며 환영했다. 그는 “새 NSS는 이전 문서들과 달리 러시아를 적대국으로 지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8년 전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세계를 형성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대체하려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됐으나 이번 NSS로 그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CFR는 진단했다.
유럽, ‘문명 소멸’ 모독에 반발
버락 오바마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찰스 A. 쿠찬은 "전세계가 보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몇 몇 현직 및 전직 유럽 관리들은 유럽이 ‘문명의 소멸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는 NSS에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NSS는 “늦어도 수십 년 안에 일부 NATO 회원국이 대다수가 비유럽 국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미국은 이 대륙의 현재 궤적을 바로잡도록 돕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웨덴의 전 총리 칼 빌트는 X(옛 트위터)에 “그것은 크렘린의 기괴한 생각에서 나오는 말일 뿐”이라며 “이 문서가 미국을 유럽의 극우보다 더 오른쪽에 위치시킨다”고 비판했다.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지낸 제라르 아로도 X 게시물에서 “유럽에 대한 충격적인 부분은 극우 팸플릿처럼 읽힌다”며 “이 문서가 트럼프가 ‘유럽의 적’이라는 인식을 확인한다”고 비난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이 나토에서 가장 중요한 동맹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독일은 외부 조언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동·아프리카 접근법 변화
중동의 군주제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이 걸프 군주국들을 협박해 전통과 역사적 정부 형태를 버리도록 하는 잘못된 실험을 하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NSS는 “외부에서 강요하려 하지 말고 개혁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곳에서 언제 어디서든 장려하고 박수쳐야 한다”고 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NSS의 5가지 시사점’ 분석에서 중동의 경우 더 이상 미국의 최우선 전략적 우선 순위가 아니라고 전했다.
과거 이 지역을 매우 중요하게 만들었던 고려 사항인 에너지 생산과 광범위한 갈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NSS의 진단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자체 에너지 생산을 늘리면서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는 역사적 이유는 사라질 것이라고 NSS는 밝혔다.
NSS가 중동은 갈등이 가장 골치 아픈 문제였지만 이제 인공지능 등 투자의 원천이자 목적지가 될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알자지라는 의문을 나타냈다.
가자, 요르단강 서안, 레바논 등에서 중동은 여전히 위기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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