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대만 침공한 중국군에 미군 매번 진다"-NYT

등록 2025.12.09 08:59:58수정 2025.12.09 09:18: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최근 수년의 비밀 보고서 모의 전쟁 실험 결과

값비싸지만 취약한 무기에 과도하게 의존

무기 체계 생산 능력 취약 장기전 능력 쇠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9월3일 중국이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극초음속 미사일. 미군항공모함을 겨냥하는 무기다. jhope@newsis.com 2025.12.9.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9월3일 중국이 전승절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극초음속 미사일. 미군항공모함을 겨냥하는 무기다. [email protected] 2025.12.9.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값비싸고 취약한 무기 체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미군이 값싸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무기를 대량으로 배치해온 중국군과 충돌할 경우 매번 패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이날 미군의 혁신을 요구하는 시리즈 사설의 첫 번째 기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미군의 대응을 평가한 미 국방부 “군사 우위 보고서(overmatch brief)”를 인용해 그같이 보도했다. 다음은 사설 요약.
 
미 국방부 작전평가국(Office of Net Assessment)이 작성한 오버매치 브리프에는 중국이 미국의 전투기, 대형 군함,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나열하고 미군의 보급망 병목 지점도 제시돼 있다. 지금까지 보도된 적이 없는 보고서다.

보고서가 그려 내는 그림은 일관되면서도 섬뜩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11월 중국을 상대로 실시한 전쟁 모의실험에서 “우리는 매번 진다”고 말했다.

전 미 백악관 고위 안보 당국자는 2021년에 받은 국방부 오버매치 브리프에서도 “우리가 숨겨 둔 모든 비장의 수법들이 이중삼중의 중국 대비책에 맞닥트렸다”면서 크게 당황했었다고 고백했다.

오버매치 브리프의 평가는 대만을 둘러싼 충돌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미국의 적국은 값싸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무기를 대량으로 배치하는데, 미국은 값비싸지만 취약한 무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또 미군의 장기전 수행 능력이 수십 년에 걸쳐 쇠퇴했음도 드러난다.

냉전에서 승리한 지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 미군은 오늘날의 세계적 위협과 혁명적 기술에 제대로 대비되어 있지 않다.

어느 나라든 군사, 정치 지도자들은 하나의 가정과 전술 및 무기 체계에 길들여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1940년 마지노선을 사수하면 된다던 프랑스 군이 궤멸한 것이나 2022년 우크라이나를 대규모로 침공한 러시아 기갑부대가 미국이 지원한 재블린 미사일에 궤멸한 일이 그 사례다.

14709조 국방 예산 미군 약점 키우는데 낭비될 듯

미국이 바로 그런 처지에 놓일 위험에 처해 있다.

내년 미 국방비가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470조 원)를 넘을 예정이지만 예산의 많은 부분이 오히려 미군의 약점을 크게 만드는 능력들에 낭비될 것이다.

미 해군의 최신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 함은 10년이 넘는 건조 기간을 거쳐 2022년 실전 배치됐다. 첨단 원자로와 전자기식 항공기 이륙 장치를 갖췄다. 그러나 건조비용이 130억 달러(약 19조1035억 원)에 달한다. 포드에 탑재된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용기와 항공모함 방어에 필요한 호위 함대 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다.

이런 포드 함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취약하다. 중국은 음속 5배 속도의 극초음속 무기 600기를 비축한 상태다.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단 1기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 항공모함을 침몰시킬 수 있는 저소음 디젤-전기 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들은 한 둘이 아니다.

오버매치 브리프에 등장하는 전쟁 모의실험에서 포드 함 같은 항공모함들은 쉽게 격파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극초음속 미사일에 취약한 항공모함 9척 건조 계획

그런데도 미 해군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포드급 항공모함을 9척이나 더 건조할 계획이다.

중국은 미군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중국은 미 군사기지의 전력망, 통신 체계, 수자원 공급을 통제하는 컴퓨터 네트워크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왔다. 볼트 타이푼이라는 이름의 중국 해킹 조직이 유사시 미군의 무기와 병력 이동 능력을 위협할 것이다.

그런데도 미 사이버 안보 당국은 중국이 설치한 악성 프로그램을 제거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역대 미 정부들은 구식 전쟁 방식에 대한 투자를 고수해왔다. 의회와 국방부에 뿌리 깊은 관성이 한 가지 이유다.

1990년대 초 51개였던 미국의 방위산업체는 현재 5개 대기업 과점 체제가 됐다.

기존의 함정과 항공기, 미사일을 갈수록 비싼 값에 납품하는 것이 과점 구조를 차지한 대형 방위산업체들에 이익이 된다.

군 조직문화도 변화를 거부하는 요인 중 하나다.

고위 장성들은 자신들이 경력을 쌓아 온 기술과 전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2020년 해병대 사령관이 기동성을 높여 중국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운용과 유지가 어려운 전차를 없애기로 결정했으나 군 내부 조직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했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차가 얼마나 취약한 지가 드러나면서 해병대 사령관의 판단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정교한 무기 체계 대량 생산도, 대량 구매도 불가능

정교할수록 우수하다고 믿는 오류도 있다. 미국은 엄청나게 비싼 맞춤형 무기 체계에 의존해 왔다.

구소련이 비슷한 접근법을 택하던 시절에는 서방이 같은 방식으로 맞받아침으로써 소련을 재정적으로 몰락시키는 기여했다.

그러나 고도로 정밀한 값비싼 무기는 빠르게 대량 생산하거나 대규모로 구매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미 육군은 우크라이나처럼 대당 수백 달러짜리 소형 드론이 아니라, 더 정교한 드론을 대당 수만 달러를 들여 배치하려 한다. 이 드론은 생산 기간이 훨씬 길다.  

또 미국의 방위 산업체들은 포탄, 군함, 항공기 같은 기존 무기들을 빠르게 생산할 능력을 잃었다.

미국은 연초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데 고고도 요격미사일(THADD)  전체 비축량의 약 4분의 1을 쏟아 부었다. 불과 12일 동안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든 지금도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미군은 수십 년 동안 변화를 거부해 왔다.

헤그세스 현 국방장관은 관리 혼란, 장교 숙청, 정보 유출 사태를 초래해 사임해야 했지만 국내에 군을 배치하고 마약 단속 업무에 군을 동원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충성하며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이 군의 개혁 필요성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 러시아의 유럽 위협, 인공지능이 만드는 사이버 위협과 생물학적 위협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위협이다.

미국의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3.4% 수준으로 8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캐나다, 일본, 유럽 같은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의 산업 역량은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자원을 모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함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

미군 약점 보완 못하면 전쟁 억제도 어려워

궁극적으로 무엇보다 국방 예산을 계속 늘리기보다 더 현명하게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군의 힘을 상징하는 기존의 무기 체계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은 혁신과 적응, 낡은 가정을 타파하려는 의지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이 더 강한 군대를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이지,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적들이 우리의 약점을 노리기 전에 우리가 약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전쟁을 억제하기 어려워진다.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미국은 인류 역사상 자유와 번영이 가장 널리 퍼진 세계를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

서유럽, 일본, 한국은 모두 미국의 힘 덕분에 오늘날 부유한 민주 국가가 되었다.

전체주의 중국이 아시아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러시아가 유럽을 위협하는 세계는 미국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