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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못 받은 네 아이 아빠…"11만원 없어 태권도장 못 보내"(종합)

등록 2025.12.16 18:43:41수정 2025.12.16 19: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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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부, 양육비 이행지원 서비스 이용 당사자 등 의견 청취

올 7월 '선지급제' 시행…일부만 받아도 기준 미달 시 신청 가능

11월 말까지 총 54.5억 지급…자녀 연령 13~18세 가장 많아

"홍보 부족", "신청 과정 어려워", "지급 기준 넓혀야" 등 목소리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양육비 선지급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6.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정구창 성평등가족부 차관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양육비 선지급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50대 A씨(남성)는 지난 2016년 이혼하고 미성년 자녀 4명을 혼자 키우고 있다. 당시 아이 1인당 50만원의 양육비를 매달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지만, A씨의 전부인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재산 압류를 통해 밀린 양육비를 받아내고 싶었으나 새 아이가 생긴 것을 알고 소송도 그만뒀다. 생계를 위해 밤낮없이 일을 했으나 네 아이를 키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단돈 11만원이 없어 승급을 앞둔 아이를 태권도장에 보내지 못한 일도 있었다. A씨는 "그나마 국가에서 지급하는 한부모수당과 선지급 양육비로 170여만원을 받고 있다"며 "아이를 키우기에 여전히 부족한 금액이지만 항상 감사하다"고 전했다.

성평등부가족부가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A씨처럼 '양육비 선지급제' 등 양육비 이행지원 서비스를 실제 이용한 당사자와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현장소통 간담회를 개최했다.

성평등부는 지난 7월부터 양육자가 비양육자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 국가가 먼저 이를 지급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당초 신청 요건이 직전 3개월간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한 경우였지만, 9월부터는 일부 받더라도 그 평균금액이 선지급금(자녀 1인당 월 20만원)미만인 경우로 기준이 완화됐다.

11월 말 기준 누적 5963가구가 양육비 선지급을 신청했고, 3868가구(자녀 6129명)가 선지급 결정을 받았다. 54억5000만원 상당이다.

선지급이 결정된 3868가구를 보면 채권자(양육비를 받아야 하는 양육자)는 아버지가 471명(12.2%), 어머니가 3392명(87.7%)였다. 그 외 조부모 등 법정대리인은 5명(0.1%)이다.

선지급 받는 미성년 자녀 연령은 13세~18세(47.9%)가 가장 많았고, 7세~12세(42.1%), 0세~6세(10.0%) 순이었다.

또 선지급 이후 80가구의 채무자가 100만원 이상의 양육비를 지급했고, 이 중 9가구는 1000만원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A씨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양육비를 지급받거나 선지급제 승인을 받을 때까지의 소회와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나눴다.

B씨(40대·여성) 역시 A씨처럼 이혼 후 12세, 10세, 3세 등 3명의 미성년 자녀를 키우고 있다. 2023년 이혼 당시 전남편이 매월 자녀 1인당 7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받은 것은 2번, 그마저도 몇 개월마다 한 번씩 10만원 정도의 금액을 '찔끔' 주는 게 다였다.

시간제 일자리로 생계를 이어가며 아이들을 키우던 B씨는 올해 7월 양육비 선지급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선지급을 신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전남편이 일부 보냈던 10만원이 발목을 잡았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한 한부모만 선지급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B씨는 "아이 아빠도 돈을 안 주는데 정부에서 저를 지원해야 되는 의무는 없지만, 선지급금이라도 받으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텐데 마음이 무너졌다"고 전했다.

다행히 올해 9월부터 선지급제가 개선되면서 B씨처럼 '꼼수' 양육비를 받는 한부모가족에도 자녀 1인당 월 최대 20만원의 선지급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B씨는 "원래 받아야 할 돈에 비하면 적지만 사실 60만원(자녀 3명의 선지급금)도 없는 돈"이라며 "첫째가 이제 중학교에 입학하는데 갖고 싶어하던 가방을 사줄 수 있게 돼서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부의 양육비 이행지원제도를 이용한 사례자들이 16일 성평등가족부 간담회에 앞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16. (사진=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부의 양육비 이행지원제도를 이용한 사례자들이 16일 성평등가족부 간담회에 앞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16. (사진=성평등가족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씨는 현재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전남편에 대한 양육비 지급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는 "돈을 받아낼 수 있다는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고통 받고 방치돼 있다는 것을 알리는 수단으로 한다"고 말했다.

8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20대 C씨는 최근 들어 강화된 양육비 지급 미이행 제재 수단을 통해 전남편에게 밀린 양육비 4500만원을 받아냈다. 5년 전 이혼 후 연락을 피하던 전남편은 계속된 미지급으로 운전면허와 출국이 정지되자 전화를 걸어와 해결하자고 했다.

C씨는 "한 달 양육비가 30만원이었지만, 애매하게 줬다 안 줬다 했다"며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양육비 직접지급명령(급여에서 직접 양육비를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결정)도 받아내고 개인소송도 따로 진행했다. 하지만 감치나 과태료 판결을 받아도 공권력이 강제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더라"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마음이 아픈 것보다 왜 아이를 책임지지 않는지 분했다"면서도 "4~5년간 재판을 하니 지치고 힘들더라.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장래양육비까지 포함한 45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모두 양육비 선지급 신청 절차와 이행제도 관련 절차가 간소화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A씨는 "한부모인 게 알려지기 싫어서 제도를 알아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홍보가 되지 않는 것도 많다"며 "제도 홍보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또 한부모의 자식 부양에 대한 고통과 고뇌를 덜 수 있는 정신 상담 같은 것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B씨도 "복지서비스의 경우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목록이 뜨는데, 양육비 선지급제는 처리 단계를 알 수 없고 마냥 기다려야 했다"며 "양육비도 다른 복지서비스처럼 내가 신청 가능한 대상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C씨는 "소득에 따라 지원 대상이 달라지는데, 제가 소득이 오르니 한부모 지원 대상에서 아예 박탈이 되더라"며 "밥 벌어먹고 사는 데 괜찮은 것이지 여유로운 것은 아닌데 기준이 경계가 좀 모호한 것 같다. 소득기준이 보다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평등부는 이날 간담회에서 모아진 의견들을 폭넓게 논의한 뒤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한편 내년 1월부터는 선지급금 회수 절차가 시작된다. 성평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양육비 채무자에게 선지급금 납부를 통지하고 독촉한 뒤 이에 따르지 않는다면 성평등부 장관 승인을 통해 국세 강제징수의 예에 따라 징수할 예정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양육비 선지급제가 자녀의 안정적인 양육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겠다"며 "선지급제의 내실화를 위한 보완과 함께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 제재 조치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해, 한부모가족이 안심하고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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