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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전설 '불닭'…내 이름인데 내 것이라 부르지 못해 한숨

등록 2026.02.20 06:00:00수정 2026.02.20 08: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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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2012년 출시 이래 글로벌 누적 80억개 판매

'불닭' 명칭 상표권 보호 못 받아…해외 짝퉁 제품 골머리

"소비자 특정 제품 인식한다면 상표로서 기능 완성한 것"

"기업 장기간 쌓은 브랜드 가치 법적 보호체계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편승해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방 제품.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편승해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방 제품.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삼양식품이 수년간 공들여 키워온 '불닭'이 글로벌 시장에서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며 K-푸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그 이름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불닭'이 상표권 등록이 되지 않은 자연어로 분류되면서 사실상 '주인 없는 이름'처럼 취급되기 때문이다. 그 사이 해외 시장에서는 유사 브랜드와 상표 브로커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원조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불닭볶음면'으로 시작된 '불닭' 시리즈는 전 세계적인 '매운맛 챌린지' 문화를 만들어내며 K-푸드의 글로벌 확산을 이끌었다.

삼양식품이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은 지난해 누적 판매량 80억개를 돌파했다. 미국, 중국,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 100여국에 수출되며, K-푸드를 상징하는 대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불닭볶음면은 이 같은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매운맛 열풍에 편승한 이른바 '짝퉁' 제품에 골머리도 앓고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여행객이 불닭볶음면을 살펴보고 있다. 2025.03.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여행객이 불닭볶음면을 살펴보고 있다. 2025.03.05. [email protected]


법적으로는 '불닭'이라는 명칭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연어 혹은 요리명으로 해석되면서 상표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인구와 맞먹는 판매량을 자랑하며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정작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환경은 조성되지 못한 실정이다.

상표권 미확보는 이미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불닭의 패키지 디자인과 로고를 교묘하게 모방한 유사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Buldak' 명칭을 선점하려는 상표 브로커들의 시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 지식재산권(IP) 전문가들은 해외 소비자들이 'Buldak'을 특정 기업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만 자연어로 취급하는 것은 해외 위조·도용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방패를 스스로 내려놓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행 상표 등록 거절 논리가 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뉴시스] '불닭볶음면'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불법 복제 상품이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25일 알려져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 서경덕 페이스북 캡처 ) 2025.03.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불닭볶음면'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불법 복제 상품이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25일 알려져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진= 서경덕 페이스북 캡처 ) 2025.03.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불닭'이 자연어라는 이유만으로 등록을 부정하는 것은 상표법 제33조 제2항, 즉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이라는 규정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은영 엘리스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전 특허심판원 심판장)은 "상표 판단의 기준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소비자 인식의 실질에 있다"면서 "소비자가 특정 출처를 인식하고 있다면 이미 상표로서의 기능을 완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마케팅 학계 또한 브랜드는 이름 자체가 아니라 반복된 경험과 학습을 통해 형성된 인식의 결과물이라며, 소비자가 불닭을 요리가 아닌 특정 브랜드 경험으로 인식하는 순간 상표로 기능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 '불닭'의 상표 등록을 재심사해 K-푸드라는 국가적 자산을 지키기 위한 IP 인프라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기준 적용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확보해 기업이 장기간 쌓아 올린 노력과 브랜드 가치가 짝퉁과 모방에 의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법적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외국인이 불닭볶음면 제품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삼양식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외국인이 불닭볶음면 제품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삼양식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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