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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잘나가도 소비효과 제한적…한은 "파급경로 약화"

등록 2026.02.27 06:00:00수정 2026.02.27 06: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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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발간 경제전망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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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반도체 수출 호조와 주식시장 강세에 힘입어 올해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반도체 같은 일부 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구조적 특성 탓에, 경기 개선의 효과가 가계 소득과 소비로 퍼져나가는 힘은 과거보다 약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간한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지난해 하반기 큰 폭으로 반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은은 최근의 소비 흐름이 과거 두 가지 회복 유형의 특성을 동시에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위기 후 급반등형'이다. 위기 직후 소비가 빠르게 튀어 오르지만 오래가지 못하는 패턴으로, 실질소득 개선이나 민간의 자생적 회복 동력이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점진적 개선형'으로, 속도는 느리지만 거시경제 여건이 뒷받침되면서 회복세가 더 길게 유지되는 유형이다.

최근 흐름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외부 충격으로 크게 위축됐던 소비가 하반기 들어 소비심리 개선과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빠르게 반등했다. 여기에 거시경제 차원에서 회복을 지속시킬 만한 여건도 형성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문제는 이 여건이 실제 가계 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점이다. 소득 경로, 자산가격 경로, 기대 경로 등 세 가지 전달 통로가 모두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소득 경로부터 살펴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업종이 경기 개선을 주도하다 보니 그 혜택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가계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소득 분위별 한계소비성향(MPC)을 추정한 결과, 상위 20% 고소득층 가구의 MPC는 약 12%로 전체 평균인 약 18%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소득이 늘어도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덜 쓰는 경향이 있어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자산가격 경로도 약해졌다. 부동산의 경우, 집값이 올라도 대출을 함께 늘리는 방식으로 자산을 불리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부의 효과'가 제한된다. 주식 자산도 마찬가지다. 최근 증시가 반도체 기업 실적 기대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가계 입장에서는 평가이익이 늘었더라도 이를 안정적인 소득 증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식·채권·펀드자산의 MPC를 소득 분위별로 추정해보면 고소득층의 MPC가 약 0.8%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주가 상승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경제 전체의 소비 파급 효과가 희석되는 구조다.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 심리도 예전 회복기보다 위축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단기 경기 전망은 나아졌지만, 저출생·고령화 같은 구조적 문제가 중장기 성장에 대한 가계의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양준빈 한은 조사국 경기동향팀 과장은 "그간 누적된 금리인하 효과,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주식시장 및 소비심리 호조, 정부의 경기대응여력 확대 등은 향후 소비 회복세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다만 여건 개선의 소비 파급경로가 과거 대비 약화된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증가세는 과거 대비해서는 비교적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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