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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왜곡죄 의결, 대법은 침묵…내부선 "사법권 위축" 우려 여전

등록 2026.02.26 19:31:01수정 2026.02.26 19: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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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민주당 수정안 법 왜곡죄 도입 본회의 의결

조희대 대법원장·대법, 별도 입장 내지 않고 침묵

"판·검사 상대로 고소·고발 ↑…사법권 위축" 우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 왜곡죄 신설' 형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02.26.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 왜곡죄 신설' 형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0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형사 사건의 수사나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법령을 왜곡한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개정안이 26일 법조계 안팎의 우려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법부에서는 '법 왜곡'의 개념이 모호해 '길들이기'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판·검사들이 위축돼 적극적인 법 해석을 하지 못하게 되고 사건·재판 적체가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날 법왜곡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앞서 이날 출근길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형사 사건에서 재판이나 수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형벌이다. 이를 범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본회의 직전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해 발의한 수정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원안이 사법권의 독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구성요건을 고치고 범위를 좁혀 수정안을 냈다.

당초 원안은 민·형사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지만 의결된 수정안은 '형사 사건'으로만 범위를 좁혔다.

또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든 경우'라는 구성요건은 '볍령의 적용 요건 충족 여부를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 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행위'로 구체화했다. 또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재량적 판단'은 예외로 뒀다.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라는 요건은 없앴다.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 및 증거 인멸 등과 관련한 구성요건은 원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2.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2.25. [email protected]

그러나 전날 전국 법원장들은 임시회를 마치고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신속한 재판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법 왜곡죄는 과거 '사법농단' 사태 때에도 도입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민주당이 도입에 속도를 낸 배경에는 지귀연 부장판사 재판부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 등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직 판·검사들은 여당의 입법 의도가 사법 체계를 특정 사건에만 치중해 내놓은 처방으로, 다른 부작용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장들이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도 숙의 없는 법안 통과 강행을 우려한 배경이 여기 있다는 이야기다.

법조계에서는 갈수록 이념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수사·재판에 불만을 갖고 법 왜곡죄 혐의를 들어 고소·고발·진정이 난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로 인해 양심과 법률이 아닌 '처벌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여론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사법권 침해의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의결된 형법 개정안 중 법 왜곡죄 도입과 관련한 개정 조항들은 국무회의 공포 즉시 시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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