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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률 국립5·18민주묘지 소장 "살아있는 공간돼야"[인터뷰]

등록 2026.05.1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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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률 신임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 인터뷰

민주묘지 역할, '계승' 중점…추모관 개선 시급 과제

"오월영령들의 삶과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장소 돼야"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이경률 신임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이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6.05.13.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이경률 신임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이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6.05.13.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각 공간은 저마다의 특징이 있어야 합니다. 국립5·18민주묘지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희생자들의 이야기와 숭고한 정신이 미래세대에 계승되는 공간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경률(66) 국립5·18민주묘지 신임 관리사무소장은 14일 민주묘지의 역할에 대해 ‘계승’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광주에 산재한 5·18 관련 역사적 장소마다 각기 다른 상징성과 역할이 있는 만큼 민주묘지는 희생자들의 삶과 정신을 온전히 기억하고 미래세대에 전하는 중심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1980년 당시 전남대 신입생으로 5·18을 마주한 그는 오월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돌이켰다.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가 있었던 그해 5월21일 시위대 선두에 섰던 그는 쪽빛 하늘 아래 금남로를 지나던 리어카 위 피투성이 시신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 계엄군의 총소리가 들리자 그는 간신히 옆길로 몸을 피했다. 옛 YMCA와 진내과 쪽 골목으로 빠져 황금동 콜박스 부근까지 도망쳤다. 당시 주변 상인들은 간판을 뜯어다 허벅지에 총탄을 맞고 피를 흘리던 부상자들을 실어 날랐다. 스무 살 청년에게는 너무도 거대한 충격이었다.

5월27일 새벽에는 도청에서 흘러나오는 시민군의 방송을 들었지만 차마 도청으로 향하지 못했다. 해가 뜬 뒤 오전 8시30분께 도청에 발을 들였지만 이미 상황은 끝난 뒤였다. 피와 울음으로 가득했던 도청과 금남로에서 그는 좌절과 무력감 속에 '국가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평생의 질문을 품게 됐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그는 평생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왔다. 광주시 인권담당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복원협력·전시콘텐츠팀장,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등 5·18 관련 직책을 거쳐온 그는 "1980년 5월21일 희생된 시민들에게 살아있는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이경률 신임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이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6.05.13.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이경률 신임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이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6.05.13. [email protected]

소장으로서 민주영령을 예우하게 된 그는 민주묘지가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5·18 정신을 미래세대에 전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계승'에 주안점을 두고 묘역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묘역 참배나 봉사·의전 등 추모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청년 세대가 희생자들의 삶과 정신을 직접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노후화된 민주묘지 내 추모관 개선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현재 추모관은 지난 2007년 조성돼 2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 내부 전시 내용 가운데 일부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형·체험형 전시가 최근 흐름인 만큼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체험 프로그램 중심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토대로 묘역에 묻힌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방법 또한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생존 유공자들의 사후를 대비한 묘역 확충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유공자와 유가족들의 요구를 충분히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동시에 시민들과 국민들이 민주묘지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묘지는 독립·호국·민주주의의 정신을 잇는 공간이다. 추모객들이 해설을 듣고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전일빌딩과 옛 전남도청이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듯 민주묘지와 추모관 역시 오월영령들의 삶과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묘지는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국민주권의 시대를 열어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단순한 묘지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새기는 공간이어야 한다. 함께 참배하고 모두 그 뜻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이경률 신임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이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6.05.13.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이경률 신임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장이 13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6.05.1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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