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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삼전 직원…형 "성과급 부럽냐고? 허탈"[한국에 무슨 일이⑦]

등록 2026.05.18 05:02:00수정 2026.05.18 05: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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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파업에 엇갈린 반응

중소기업 재직자 "현실과 먼 이야기"

연대적 가치 실종에 부정적 의견도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05.18.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2026.05.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권혁진 강은정 기자 =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모(35)씨는 최근 어버이날 가족 모임에서 삼성전자에 다니는 동생과 파업 관련 대화를 나누다 깊은 허탈감을 느꼈다고 한다.

"국민들이 주식으로 캐리해주는 상황에서 왜 파업하느냐고 한마디했어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가 사상 초유의 총파업 위기에 직면하면서 산업계 전반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눈부신 성과를 이룬 노동자들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과 수억원대 성과급을 명문화하려는 상위 1%의 투쟁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영업이익 15% 성과급 배분,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오는 21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이는 99% 달하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성과배분제 도입 현황을 보면 300인 이상 기업의 도입률은 43.8%에 달한다. 1000명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46.2%로 절반에 더욱 가까워진다. 

하지만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도입률은 6.4%에 불과하다. 기업 규모에 따른 보상 체계 양극화가 노동 시장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씨는 "중소기업은 노조가 생기더라도 위원장과 대표가 심리적, 물리적인 거리도 가까우니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다"면서 "대기업은 노조의 힘도 있고 수많은 인원을 대체하기 어려우니 협상이 되겠지만 우리는 바로 다른 사람으로 바뀔까봐 말도 못 꺼낸다"고 토로했다.

30대 중견기업 재직자 박모씨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해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박씨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들이 많다"면서 "회사 측도 불만이 있으면 이직하라는 분위기가 좀 있다"고 귀띔했다.

경영 일선의 위기감도 상당하다. 55년째 공장을 운영 중인 이모(75)씨는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들도 산다. 실적이 좋으니 돈을 많이 달라고 할 수는 있지만 요구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철강업체 대표 안모(56)씨는 "중동전쟁으로 원자재비가 폭등하면서 지방 중소기업은 여름 휴가비도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현대자동차는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하는 이슈가 있으니 이해할 수 있는데 삼성전자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아내가 삼성전자에 다니는데 본인도 좀 과한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왼쪽 위부터 투쟁본부 정승원 국장, 이송이 부위원장, 최승호 위원장, 김재원 국장, 사진 오른쪽 위부터 삼성전자 박용인 사장, 한진만 사장, 전영현 부회장, 김용관 사장. (사진=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제공). 2026.05.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왼쪽 위부터 투쟁본부 정승원 국장, 이송이 부위원장, 최승호 위원장, 김재원 국장, 사진 오른쪽 위부터 삼성전자 박용인 사장, 한진만 사장, 전영현 부회장, 김용관 사장. (사진=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제공). 2026.05.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 노동운동의 핵심 가치는 '연대성'이었다.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나로 뭉쳤고, 한 업종의 승리가 전체 노동자의 권익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다.

이번 투쟁이 앞선 제조업 파업들에 비해 더 큰 부정적 여론과 마주하게 된 이유로는 대중의 생각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성과급 규모와 내부 결속력 다지기 실패가 거론된다.

특히 파업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노조 내 디바이스솔루션(DS)과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간 갈등은 파업의 명분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법이라는 게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이번 요구는 연대적 가치가 실종되면서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모습으로 비쳐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회사 운영 주체는 주주들이고, 통상 임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더 줄지는 주주들의 의사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영업이익을 성과급의 기준으로 책정해 달라는 노조의 주장이 상법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논란이 되는 건 성과 인센티브인데 목표 인센티브는 통상 임금이 맞지만 성과 인센티브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면서 "성과 인센티브는 사후 분배로, 이는 영업이익이 아닌 당기 순이익에서 가져가라는 의미다. 이게 제도화가 된다면 통상임금으로 묶여 결손이 나더라도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라인이 멈출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큰 만큼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긴급조정권 발동 시 노조는 30일간 파업을 중단해야 한다.

권 교수는 "삼성전자가, 특히 반도체가 멈추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정부가 최대한 끝까지 노력하겠지만, 그럼에도 조정이 되지 않는다면 긴급조정권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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