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시달리던 경찰관 숨지자…경찰, 정신의료 지원 강화
5년간 극단선택 116명·정신건강 원인 최다
상담 넘어 치료·복귀 연계 체계 재설계 추진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경찰청이 상담 위주로 운영해 온 경찰관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전문의 치료 연계 방식으로 전면 재설계한다. 사진은 지난 2024년 6월 1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쌍암동 일대 번화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첨단지구대원들이 순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2024.06.11.hyein0342@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6/11/NISI20240611_0020375047_web.jpg?rnd=20240611235349)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경찰청이 상담 위주로 운영해 온 경찰관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전문의 치료 연계 방식으로 전면 재설계한다. 사진은 지난 2024년 6월 1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쌍암동 일대 번화가에서 광주경찰청 기동순찰대와 첨단지구대원들이 순찰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email protected]
2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기존 마음동행센터 상담 중심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PTSD·우울증·수면장애 등을 겪는 경찰관이 전문 의료기관의 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재설계하고 있다. 예방·선별·치료·치유를 잇는 단계별 체계 구축이 골자다. 경찰은 이를 위해 최근 '경찰관 정신건강 케어 모델 고도화' 연구용역에도 착수했다.
그동안 경찰은 전국 마음동행센터 운영과 스트레스 고위험 부서 대상 정기 상담, 충격 사건 노출 시 긴급 심리지원 등을 중심으로 정책을 펴왔다. 긴급 심리지원은 타인의 사망을 직접 목격하거나 본인 생명에 직접적 위협을 받은 경찰관을 대상으로 상담사가 해당 관서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최대 4회로 제한돼 있다. 관련 예산도 2024년 44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46억9000만원, 올해 60억7000만원으로 증액 추세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상담 기록의 조직 내 유출 우려, 인사 불이익에 대한 불안감, 교대근무로 인한 시간 확보 곤란 등의 지적이 지속 제기돼 왔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조직 내에 알려질 경우 승진이나 보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경찰관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상담이나 치료를 회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8일 광주에서 2024년 흉기 피습 사건으로 부상을 입은 뒤 PTSD와 우울 증상에 시달리던 50대 경감이 숨지면서 이 같은 고민은 더욱 커졌다. 해당 경감은 사건 이후 긴급 심리지원 대상자로 분류돼 상담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담까지 받았음에도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문 치료 연계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기마음돌봄 대상도 2022년 50대 경감·경위에서 2023·2024년 40대 및 신임 3년 이내, 2025년 통합수사팀·여청내근·교통청문민원실 등으로 매년 달라져 일관된 체계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은 총 116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22명 ▲2025년 25명이다.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6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0~2024년 경찰관 극단선택의 추정 원인 가운데 정신건강 문제가 48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정문제(44명), 직장문제(31명), 경제문제(31명)를 웃도는 수치다.
정신질환 관련 공무상 재해(공상) 신청은 2020년 3명에서 2024년 20명으로, 승인 건수는 같은 기간 2명에서 15명으로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마음동행센터 이용 인원은 2021년 9940명(상담 2만1881회)에서 2025년 1만7024명(상담 3만9119회)으로 늘었다. 상담 인프라는 확대됐지만 극단선택은 줄지 않은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위험 환경에 상시 노출되는 직군의 특성을 고려한 전문 치료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백명재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외부 노출 부담 없이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 교수는 "흉기 피습 등 치명적 공격을 당한 경우 PTSD 유병률이 20~30%에 달하고, 경찰처럼 위험 업무를 지속해야 하는 직군은 추가 노출로 인한 재발 위험도 크다"며 "본인이 진료나 상담 받는 것이 조직에 노출되지 않고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관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소방공무원은 복지법·시행령·훈령(소방공무원 보건안전관리규정)까지 3단계 법적 근거를 갖춘 반면, 경찰은 복지법 제8조와 시행령 제6조만 있고 훈령이 없다. 소방·군 등 유사 직군의 정신건강 지원 사례도 이번 연구용역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상담뿐 아니라 전문 의료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며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를 개선해 감기처럼 자연스럽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지원 체계를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고위험군 선별 기준과 사후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충격 사건 발생 시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위기상담 프로토콜 및 치료·복귀 단계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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