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시신 거의 없어" PTSD 겪는 과학수사관…경찰 '생명안전망' 구축
PTSD 자가진단 도입·수시 건강검진 지원
13년에 1번 받던 심리교육 3년 주기 확대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경찰 과학수사대. 2026.04.13. leeyj257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13/NISI20260413_0021244739_web.jpg?rnd=20260413133430)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경찰 과학수사대. 2026.04.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을 담당하는 과학수사관들을 위한 생명안전망 구축이 추진된다. 대형 재난과 강력사건 현장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해물질 노출 위험에 시달리는 과학수사관들의 정신·신체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과학수사관을 대상으로 PTSD 자가진단 시스템 구축, 직무만족도 패널 연구, 심리역량 강화 교육 확대, 수시 특수건강진단 지원 등을 포함한 종합 생명안전망 구축에 나선다.
이번 대책은 최근 출범한 '경찰동료 생명지킴 TF'와 연계해 마련됐다. 경찰은 8월부터 과학수사 업무시스템(SCAS+)에 PTSD 자가진단 기능을 탑재해 과학수사관들이 평소 사용하는 업무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정신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과학수사관만을 대상으로 한 직무만족도 패널연구도 새롭게 추진한다. 기존에도 경찰관 대상 직무만족도 조사는 있었지만 과학수사관만을 별도로 추적 조사하는 연구는 처음이다. 경찰은 직무 불만족 요인을 장기간 분석해 정신건강 정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연간 120명 수준인 심리역량 강화 워크숍도 확대한다. 전국 과학수사관은 약 1800명 규모지만 현재 교육 규모로는 1인당 평균 참석 주기가 13.4년에 달한다. 경찰은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참석 주기를 3년 수준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대형 화재, 부패 변사, 화학물질 노출 등 고위험 현장에 투입된 과학수사관에게는 수시 특수건강진단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신 수습·신원 확인·유가족 응대…누적되는 외상
실제 경찰청이 지난해 발주한 연구용역인 '대형 재난사고에 투입된 과학수사관의 심리적 응급처치 프로토콜'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투입된 과학수사관들은 처참한 시신 수습과 유가족 응대 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9년 경력의 한 과학수사관은 연구진과의 면담에서 "거의 온전한 시신이 없었다"며 "불에 타고 찢어지고 뭉개진 시신들을 보며 지금까지 경험한 사건 현장 중 가장 처참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과학수사관은 "유족들에게 시신을 확인시켜 드리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며 "유가족들이 우는 모습을 보자 일이라고 생각하며 눌러놨던 감정이 무너졌다"고 답했다. 다른 과학수사관도 "신원 확인 후 유가족에게 직접 설명해야 했는데 너무 심하게 우시는 모습을 보고 같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신원 확인 과정에서의 압박감도 상당했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수사관들은 "다른 사람의 시신을 잘못 인도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DNA 번호 하나도 틀려선 안 된다는 생각에 18시간 동안 물만 마시며 작업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이 파노라마처럼"…참사 뒤에도 후유증 극심
해당 연구용역에서 전국 과학수사관 735명을 조사한 결과 12.5%가 임상적 수준의 PTSD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PTSD 또는 우울·불안·자살위험 등 정신건강 문제를 하나 이상 경험한 비율은 20.7%였다.
특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투입된 과학수사관의 PTSD 유병률은 17.6%, 고위험군 비율은 24.0%로 비투입 인력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과학수사관들이 대규모 시신 목격과 접촉, 유가족 대응 과정에서의 감정이입, 실수에 대한 압박감, 과중한 업무량, 열악한 작업 환경, 시신 부패 냄새 등에 반복적으로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단일 사건보다 변사·강력사건·재난 현장을 수년간 반복 경험하는 누적 외상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유해 수색이 진행된 무안공항 현장에서 중금속인 카드뮴 검출 논란이 불거지며 과학수사관들의 신체 건강 관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당시 수색 작업은 안전성 조사 등을 위해 일시 중단됐고, 수색 참여 인력에 대한 건강검진도 실시됐다.
경찰 관계자는 "과학수사관들은 평소에도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직군"이라며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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