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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속된다'…우크라 시민들, 전쟁 위협에도 일상 지속

등록 2022.01.25 15:51:31수정 2022.01.25 15: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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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쇼핑·영화관람…가볍게 비상 계획 논의

'대피' 가족 권유에 "키예프서 죽겠다" 거부하기도

정부 관리들은 식량 비축·대피 준비 전언도 나와

[모스크바=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용차량이 벨라루스에서 열리는 러시아-벨라루스 합동군사훈련 참가를 위해 철도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다음 달 열리는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병력을 벨라루스로 파견했다. 2022.01.25.

[모스크바=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용차량이 벨라루스에서 열리는 러시아-벨라루스 합동군사훈련 참가를 위해 철도로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다음 달 열리는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병력을 벨라루스로 파견했다. 2022.01.25.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전운이 감돌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이 러시아의 침공 위협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삶을 지속하고 있다고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간) 분위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 수도 키예프의 풍경은 여느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전쟁 위협 때문에 현지 외교관 가족과 비필수 인력을 철수하겠다는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의 발표가 잇따랐지만 상점과 카페가 붐비는 등 공황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키예프 고급 마켓인 포딜 거리에선 사람들이 축제 불빛을 받으며 거리를 거닐고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일상이 이어졌다. 극장에선 우크라 청소년들의 삶을 다룬 영화를 관람하기 모인 사람들이 긴 대기 행렬을 이뤘다.

하르키우 주의 한 이발소에서 일하는 시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나의 고향을 점령할 방법은 없다.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발소는 평소처럼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여느 때와 같이 수다를 떨며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계획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국립영화보관소의 한 관계자는 주말에 어머니와 커피를 마시며 이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면서도 "어머니가 말하길,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한테 뭘 원하겠는가. 그것은 하나의 관점일 뿐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침착하지 않지만, 삶은 계속된다. 우리는 전쟁에 대해서도 생각하지만 일도 해야 하고 즐거움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군사 행동을 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지 문화부에 문의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면서 평소처럼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여성은 키예프에서 벗어나 있도록 부모님을 설득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는 (다른 지역으로) 가기를 거부했다.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키예프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 정부는 시민들에게 당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외무부는 키예프 주재 대사관 직원 일부나 가족을 철수키로 한 미국과 영국의 결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불안을 조장하고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 접경 병력 증강 배치는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다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도 지난주 연설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침공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 분쟁을 촉발한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이러한 위험은 1년 넘게 지속돼 왔다. 그들이 더욱 커진 것은 아니다"고 했다.
[민스크=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장갑차가 벨라루스에 도착한 후 철도에서 운전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의 병력을 증강하기 위해 다수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파견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에 대해 양국 연합 군사훈련을 위해 러시아 군대가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2022.01.20.

[민스크=AP/뉴시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장갑차가 벨라루스에 도착한 후 철도에서 운전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의 병력을 증강하기 위해 다수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벨라루스에 파견했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에 대해 양국 연합 군사훈련을 위해 러시아 군대가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2022.01.20.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예프의 분위기가 최근 며칠 동안 어두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한 전직 관리는 2주 전만 해도 "허구적인 TV 시나리오"라고 평가했지만 지금은 같은 정부 당국자들은 조용히 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고 식량을 비축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합법적인 무기를 소지하고 있고 싸울 것"이라며 자신은 아내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전쟁이 발발할 시 대처에 대한 기사도 공유되고 있다. 총격이 벌어지면 땅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거나 집 안에 있을 경우 욕조나 지하실에 몸을 숨길 것을 권장하는 내용 등이다.

우크라를 둘러싼 서방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감은 최근 며칠 간 급격히 악화해 전쟁 위협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은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를 침공할 수 있다며 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에 '꼭두각시 정권'을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키예프를 타깃으로 기습 공격(전격전)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침공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러시아 및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면서 우크라를 사실상 포위하는 등 위협하고 있다. 이에 미국 등 나토는 우크라와 인근 나토 회원국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 배치했고 추가 지원에도 나설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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