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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으로 다시 태어난 효명세자…김재덕 안무 "조선 스타일의 시작"

등록 2026.05.19 21:03:20수정 2026.05.19 22: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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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정재 만난 현대무용, '조선 스타일'로 부활

김재덕 안무·유태평양 작창·임지민 연출

국립창극단 신작, 내달 23~28일 공연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시연회가 열렸다. 효명세자 역을 맡은 이광복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시연회가 열렸다. 효명세자 역을 맡은 이광복이 열연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손에 색동 한삼을 끼고 춤을 추는 기생들. 고풍스러운 전통 춤을 선보이는가 싶더니, 곧이어 현대적인 비트가 깔리며 남성들이 세련되고 역동적인 군무를 펼친다. 이질적인 요소가 교차하는 무대 위로 권력 밖 폭력 세계에서 온 살수(殺手) '묘묘'가 모습을 드러내자, 한 기생이 극의 시작을 알리듯 외친다. "완전 새로운 세계관의 등장이요."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효명'의 시연회가 열렸다.

조선 후기, 춤과 음악으로 무너진 왕권을 바로잡고자 했던 효명세자가 창극 무대에서 부활한다. 정적인 궁중정재가 현대무용의 역동적인 비트와 만나 파격적인 무대로 재탄생한 것이다.

창극 '효명'은 특히 세도정치 아래 예악정치(禮樂政治)를 통해 조선의 변혁을 꾀했던 효명세자를 재조명한다. 효명은 예(禮)로 질서를 세우고 악(樂)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정치 방식을 구상하며, 어머니 순원왕후의 사순 잔치를 계기로 궁중정재를 새롭게 정비해 왕실 권위를 회복하고자 했다.

작품은 궁중정재를 단순히 재현하거나 고증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가 추구했던 예악 정치의 감각을 움직임 중심의 무대로 풀어낸다.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시연회가 열렸다. 남녀 무용수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시연회가 열렸다. 남녀 무용수들이 군무를 펼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날 시연에서 김재덕은 사대부들의 움직임을 현대적으로 비튼 안무를 선보였다. 춘앵전·검기무 등 궁중정재의 형식과 호흡, 선을 바탕으로 현대무용의 감각을 결합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모던테이블 예술감독이기도 한 김재덕 안무가는 효명을 "진정한 조선 스타일을 만든 인물"로 봤다.

김 안무가는 "효명은 중국 등에서 넘어온 춤에 아주 살짝 구성의 변화를 줘 완전한 조선 스타일을 시작했다"며 전통 춤의 획을 그은 인물이라고 했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전통 궁중춤의 구체적 법칙과 효명의 내면을 표현하는 추상적인 춤을 결합했다. 효명의 내면 묘사에는 매난국죽에서 파생된 가볍고 빠른 '다잉 트리(Dying Tree)' 안무 기법이 활용됐다.

효명세자 역으로 더블 캐스팅된 국립창극단 단원 이광복과 김수인은 이번 안무에 대해 "현란하고 격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시연회가 열렸다. 효명세자 역을 맡은 김수인과 아역 배우 여민혁 군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시연회가 열렸다. 효명세자 역을 맡은 김수인과 아역 배우 여민혁 군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광복은 "이렇게 현란한 춤을 추게 될지 몰랐다"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에는 예악 정치를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질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안무를 딱 보고 '저희가 추는게 맞나요?'라고 물어봤을 정도"라며 웃었다.

김수인은 "저는 전통 무용을 오래 춰서인지 호흡이 굉장히 달라 처음엔 어려웠지만, 춤 동작 안에서 의미와 효명을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렇게 격동적인 춤을 추며 소리까지 얹는 것은 큰 도전"이라면서도 "궁중정재가 지닌 '즐겁지만 넘치지 않아야 하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아야 한다'는 이념, 그 정신으로 살아간 효명의 군중 속 고독을 무대에서 제대로 표현해 낼 것"이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궁중정재를 창극으로 끌어들인 유은선 예술감독은 대중성을 1순위로 꼽았다.

유 예술감독은 "효명세자는 현재 전해지는 궁중무용 53종 중 23종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대사가 없는 궁중무용은 대중에게 암호와 같아서 1분 만에 자리를 떠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라운드 인터뷰에서 김재덕 안무가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라운드 인터뷰에서 김재덕 안무가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


그러면서 "창극에 정재를 넣어 이 암호를 해독시키고 관객과 소통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극본을 맡은 이만희 작가는 궁중 연회에 전국 80명의 기생이 동원됐다는 기록 등에서 착안해, 궁 안팎의 인물들이 부딪히는 역동적인 서사를 구축했다.

이 작가는 "정치는 생존을 이어가게 하고, 예술은 생명의 빛을 발하게 한다"며, 정치적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검무 등 신체 단련에 매진했을 효명의 입체적 면모를 부각했다.

음악 역시 기존 창극의 문법을 비틀었다. 10년간 창극단 간판 배우로 활약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본격적인 작창가로 데뷔하는 유태평양의 합류가 눈길을 끈다. 그는 영웅적이고 웅장한 선율 대신 세도정치 시기 청년 군주의 불안감에 초점을 맞췄다.

유 작창가는 "불안한 시대 속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청년의 이야기가 보였다. 너무 웅장하거나 영웅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의 '삐거덕'거리는 의성어에서 착안해 전통적 어법보다 현대적이고 날카로운 음절의 창(唱)을 만들었다"며 "효명과 묘묘가 검무로 교감하는 마지막 장면에 날카로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전 장면의 음악을 의도적으로 눌러주는 빌드업 기법도 썼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라운드인터뷰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재덕 안무가, 이만희 극작가,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 임지민 연출, 유태평양 소리꾼 겸 작창가, 이광복 국립창극단 단원, 김수인 단원. (사진=국립극장 제공)

[서울=뉴시스]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효명' 라운드인터뷰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재덕 안무가, 이만희 극작가,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단장, 임지민 연출, 유태평양 소리꾼 겸 작창가, 이광복 국립창극단 단원, 김수인 단원.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은 다음 달 23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신작 '효명'을 무대에 올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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