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복권과 연계된 승부조작 실태 드러나
등록 2011.06.09 13:23:34수정 2016.12.27 22:17:45

【창원=뉴시스】강종효 기자 = 창원지검 곽규홍 차장검사가 9일 창원지방검찰청에서 프로축구경기 승부조작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를 발표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들은 짧은 시간에 투자한 금액의 2~3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일확천금'의 욕심에 눈이 멀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비록 일부 프로축구 선수들이 가담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 프로축구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9일 검찰에서 발표한 승부조작사건 개요도를 바탕으로 승부조작이 이뤄진 구체적인 방법을 재구성했다.
◇토토복권과 연계된 프로축구 승부조작의 구체적인 방법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방법은 수비수와 미드필더, 공격수, 골키퍼가 어우러져 이뤄낸 종합적인 승부조작이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는 상대팀 공격수로부터 공을 빼앗을 수 있음에도 빼앗지 않고 형식적으로 수비하는 시늉만 하거나 적극적으로 상대방 공격수를 따라가지 않고 고의 파울 유발로 퇴장을 유도했다.
다른 수비수와 조율된 수비 방법을 취하지 않고 독자 행동으로 소속 팀의 수비라인을 흐뜨러뜨리기도 했다.
공격수는 득점 기회에도 골을 넣지 않는 등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고 슈팅도 고의로 골대 바깥으로 나가도록 공을 차면서 실축인 것처럼 가장했다.
골키퍼는 슈팅을 막으려면 상대팀 공격수를 향해 달려나가 슈팅 각도를 좁혀야 하지만 골대 근처에 머물러 상대팀 공격수의 슈팅을 허용했다.
◇승부조작으로 인한 불법수익 구조
전주는 선수 매수 자금을 투자하고 승부조작된 경기 복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복권 구매 금액의 3.2배 내지 2.2배 상당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브로커는 전주의 돈으로 선수에게 접근해 승부를 조작하고 승부조작 경기 복권을 구매해 당첨되면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고수익을 얻었다.
실제 브로커 K는 승부조작된 경기 조합으로 1억9000만원 상당의 복권을 구매하고 모두 적중해 6억2000만원 상당의 배당금을 받았다. 순이익이 4억3000만원에 달했다.
선수는 브로커로부터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승부조작 경기 복권을 구매해 당첨되면 2중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현역 축구선수인 K, 또 다른 K는 자신과 친척들의 명의로 총 4480만원 상당의 프로토승부식 복권을 구매하고 모두 적중해 9400만원 상당의 배당금(순이익 4920만원)을 받았다.
◇브로커들이 프로토승부식 복권을 선택한 이유
스포츠토토㈜에서 발행하는 복권은 크게 토토복권과 프로토복권으로 구분되며 프로토복권은 다시 승부식과 기록식으로 구분된다.
프로토 승부식 복권은 스포츠토토㈜가 30~50개의 국내외 축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선정하고 각 경기 승부에 미리 배당률을 정해 주면 구매자가 그 중 2~10개 승부를 골라 베팅을 하는 복권이다.
홈팀을 기준으로 승, 무, 패를 선택하며 최초 배당률은 베팅한 각 승부 배당률을 곱해 산정된다.
점수를 맞춰야 하는 프로토기록식 복권은 한쪽 팀 선수를 매수한다해도 적중 확률이 높지 않지만 승부만 맞추면 되는 프로토승부식 복권은 한쪽팀 선수를 매수해 고의로 패하게 하면 돼 적중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브로커들은 2경기만을 승부조작하고 그 경기만을 조합(배당율 3.2배)해 프로토승부식 복권을 구매함으로써 적중률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리고 고액 베팅으로 낮은 배당률을 보완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실제 사례로 승부를 조작한 2경기 조합의 발매가 과열돼 발매가 일시 중단되는 바람에 승부가 가장 유력했던 프리미어리그 '바르셀로나-샤크타르도네츠크' 경기의 '바르셀로나 승'을 추가해 3경기 조합으로 계속 베팅해 모두 적중시킨 경우도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브로커 K는 한 승부 최대 베팅금액인 10억원을 모두 베팅했을 경우 32억원(순이익 22억원)의 당첨금을 받을 수 있었고 프로토승부식 경기가 연간 100회 이상 실시되므로 그 중 몇 회차 승부만 조작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불법수익은 막대하다.
◇복권방 업주들의 무책임한 복권 발행도 승부조작의 단초 제공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은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회차별 1인당 총 투표금액을 10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이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포츠토토㈜는 판매점 별로 1분에 동일 회차, 동일 조합 투표액 합계가 30만원을 넘거나 10분에 동일 회차 투표액 합계가 100만원이 넘으면 발매가 자동으로 중단되는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암행 감찰과 복권방 업주에 대한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제한 투표금액 초과 발매로 적발된 복권방에 대해 판매정지, 판매점 계약 해지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 복권방에서 동일 회차, 동일 조합으로 시간당 600만원까지 복권을 발매할 수 있으므로 10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6000만원까지 복권을 발매할 수 있다.
복권 발매 기간이 이틀이므로 여러 복권방에 발매를 의뢰하면 수억원 상당 베팅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브로커들은 금액을 나눠 여러 복권방에서 복권을 구매했다.
그러나 제한 투표금액을 초과해 복권을 발매한 복권방 업주나 복권 구매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스포츠토토㈜에 조사 권한도 없어 현실적으로 투표금액 제한 규정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복권방 업주들은 복권발매 수수료를 챙길 욕심에 브로커들에게 제한 투표금액을 초과해 거액의 복권을 발매해 줌으로써 브로커들이 승부조작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다만 복권방 업주들이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도 복권 구매를 도왔다는 확증이 없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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