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시가 있는 그림-국경오, 차가운 재료에 새긴 따뜻하고 부드러운 삶의 정감

【서울=뉴시스】조각가 국경오.
캄캄함 내리면 그대 동네에 나는 서 있다. 그대가 나와 보아도 보이지 않는 바람이다 나는.
내 사랑은 사랑함으로 묶을 줄 모르고 사랑함으로 머물 줄 모른다. 그대 추억의 사람들이 그대를 그들 곁에 묶지 않는 것처럼
그대가 서 있는 나를 못보고

【서울=뉴시스】국경오 작 ‘RELATION·23×13×45㎝·Bronze·2010’
-그대의 빈 등-
중견 조각가 중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국경오는 20여 년 동안 인체를 조상화하는데 몰두해왔다. 대리석과 화강석을 마치 흙으로 빚은 듯이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의 작품은 전국적으로 많은 마니아들을 확보하고 있다.
돌조각의 차가움 대신 부드러움과 음률의 감성을 만끽하게 하는 그의 작품은 돌에 새겨진 한 편의 서정시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그의 주제는 인간에 대한 설화이다. 어머니와 자식을 모티브로 한 작품, 소녀가 주제된 작품, 또 ‘소망’이라는 일련의 주제로 보여준 많은 작품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은 물론, 인간이 담고 있는 꿈, 사랑, 기원, 행복 등 진솔한 언어들을 느끼게 한다.
웬만한 평면 회화보다 더 절실하고 담백하게 주제를 부각시켜주는 것이다.
조각예술은 고체화된 재료에 표현 방법이 제한되어 있다. 입체와 공간의 활용을 통해서만이 모티브를 표현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어떤 목적의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한다는 것은 뛰어난 역량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서울=뉴시스】국경오 작 ‘소망·대리석·2010’.
그는 근래 양각과 음각이라는 기법을 통하여 남과 여를 한 작품에 대비시키는 새로운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형 인물이라는 국적이 명료한 이 작업들은 그가 우리의 정서적 인물상을 모티브화 한 것이다. 인물의 형상이나 표정을 통해 서정적 로망을 언어화한 역작들이다.
그는 그만큼 인기 영합에 타성되지 않고 조형의 실험과 변화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형상조각의 선두작가로 그가 떠오르고 있는 것은 이런 부단한 열정의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조각가들이 인체를 모티브로 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국경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여타의 것과 차별되는 것은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 때문이다. 인체의 미감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니고 있는 사유와 서정, 생에 대한 성찰을 명징하게 언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구원과 희망, 무한한 애정과 행복에의 기원을 그는 조형의 주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차가운 돌의 느낌이 아니라 부드러운 석면의 오묘한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그 이인칭의 조각들은 가슴을 맞대고 어깨를 기대고 또는 등을 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자세이든 정감이라는 공유를 통하여 아름다운 합일이라는 결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눈짓으로 말하고 서로의 몸으로 대화한다. 침묵의 돌들이 그런 다양한 표정의 언어를 가능케 한다.
이제 미술은 어떤 대상을 보편적으로 형상화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그 생의 향기와 의미를 관조하게 해야 한다. 조각예술을 통하여 그런 것을 이뤄낼 수 있는 작가가 진짜 A급작가이다. 아울러 그런 작가는 어떤 선험에 의해 축복받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국경오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는 그런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
류석우 시인(미술시대 주간)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60호(1월1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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