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말레이 전현직 총리의 딸 공직 임명에 ‘족벌주의’ 비판 비등

등록 2024.10.17 17:06:14수정 2024.10.17 19:36:1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나집 전 총리 부패 혐의 6년형 수감 중 딸 국영기업 이사 임명

안와르 총리 겸 재무장관 딸은 재무부 자문위원 앉혀

나집 라작 전 총리의 딸 누리아나 나즈와 나집(출처 SCMP 캡처) 2024.10.17. *재판매 및 DB 금지

나집 라작 전 총리의 딸 누리아나 나즈와 나집(출처 SCMP 캡처) 2024.10.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말레이시아의 전현직 총리의 딸이 공공기관 임원 등의 자리를 차지한 것을 두고 ‘족벌인사(nepotism)’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09년 총리가 된 나집 라작은 2018년 5월 총선에서 패해 물러난 뒤 ‘1MDB 스캔들’로 수사를 받았다. 전직 총리가 수사를 받기는 그가 처음이다.

1MDB는 그가 총리 재직 당시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나집과 측근들은 이 회사를 통해 총 45억 달러를 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팀은 유용 자금 중 7억 달러 이상이 나집 전 총리 계좌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나집 전 총리는 2022년 8월 12년형이 확정됐으나 올해 왕실 사면을 받아 6년으로 줄었다.

부인 로스마 만소르도 같은 사건에서 징역 10년형과 벌금 9억7천만링깃(2천579억원)을 선고받았다.

나집 전 총리 부부는 이미 형이 확정된 것 외에 다른 여러 건의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집 전 총리의 딸 누리아나 나즈와 나집(36)이 15일 말레이시아대외무역개발공사(마트레이드·Matrade)의 이사로 임명됐다.

그는 사무실에서 임명장을 받으면서 ‘반(反) 부패 선서’ 과정을 거쳤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누리아나의 임명을 두고 소셜미디어 등에서 ‘족벌주의’라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이같은 인사가 이뤄진 것은 나집이 수감되어 있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22년 총선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현 총리가 이끈 개혁 성향 정당연합 희망연대(PH)가 승리했으나 과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PH는 나집 전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BN) 등과 연대해 통합정부를 구성했다. BN의 핵심 정파인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대표인 아흐마디 다히드 하미디는 부총리가 됐다.

UMNO는 나집 전 총리의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가 정치적 음모의 무고한 희생자라고 주장하며 석방을 주장하고 있다.

누리아나를 이사로 임명한 마트레이드의 리잘 메리칸 나이나 메리칸 회장은 나집 내각에서 일했던 인물이다.

사회 평론가인 제한 아부 바카르는 X(옛 트위터)에서 “누리아나의 임명은 말레이시아의 실력주의 사회에 그늘을 던졌다”고 비판했다.

제한은 “사람들은 당연히 자격과 경험에 따라 권력과 책임이 있는 직책이 수여되기를 기대하며, 가족 연줄에 따라 정해지면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아나는 사모펀드 회사에서 인턴으로 것이 전부여서 무역 기관에 합류할 만한 경력이 없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사모펀드 회사 인턴 근무도 나집 전 총리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누리아나는 조지타운대에서 국제 정치와 외교 정책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워튼 경영대학원과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현 총리의 딸 누룰 이자 안와르(출처 SCMP 캡처) 2024.10.17. *재판매 및 DB 금지

안와르 이브라힘 현 총리의 딸 누룰 이자 안와르(출처 SCMP 캡처) 2024.10.17.
 *재판매 및 DB 금지


말레이시아 여론은 누리아나의 ‘족벌인사’로 지난해 1월 이뤄진 현직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 딸의 인사에 대한 비판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말레이시아 총리는 재무부 장관을 겸임한다. 안와르 총리의 딸 누룰 이자 안와르는 지난해 1월  재무부의 수석 경제 및 재무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말레이시아 SNS에서는 안와르 총리가 전 정권에 대해 비난했던 족벌과 연줄주의 행위를 답습해 개혁 의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고 SCMP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