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한 페이지 지켜봐야"…기말고사 취소한 서울대 교수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서울의 한 대학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된 지난 7일 "시험 대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지켜보자"며 지필고사 방식의 기말 시험을 취소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9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서울대 교수의 기말시험 취소 공지'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서울의 한 대학 교수가 지난 7일 학생들에게 보낸 공지를 캡처한 사진이 갈무리됐다.
공지를 작성한 교수 A씨는 글에서 "수강생 여러분, 불행하게도 안녕하지 못한 밤이다"라며 "지난주 강의 이후 우리 사회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과연 우리 강의의 매듭을 이렇게 짓는 게 맞는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결론적으로 다음 주 월요일에 예정된 기말 지필 시험은 취소한다"며 "대신 기말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정해진 시각에 수강생 전원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시험을 치르는 지필고사 방식 대신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주제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대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이어 "평가 역시 강의의 일환이고, 강의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며 "그러나 교육과 사회를 연결 짓는 관점을 나누고자 했던 이 강의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할 때, 지필 평가 형식은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평화가 위태로워진 시기에 마치 강의실 밖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 장면은 떠올릴수록 괴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또한 세상에 대한 관심을 애써 돌려 시험 준비에 더 많은 공을 쏟는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게 되는 구조라면 평가의 목적은 상실되고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고서 작성 기한은 가능한 여유 있게 드릴 테니, 부디 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눈여겨보시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우지 못했고, 또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고민해 보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긴히 양해를 구한다. 보고서의 주제와 형식에 대해서는 다시 공지하겠다"고 전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해당 교수는 서울대 공대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교수님이 참 지성인이다" "이런 깨어있는 교육자가 아직 존재한다니" "지금 시험이 문제가 아닌 것 같긴 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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