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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도심 덮친 '땅꺼짐' 공포…시민은 불안하다

등록 2025.04.16 08: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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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도심 덮친 '땅꺼짐' 공포…시민은 불안하다

[서울=뉴시스] 홍찬선 기자 = 최근 전국적으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단순한 지반 침하를 넘어 사망사고까지 이어지면서, 일상의 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30대 배달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후 3주도 채 되지 않은 사이, 경기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현장 붕괴(4월 11일), 부산 사상구 학장동(4월 13일)과 감전동(4월 15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4월 13일) 등지에서도 지반침하 사고가 잇따랐다. 광명 사고에서는 매몰된 30대 작업자 A씨가 13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지만, 함께 있던 50대 남성 B씨는 아직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들이 특정 지역이나 공사 현장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 전역에서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조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정확한 시점과 위치를 예측하기 어려워, 인근 주민들은 대피소로 몸을 피하고, 주변 학교들은 휴교를 결정하는 등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싱크홀 사고의 주요 원인은 봄철 해빙기(2월 말~4월 초)에 집중돼 있다. 겨울철 얼었던 지반이 녹으면서 지반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해 지반침하, 배관 파열, 건물 균열, 옹벽 붕괴 등이 유발된다. 특히 지하에 매설된 낡은 상하수도관에서 발생한 누수는 토사를 유실시키고 결국 땅꺼짐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 867건 중 394건(45.5%)이 하수관 손상에 기인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지하안전관리체계 TF’를 출범시키고, 같은 해 12월에는 ‘제2차 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고위험 지역 선정 기준 마련, 안전점검 주기를 기존 5년 1회에서 연 2회로 단축, 매년 4,200㎞ 규모의 지반 공동(空洞) 탐사 등을 포함한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사고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더욱이 수도권은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해 철도 지하화, 지하공간 복합개발 등 굵직한 지하개발 사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하에 뚫린 인프라가 밀집된 도심에서 새로운 터널과 공사가 더해지는 것은 지반 안정성에 큰 위협이 된다. 전문가들은 “대심도 지하 개발이 가속화할수록 땅속 균열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채 누적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시는 명일동 사고 이후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건설공사 4.1㎞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건설공사 13.4㎞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공사 1.0㎞ 등 주요 공사 구간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사후 조치만으로는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선제적이고 정밀한 지반 점검, 그리고 노후 기반시설에 대한 체계적 정비다.

지반침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사람의 눈에 띄지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피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단순한 경고나 계획 수립을 넘어, 실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예방 조치와 사고 발생 시의 신속한 대응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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