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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네이팜탄 소녀’ 누가 찍었나?…국제보도사진재단, 촬영자 삭제

등록 2025.05.19 13:05:08수정 2025.05.19 15: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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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 사이공 지국 닉 웃 기자, 퓰리처상도 수상

올 1월 다큐 영화 ‘스트링거’에서 현지인 스트링거 촬영 주장

당시 에디터 뒤늦게 고백 “당시 사진부장 곤란하게 하기 싫어서”

 [AP/뉴시스] 1972년 6월 8일 베트남 공군기가 베트콩 은신처로 잘못 알고 네이팜탄을 투하한 짱방 마을에서 온몸을 드러낸 9세 여아와 아이들이 울면서 뛰쳐 나오고 있다. 이 사진을 찍은 AP 사이공 지국의 닉 웃은 다음 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2025.05.19 *재판매 및 DB 금지


[AP/뉴시스] 1972년 6월 8일 베트남 공군기가 베트콩 은신처로 잘못 알고 네이팜탄을 투하한 짱방 마을에서 온몸을 드러낸 9세 여아와 아이들이 울면서 뛰쳐 나오고 있다. 이 사진을 찍은 AP 사이공 지국의 닉 웃은 다음 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2025.05.1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베트남전 비극을 대변하는 사진 중 하나였던 ‘네이팜탄 소녀’의 촬영자가 누구인지 논란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상징하는 두 장의 사진이 있다. 한 장은 ‘사이공의 처형’, 또 한 장은 ‘네이팜탄 소녀’다.

‘사이공의 처형’은 1968년 2월 1일 베트남 경찰청장 구옌 곡 로안 준장이 사이공(현 호찌민시) 거리에서 생포된 베트콩의 간부 구옌 반 렘 머리 가까이에 권총을 갖다대고 즉결 처형하는 장면이다.

‘네이팜탄 소녀’는 1972년 6월 8일 베트남 남부의 짱방 마을에서 찍었다.

베트남 공군기들이 베트콩들이 숨어 있다고 잘못 알고 이곳에 네이팜탄을 투하한 뒤 마을에서 불에 탄 옷을 벗고 화상을 입은 나체의 여자 아이가 울면서 뛰어 오는 장면이다.

사진 속 나체 소녀 9살의 판 티 킴 푹은 이후 캐나다에서 소설가가 됐고 유네스코의 굿윌(Goodwill) 대사로 활동했다.

두 장 모두 미국 AP 통신이 촬영한 것으로 세계적인 특종이 됐다. 그런데 ‘네이팜탄 소녀’ 사진이 다시 한 번 진위 논란에 빠졌다.

[AP/뉴시스] ‘사이공의 처형’은 1968년 2월 1일 베트남 경찰청장 구옌 곡 로안 준장이 사이공(현 호찌민시) 거리에서 생포된 베트콩의 간부 구옌 반 렘 머리 가까이에 권총을 갖다대고 즉결 처형하는 장면이다. 2025.05.19. *재판매 및 DB 금지

[AP/뉴시스] ‘사이공의 처형’은 1968년 2월 1일 베트남 경찰청장 구옌 곡 로안 준장이 사이공(현 호찌민시) 거리에서 생포된 베트콩의 간부 구옌 반 렘 머리 가까이에 권총을 갖다대고 즉결 처형하는 장면이다. 2025.05.19.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보도사진(WPP) 재단 공식 기록에서 ‘네이팜탄 소녀’ 촬영자 이름 삭제

국제보도사진(WPP) 재단은 18일 ‘네이팜탄 소녀’ 사진의 촬영자 이름을 삭제한다고 발표했다고 AFP 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WPP 재단은 성명에서 정식 이름 ‘전쟁의 공포(The Terror of War)’ 사진 촬영자로 지금까지 알려지고 퓰리처상을 받았던 베트남계 미국인 닉 우트의 이름을 뺀다는 것이다.

올해 1월 실제 촬영자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뒤 자체 조사 결과 닉 우트가 아닌 다른 사진기자가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WPP 재단은 의문 제기 후 5개월간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AP 닉 우트 기자가 아닌 현지인 스트링거인 응우옌이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진이 찍힌 위치와 거리, 사용된 카메라 등을 분석한 결과라고 재단측은 설명했다.

주마나 엘 제인 쿠리 WPP재단 전무는 “사진의 저작권자를 살피는 일은 사진 저널리즘 기준을 세워온 WPP의 책임”이라며 “이번 결정이 진실성과 저작권, 시각 스토리텔링의 의미를 다시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촬영자 이름 삭제는 해당 사진의 저작권에만 적용되며 1973년 올해의 사진상 수상을 취소하는 것은 아니라고 재단측은 밝혔다.

재단은 “사진 자체는 이의가 제기될 여지가 없으며, 20세기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담은 이 중요한 사진에 세계보도 사진상이 수여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올 1월 선덴스 영화제 ‘스트링거’에서 문제 제기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2일까지 열린 미국 유타주의 선댄스 영화제에서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스트링어(Stringer)’가 공개됐다.

촬영자는 AP 기자 닉 우트가 아니라 미국 NBC 방송과 AP 통신에 필름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던 베트남인 프리랜서 사진기자 응우옌 타인 응에(86)라는 것이다.

응우옌은 영화에서 “그날 닉 우트를 현장에 차로 데려갔고 나도 사진을 찍었다”며 20달러를 받고 자신이 찍은 필름 2통을 AP 통신의 사이공 지국에 넘겼다고 했다.

응우옌은 “나는 그 사진을 찍으려 열심히 일했는데, 다른 사람이 모든 걸 가져갔다. 닉 우트는 인정받고 많은 상을 받았고 베트남에서 유명해졌다. 증거가 없으니, 나는 제로(0)이고 그는 영웅이 됐다”고 말했다.

논란은 앞서 당시 AP 사이공 지국의 사진 에디터였던 칼 로빈슨(81)이 2022년 12월 미국의 한 비영리 보도사진 교육기관에 촬영자가 바뀌었다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 비영리기관이 2년 간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다큐멘터리 영화 ‘스트링어’에 내용을 담았다.

로빈슨에 따르면 지국 사진부장 호스트 파스가 스트링어가 찍어온 사진을 쓰면서 촬영자를 닉 우트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증언해줄 사진부장이나 사진을 인화했던 직원 등은 모두 사망했다.

로빈슨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파스(2012년 사망)를 곤경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을 촬영한 응우옌은 그런 사실을 주장해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고 1975년 베트남을 탈출해 미국에 정착한 뒤에는 먹고 살기 바빴다고 했다.

AP 통신 반박 “닉 우트가 안찍었다는 증거 없다”

AP 통신은 지난 1월 15일 23쪽에 달하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영화 ‘스트링어’의 주장을 반박했다.

당시 사이공 지국에 근무했거나 취재 현장에 있었던 7명을 인터뷰했고, 이들은 모두 “닉 우트가 찍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AP는 “새롭고 설득력 있는 반대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AP는 닉 우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사진을 찍었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닉 우트 기자는 이 영화의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과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AP 통신은 다시 96쪽 분량의 반박 보고서를 발표했다. AP는 우트가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고, 응우옌이 찍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P는 시간이 흐르고, 핵심 증거가 부족하고, 기술의 한계가 있으며, 관련 핵심 인물 여러 명이 사망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AP 글로벌 뉴스 제작 담당 부사장인 델 맥크루든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을 담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크레디트(기사를 쓰거나 사진을 찍은 기자 이름)를 수정하든 말든 우리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은 사실과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며 “닉 우트가 이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네이팜탄 소녀’ 킴 푹은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외삼촌으로부터 “닉 우트가 사진을 찍었고, 화상을 입은 너를 병원으로 옮겼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했다. 그는 ‘스트링어’가 “나의 영웅에 대한 거짓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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