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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의 가치는… 지질·생태·예술 등 6가지 유형[오름이야기③·끝]

등록 2025.06.13 09: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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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전경.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제주=뉴시스]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전경.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작은 화산체인 제주의 오름은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신앙이 축적된 복합문화경관이다. 오늘날에는 운동과 치유, 자연 체험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도민지원사업에 따라 오름에 대한 지역주민 인식을 주제로 설문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내용을 3회에 걸쳐 조명하며 오름의 다양한 의미를 살펴본다.<편집자주>

[제주=뉴시스] 양영전 기자 = 한라산과 더불어 제주지역 최대 규모 환경자산인 '오름'이 다양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도민지원사업의 하나로 오름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해 가치를 지질, 생태, 예술, 종교·신앙, 농업·산림, 유형유산, 휴양·건강 등 6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고 13일 밝혔다.

오름은 제주 전역에 산재한 작고, 독립된 화산지형을 말한다. 1997년 제주도가 발행한 '제주의 오름'에서 오름 수를 368개로 정리했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400여개로 정리하기도 한다.

오름, 화산연구의 교과서

연구회가 구분한 유형인 지질적 가치를 보면 오름은 대부분 용암이 폭발 형태로 분출하는 스트롬볼리식 또는 혼합형 분출 방식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화산재, 스코리아(화산쇄설물), 용암 등이 층을 이루며 퇴적된 독특한 구조를 형성한다.

최근 학계 연구에 따르면 서귀포시 안덕면 월라봉-군산 쌍둥이 화산체가 92만년~83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지표에 노출된 화산체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가장 최근의 화산체는 한라산국립공원내 돌오름으로 2000년 전 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화구 형태에 따라 원추형, 말굽형, 원형, 복합형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수월봉은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중요한 지질자원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대표 명소 가운데 오름은 산방산, 수월봉, 용머리해안 등이 있다.

동식물, 지하수, 곶자왈 원천

생태적 가치로 본다면 오름은 지하수를 함양하는 원천일 뿐만 아니라 초지, 관목림, 활엽수림, 원시림 등 다양한 식생대를 이루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야생화, 곤충, 조류, 포유류 등 수많은 생물종이 서식한다.

민오름(제주시 봉개동)에서는 한국특산식물인 변산바람꽃, 새끼노루귀 등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으며 산방산 암벽식물지대는 천연기념물이다.

이와 더불어 도너리오름, 거문오름, 노꼬메오름, 병악오름, 동거문오름은 용암숲으로 일컬어지는 '곶자왈'을 탄생시킨 근원이다. 물장오리오름, 물영아리오름은 산정화구호의 독특한 생태계에 따라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오름을 바라보는 예술적 시선, 심미적 가치

예술적 가치로는 우선 '오름은 선(線)이다'라고 할 정도로 선의 미학이 핵심이다. '오름의 바이블'로 불리는 '오름나그네'를 쓴 김종철(1927~1995)은 오름을 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초기 인물이고, 사진가인 김영갑(1957~2005)은 오름의 선과 바람을 필름에 담았다.

용눈이오름은 선의 미학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오름이다. 사진은 물론이고 영화 촬영의 주요 무대이다. 지금은 탐방객이 연일 몰리는 유명 관광지로 변했다.

또한 조선시대부터 전해지는 제주의 최고 풍광인 '영주10경'에서 영실기암, 산방굴사, 성산일출, 사봉낙조 등 4개의 경관이 오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제주=뉴시스] 한라산국립공원 볼래오름에 있는 존자암 전경. 조선시대 존자암은 사라지고, 지금은 재현해 사찰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제주=뉴시스] 한라산국립공원 볼래오름에 있는 존자암 전경. 조선시대 존자암은 사라지고, 지금은 재현해 사찰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오름, 정신적 안식처

오름은 종교·신앙적 가치를 품고 있다. 볼래오름은 조선시대 국성재(國聖齋·나라의 흥성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 존자암이 있던 곳이고, 원당봉의 원당사는 중국 원 순제의 황비가 된 기황후가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방 이후 제주4·3으로 사찰이 대부분 훼철되거나 불타는 난리를 겪었는데, 1960년대부터 사찰이 법정악, 수산봉, 고내봉, 단산, 산방산, 베릿네오름 등에 터를 잡는 사례가 많아졌다. 수행정진의 환경과 함께 풍수지리적 요소를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속신앙의 근거지인 당(堂),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유교식으로 제를 지내는 포제단 등도 오름에 들어선 경우가 많다.

생업, 산림조림의 핵심 장소

농업·산림적 측면에서도 오름은 중요하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오름은 목축문화의 핵심 요소로 우마가 풀을 뜯는 목장이었으며 초가의 필수품인 띠를 비롯해 땔감, 연료(말똥)를 얻는 생존의 현장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 마르형 화산체인 하논은 오래전부터 논농사가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곳이다. 제주지역에서 감귤과수원이 처음 조성되기도 했다.

녹남봉, 말미오름, 당산봉 등의 분화구에는 농경지가 만들어졌다. 제주의 동서지역 오름에서는 밭작물 농사, 남부지역 오름에서는 감귤 농사가 주로 진행되고 있는 특징이 있다.

1960년부터 산에 나무심기가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가운데 제주에서는 1970~1980년대 주로 오름에  인공조림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다랑쉬오름, 노루손이오름, 웃밤오름, 부대오름, 검은오름, 바농오름 등은 당시 심은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남아 있다.
[제주=뉴시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구축한 성산일출봉 갱도진지.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제주=뉴시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구축한 성산일출봉 갱도진지.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전쟁의 상처를 간직한 군사유적 확인

유형유산적 측면에서 오름은 목축, 종교 등의 유산과 더불어 봉수대, 일제강점기 갱도진지 등 전쟁유적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제주를 지키는 봉수대 25개 가운데 24개가 오름에 위치했다. 수산봉, 독자봉, 달산봉, 남산봉, 토산봉 등 7곳에서 봉수대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일본군이 제주에 대거 주둔하면서 본토 사수를 위한 '결 7호' 작전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군사시설을 구축했는데 오름 95개에 진지를 건설했다. 상당수가 인공 동굴을 판 형태인 갱도진지로 지금도 그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승생악, 성산일출봉, 셋알오름, 가마오름, 서우봉, 송악산 등의 갱도진지는 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군산, 광이오름, 월라봉 등에서도 직접 볼 수 있다.
[제주=뉴시스] 서귀포시 남원읍 붉은오름 주변 삼나무 조림지.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제주=뉴시스] 서귀포시 남원읍 붉은오름 주변 삼나무 조림지. (사진=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제공)



오름에서 힐링, 건강회복, 체력증진

오름의 휴양·건강적 가치는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절물휴양림, 붉은오름휴양림, 치유의 숲, 한라수목원, 한라생태숲 등이 오름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인 한라산국립공원 지역 내 오름을 제외하고, 해안가나 중산간에 위치한 오름에 대부분 탐방로가 조성될 정도로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도보여행길인 제주올레도 여러 코스에서 오름을 지나고 있으며, 아웃도어 스포츠로 급부상하고 있는 트레일러닝 코스에 따라비오름, 대록산, 영주산 등 오름이 대부분 포함된다.

제주자연문화유산연구회 관계자는 "오름에 대한 조사연구를 하면서 환경은 물론이고 인문자원으로도 대단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오름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와 함께 가치 규명을 통해 교육적, 관광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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