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외딴 섬 같은 나도 빛날 수…" 방탄소년단·아미 '52㎐ 고래', 정확한 헤엄의 실험

등록 2025.06.13 17:51:2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K팝 情景] 13일 킨텍스서 열린 데뷔 12주년 기념 '2025 BTS 페스타'

[고양=뉴시스] 김혜진 기자 =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데뷔 12주년 기념 축제 '2025 BTS 페스타'(2025 BTS FESTA)를 찾은 팬들이 행사를 즐기고 있다. 2025.06.13. jini@newsis.com

[고양=뉴시스] 김혜진 기자 =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데뷔 12주년 기념 축제 '2025 BTS 페스타'(2025 BTS FESTA)를 찾은 팬들이 행사를 즐기고 있다. 2025.06.13. [email protected]

[고양=뉴시스]이재훈 기자 = "론리 론리 론리 웨일(Lonely lonely lonely whale) / 이렇게 혼자 노래불러 / 외딴 섬 같은 나도 / 밝게 빛날 수 있을까 // 론리 론리 론리 웨일(Lonely lonely lonely whale) / 이렇게 또 한 번 불러봐 / 대답 없는 이 노래가 / 내일에 닿을 때까지"(방탄소년단 '웨일리언 52(Whalien 52)' 중)

이 넓은 바다 그 한가운데 나즈막히 외롭게 말을 하는 고래 한 마리가 이번에도 찾아왔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3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 9~10홀에서 펼친 데뷔 12주년 기념 '2025 BTS 페스타(FESTA)' 한복판에서 헤엄 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 응원봉 '아미밤'의 대형 조형물(ARMY BOMB PHOTO SPOT)과 함께 이번 페스타의 상징이 된 고래 조형물(WHALE PHOTO SPOT)은 그렇게 최근 군대에서 외롭게 노래하던 RM(김남준)·뷔(V·김태형)·지민·정국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팬덤 '아미'를 말 없이 이어줬다.

고래는 방탄소년단과 연관이 깊은 상징이다. 방탄소년단 앨범에서 고래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대표곡 중 하나는 2015년 11월 발매한 미니 4집 '화양연화 pt.2' 수록곡 '웨일리언 52(Whalien 52)'다.

RM·슈가·제이홉 등 팀의 래퍼 라인과 하이브 방시혁 의장·방탄소년단 전담 피독 프로듀서 등이 협업한 이 곡의 제목은 고래를 뜻하는 '웨일(Whale)'과 우주인을 가리키는 '에일리언(alien)'의 합성어다.
[고양=뉴시스] 김혜진 기자 =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데뷔 12주년 기념 축제 '2025 BTS 페스타'(2025 BTS FESTA)를 찾은 팬들이 행사를 즐기고 있다. 2025.06.13. jini@newsis.com

[고양=뉴시스] 김혜진 기자 =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데뷔 12주년 기념 축제 '2025 BTS 페스타'(2025 BTS FESTA)를 찾은 팬들이 행사를 즐기고 있다. 2025.06.13. [email protected]

52는 '52 헤르츠(㎐) 고래'를 상징한다. 고래는 보통 주파수 12~25 헤르츠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2 헤르츠 고래'는 이들보다 2배 이상 높은 주파수인 52 헤르츠로 소리를 내 대다수의 고래와 소통이 힘들고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로 불린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은 '화양연화 pt.2' 발매 직전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연 단독 콘서트 2015 BTS 라이브 '화양연화 온 스테이지' 기자회견에서 해당 곡에 대해 "외로운 고래에 우리를 빗댄 노래다. 우리 이야기라 더 애착이 간다"고 했었다.

2020년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세븐(7)' 수록곡 '위 아 불릿프루프 : 더 이터널(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 뮤직비디오에도 고래가 등장한다. 세상이 시련을 주더라도 일곱 멤버들이 함께 이겨내겠다고 노래한 곡이다. 기존 콘서트에서도 이 곡을 부를 때 고래 모형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럼 문학평론가인 신형철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처럼 말해볼까. RM이 이날 글로벌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데뷔 12주년 기념 소감을 남기면서 좋아한다고 고백한 영화 평론집 '정확한 사랑의 실험'의 저자다. RM은 신 교수의 글을 일부 인용하면서 "정확하게 사랑받고 정확하게 사랑하는 것 불가능해보이는 그 일을 늘 해내보고 싶었다"고 했다.

신 교수는 문학(글쓰기)의 근원적인 욕망 중 하나는 정확해지고 싶다는 욕망이라고 했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들은 정확한 문장을 쓴다는 것이다. 신 교수가 얘기하는 '정확한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린 데가 없는 문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는 문장"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정확하게 표현되지 못한 진실은 아파하지 않지만, 정확하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을 느낀다"고 쓴다.
[고양=뉴시스] 김혜진 기자 =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데뷔 12주년 기념 축제 '2025 BTS 페스타'(2025 BTS FESTA)를 찾은 팬들이 입장을 위해 줄서고 있다. 2025.06.13. jini@newsis.com

[고양=뉴시스] 김혜진 기자 = 13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데뷔 12주년 기념 축제 '2025 BTS 페스타'(2025 BTS FESTA)를 찾은 팬들이 입장을 위해 줄서고 있다. 2025.06.13. [email protected]

아마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관계 역시 그러할 것이다. 서로에게 '정확한 사랑' 표현을 할 수가 없어서 노래를 부르고 듣는 것일 게다. 신 교수가 문학은 언제나 '근사치'로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표현할 걸 빌려오면, 노래 역시 감정의 근사치로만 작동한다. 근데 근사(近似)는 '아주 비슷함'이나 '거의 같음'을 뜻한다. 방탄소년단이 표현하는 노래에 자신의 감정을 근사치로 느끼는 아미들은 수백만 아니 수천만이 될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근사치가 모이면 어떤 흐름의 절대값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20도가 훨씬 넘는 땡볕 아래에서도 설레는 표정으로 킨텍스에 들어가기 위해 수평선처럼 길게 줄을 서 있는 다양한 국적의 아미들을 보고 느낌 심정이다. 그래, 이걸 '정확한 사랑의 실험'을 가져와 '정확한 헤엄의 실험'이라고 하자.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정확하게 가닿기 위한 대기. 전날 한국에 와 명동역 인근에 숙소를 잡고 이날 아침 일찍 GTX를 타고 킨텍스에 왔다는 일본 아미 요오리 씨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혼자 노래 부르고 있어도 외롭지 않다"고 했다.

같은 날 킨텍스 인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제이홉의 월드투어 앙코르 콘서트 '제이홉 투어 '호프 온 더 스테이지' 파이널(j-hope Tour 'HOPE ON THE STAGE' FINAL)'도 관람한다는 브라질에서 온 지오바나 씨는 "이미 솔로 활동 중인 진 씨는 물론 전역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객석에서 우리랑 같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