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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대 중반 고환율…한은 금리 인하 카드 봉인될까

등록 2025.11.16 08:00:00수정 2025.11.16 08: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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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두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의 금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불안정에 이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환율까지 금리 인하 기대가 한층 멀어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까지 더해지며 금리 인하를 둘러싼 명분이 더욱 약해지는 분위기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장에서 원·달러는 145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대비 4.2원 오른 1471.1원에 장에 나선 환율은 코스피에서 외국인 이탈 등의 영향으로 한때 1474.9원까지 올랐다가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온 후에야 겨우 진정됐다.

같은날 오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 및 수출업체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고,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한 후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당시  핵심 근거는 서울 부동산 자극 우려였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1400원 중반대에 올라서며 동결 결정에 한층 무게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는 8월보다 환율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 다수 포함됐다. 8월 금통위 당시 환율은 1300원 후반대였고, 10월에는 1420원대로 현재보다는 크게 낮은 상황이었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 결정이 있어 "환율이 재상승하면서 나타난 외환부문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통화정책 측면에서 외환부문 안정에 대한 고려 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당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던 신성환 위원도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환율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통위원들의 이 같은 발언들은 한은 내부에도 환율 레벨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짐과 함께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줄고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 역전차 확대에 자본 유출과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환율은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는 한은의 12월 동결 신호에도 1500원을 넘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준의 12월 금리 동결 기대도 50%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고환율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고물가는 금리 인하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소다. 10월 수입물가는 고환율 영향으로 넉 달 연속 상승해, 지난 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10월 소비자물가도 2.4%로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은은 유가 하락을 근거로 연말 물가가 2% 내외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고환율과 소비 쿠폰 등 내수 반등 요인이 더해져 2%대를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월 의사록에서도 "높은 환율이 지속되면 (소비자물가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금통위원의 언급이 담겼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환율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올라 소비자물가를 압박할 수 있고, 부동산 가격 불안정도 이어지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불안과 경기 반등에 더해 환율까지 속을 썩이면서 한은이 사실상 내년에도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4일 오전장에서 2.944%까지 올라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일부 반영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불안에 이어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고, 성장은 반등 가능성이 높아지며 사실상 한은의 금리 인하는 끝났다"면서 "내년에도 고환율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1400원대 중반 환율에서는 절대 금리를 낮출 수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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