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강제동원 피해자 4명, 日전범기업 특허권 현금화명령 제기

등록 2023.03.26 09:46:15수정 2023.03.26 09:57:5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위자료 청구 소송서 1·2심 승소

배상 불복, 대법원 4년째 계류 중…"권리실현 나선 것"

제3자 대위변제 배상 해법 공론화 반발 속 눈길 끌어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재림(87) 할머니가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항소심 소송이 열리는 광주고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8.12.05.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근로정신대 피해자 김재림(87) 할머니가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항소심 소송이 열리는 광주고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8.12.05.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 4명이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국내 자산 압류·현금화 소송에 추가로 나섰다.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이 인정한 배상 책임을 국내기업이 전범기업 대신 떠안기로 한(제3자 대위 변제) 정부 해법안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26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지난 24일 소송 대리인을 통해 미쓰비시중공업 소유 국내 자산에 대해 '특허권 압류·특별 현금화명령'을 특허청 소재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신청했다.

전범기업이 앞선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고도 배상 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따른 해당 기업의 국내자산 강제 매각을 통한 권리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번 현금화명령을 신청한 원고는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양영수(94) 할머니·김재림(93) 할머니와 1944년 12월 당시 도난카이 지진 사망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2명 등 4명이다.

압류 대상은 원고 1명 당 미쓰비시중공업 특허권 1건씩이다. 원고 4명의 채권액은 1심 판결 배상액과 지연 이자 등을 합해 6억8700만여 원이다.

앞서 양영수 할머니 등 4명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이듬해(2015년) 5월 사이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관련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에 불복, 대법원 상고를 제기했다.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각기 대법원으로 넘어간 소송은 현재까지 4년 넘게 계류 중이다.

시민모임 측은 "1심 승소와 함께 배상금 가집행 권리가 있었지만 여태 미뤄 온 것이다. 대법원에서만 4년이 훨씬 지나도록 판결이 요원하다. 최근 우리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하는 등 원고들의 소송 취지를 왜곡하는 '정치적 타결'을 서두르고 있어 더 이상 권리 행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소송 제기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에 소송에 나선 양영수 할머니 등 원고 4명은 모두 우리 정부의 '제3자 대위 변제' 배상 해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앞으로 대전지법은 미쓰비시중공업의 위자료 배상 이행을 위해 가집행에 나설 전망이다. 가집행은 선고(1심)가 있는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으로, 판결 확정이 늦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승소자의 불이익을 면제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

원고인 양영수 할머니는 1944년 3월 광주서정공립심상소학교(현 광주대성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같은 해 5월께 6학년  담임 교사였던 일본인 야마모토로부터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짜로 공부도 할 수 있다. 좋은 학교도 갈수 있다'는 말에 속아 어머니 몰래 도장을 학교로 가져가 일본으로 향했다.

만 14세 나이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배치, 이듬 해 10월 귀국할 때까지 17개월 동안 임금 한 푼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이번 배상 강제 이행 절차는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승소한 피해자 대상 배상금 등을 전범기업 대신 한일청구권 수혜 국내기업이 대신 부담하는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의 정부 해법 공론화 이후 첫 사례다. 특히 이 같은 해법에 대해 피해 당사자와 소송 지원 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또 시민모임은 대법원이 2018년 11월 29일 내린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배상 판결 원고 중 1명이 추가로 정부의 '제3자 대위변제' 방식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원고였던 고 박해옥 할머니(지난해 2월 별세) 유족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유족 의사에 반하는 제3자 변제를 하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앞서 같은 소송의 원고이자 생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도 재단 측에 '제3자 대위변제' 해법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달 6일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 3건의 원고에게 판결금·지연이자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재단이 한·일 청구권 협정의 수혜기업(국내 16개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배상 확정판결 피해자 15명에게 배상한다는 것이 골자다. 배상 대상인 피해자에게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이 지급해야 할 판결금은 지연이자까지 40억여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의 진정한 사죄가 없다", "그런 돈 안 받는다"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