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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尹에 양곡법 거부권 행사 건의…"쌀 강제매수법, 실패 예정된 길로 갈 수 없어"

등록 2023.03.29 16:14:03수정 2023.03.29 16: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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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대국민담화서 양곡법 문제 꼬집어

"남는 쌀 강제매수 법…농업발전 도움 안 돼"

"먹고 사는 문제로 정치적 이익 추구"…野비난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03.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3.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는 2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국익과 농민을 위하고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공관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 협의회를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로 자리를 옮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우리 국민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느냐와 상관없이 농민이 초과 생산한 쌀은 정부가 다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매수 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런 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농업발전을 위해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번 법안은 농업계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쌀 산업과 농업의 자생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한농연, 쌀전업농연합회 등 농업인 단체들마저 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을 저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 총리는 "정말 농업을 살리는 길이라면 10조원도, 20조원도 충분히 쓸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식은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한 총리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금일 당정협의를 한 결과 이번 법안의 폐해를 국민들께 알리고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양곡관린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소상히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문제가 많은 법률안에 대한 행정부의 재의요구는 올바른 국정을 위해 헌법이 보장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시장 원리 거스르는 정책…성공할 수 없다"

한 총리는 양곡관리법의 문제로 ①시장 수급조절 기능 마비 ②미래 농업 투자 재원 낭비 ③식량안보 약화 ④외국에서 실패가 검증된 정책 등을 꼽았다.

첫째로 이번 법안은 "개정안은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을 마비시킨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한 총리는 말했다.

그는 현재 실시 중인 '쌀 시장격리'도 긴급한 상황에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쌀이 남아도는데도 영구히 무조건 사들이는 것은 시장의 수급조절 기능을 더욱 무력화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어떻게든 쌀 소비를 늘리거나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고자 노력하는 농민들이 많지만 앞으로는 그래야 할 이유마저 사라지게 된다"며 쌀 가격 역시 "지금보다 더 떨어져 17만원 초반대에 머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둘째로 "미래 농업에 투자해야 할 재원이 사라지게 된다"고 한 총리는 지적했다.

한 총리는 "개정안에 따른 재정부담은 연간 1조원 이상"이라고 했다. 그는 "농업 경쟁력 강화와 청년 농업인 육성에 써야 할 재원을 남아도는 쌀 매입에 쏟아부으면 농촌의 혁신은 더욱 멀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중한 농업재원은 농촌의 미래주역인 청년농업인을 지원하고 농업을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 이유로 한 총리는 "진정한 식량안보 강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무엇이 진정한 식량안보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미 자급률이 높은 쌀을 더 생산하는 것은 합당한 결정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밀, 콩 같은 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 전체와 농민을 위한 결정"이라며 "(개정안은) 부족한 작물의 자급률을 높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넷째로 "농산물 수급에 대한 과도한 국가개입은 이미 해외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라고 한 총리는 말했다.

한 총리는 1960년대 유럽, 2011년 태국 등이 가격개입정책을 펼친 뒤 실패했다고 설명하며 "시장 원리를 거스르는 포퓰리즘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먹고 사는 문제로 정치적 이익 추구해선 안 돼"

이같은 이유를 설명한 뒤 한 총리는 "우리 정부는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이 아니라 진정으로 농업을 살리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식량생산의 수급균형을 맞춰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더 이상 쌀만 생산해서는 안 된다"며 "밀이나 콩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도 직불금을 지원하겠다. 수입 밀을 대체할 수 있는 가루쌀 산업도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그리고, 농업, 농촌, 농민의 삶과 직결된 일로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법안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을 직격했다.

그는 "실패가 예정된 길로 정부는 차마 갈 수 없다"며 "정부는 우리 쌀 산업의 발전과 농업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 요구를 대통령께 건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결정은 국익과 농민을 위하고,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국회와 농업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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