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흥분반응과 새벽발기

건강한 인간이라면 심리적이든지 육체적이든지 효과적인 성적 자극을 받으면 전신과 성기에 평소와 다른 일정한 변화현상이 나타난다. 신체의 이런 변화를 통칭하는 말이 성반응(性反應: sexual response)이다. 남자의 경우 한마디로 압축하면 발기로 시작해서 사정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발기와 사정이라는 두 가지 대표적인 남자의 성반응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나 발기와 사정이 성반응의 시종(始終)임에 틀림없지만, 음경이라는 신체의 아주 작은(?) 부분에서 일어나는 국소적 변화에 불과하므로 성반응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시야를 온몸으로 넓혀 전신에서 펼쳐지는 변화현상까지 모두 알아봐야 한다.
주된 전신적 변화는 신체 표면부와 심층부의 광범위한 혈관충혈과 특유의 근육 긴장현상으로 요약되며,보통 남녀 간에 큰 차이가 없다. 볼품없는 모습의 남자 유방은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꼭지 부분만은 남성 중 약 25%가 융기현상을 나타낸다.
피부에는 이른바 성적 홍조(性的 紅潮: sex flush)가 나타나는데 자율신경이 과민한 남성일수록 잘 드러난다. 이 홍조현상은 상복부와 전흉부에서 시작해서 목 부분과 얼굴에도 차례로 나타나는데, 극히 드물게는 어깨·앞 팔·대퇴부에서도 볼 수 있다. 더욱 드물게는 여성처럼 홍역모양의 구진(丘疹)까지 생기는데, 매스터즈(Masters) 등은 성적 홍조는 남성의 25% 정도에서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이런 성적 홍조는 피하(皮下)의 표재성(表在性) 혈관이 충혈되는 탓에 일어나 피부가 희고 고운 여성 쪽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갓 목욕탕을 나와 불그레한 뺨을 감추고 황망히 달아나는 여자들을 봤던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성적 홍조를 구구히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할 것이다.
전신의 근육긴장은 성적 흥분이 지속됨에 따라 무아경의 쾌감을 느끼기 바로 직전까지 계속되며 특유한 규칙적·경련적·불수의적 수축으로 나타난다. 특히 손이나 발에서의 근육 긴장현상은 성교 시의 체위(體位)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는 남성이 앙와위(仰臥位)를 취할 때 자주 나타난다.
일련의 성반응은 체표뿐만 아니라 자율신경이 지배하는 내장에서도 일어난다. 즉 성적 자극이 가해지면 소화관도 긴장하고, 심장 박동이 증가돼 심박수(心拍數)가 단시간이긴 하지만 최고 180 이상에 달하기도 한다. 아울러 혈압 역시 올라가니 평상시의 수축기 때보다는 40∼100㎜Hg, 확장기 때보다는 20~50mmHg가 상승한다. 호흡 역시 촉박해져서 과도호흡이 나타나니 가쁜 숨을 몰아쉬느라 바쁘게 된다.
외분비선의 변화 또한 뚜렷하다. 성교 중이나 성교 후에는 육체적 피로와 무관하게 자율신경이 흥분된 결과로써 발한반응이 나타난다. 대개는 발바닥이나 손바닥이지만, 때로는 신체 구간(軀幹)이나 안면에서 땀이 나기도 한다. 흔히 뚱뚱한 비만체의 남성에게 많으며, 심한 경우 흘러내린 땀이 배꼽 부분에 고일 때도 있다.
자. 그러면 이상의 전신적 변화가 모두 나타나는 남자를 상상해 보자. 몸은 잔뜩 굳어져서[근육의 긴장] 간간이 경련을 일으키고, 전신의 핏줄은 터질듯이 팽창돼[혈관의 충혈] 음경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단단해지며[발기], 비 오듯 흐르는 땀에 뒤범벅된[발한반응] 상태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심박수의 증가와 과도호흡], 죄라도 지은 양 얼굴 등이 시뻘겋게 달아오른[성적 홍조] 고혈압의[혈압상승] 남자를….
비록 1회의 성교로 소모되는 총 에너지량을 환산하면 6~7Kcal에 불과하다지만, 성교로 인해 변화되는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면 무척이나 힘든(?) 일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성교 행위가 유인(誘因)이 돼 성교 도중이나 성교 후에 급작스레 사망하는 복상사(腹上死), 즉 성교사(性交死: sweet death)도 있는 것이다. 또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지는 않더라도 잦은 성교는 당연히 피로를 누적시킨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남성의 진료 시 반드시 방사(房事), 즉 성교에 대해 질문하라 했으며, 임상에서도 ‘방노상(房勞傷: 과한 성교로 피로가 누적된 질병)’에 찌든 남성을 흔히 접할 수 있어 성관계는 무엇보다 절제가 중요하다. 아무리 장마철이라도 비가 날이면 날마다 내리는 게 아닌 만큼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눌 때도 휴식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그 휴식이 ‘이보전진(二步前進)’을 위한 ‘일보후퇴(一步後退)’ 일진대….
은행의 대출이 아무리 손쉬워졌다고 해도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다. 대출을 한 번이라도 받아 본 사람이라면 웬 서류가 그리도 많고 절차가 복잡한지, 또 혹시나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보증인까지 세워야 하는 번거로움을 익히 알 것이다. 요즘엔 신용대출이란 게 있어서 담보 없이도 대출해 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신용도 무형의 담보이지 않은가?
남성들의 금전거래에도 이와 비슷한 속담이 있다. “새벽에 발기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돈을 꿔 주지 말라”는 것이다. 흔히 남자들은 정력의 척도를 음경의 발기력에 곧잘 비유하는데, 발기력이 약해지면 의기소침해지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져 자신감을 잃어버리기 쉽다. 때문에 앞의 속담은 새벽발기라는 무형의 담보를 확인한 뒤 돈을 빌려줘야만 떼일 염려가 없다는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다.
발기에 대해 이미 자세히 살펴봤지만, 새벽발기라는 무형의 담보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재차 설명한다. 알다시피 남자에게 음경의 발기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적 자극을 받았을 때, 인체 내 신경계·혈관계·내분비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반사 현상이다. 곧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심적 자극이나, 외생식기의 직접적인 애무 같은 반사적 자극에 의해 음경은 평상시의 4∼11배에 이르는 다량의 혈액으로 충만해져서 크기와 강직도가 상승한다.
그러나 이런 성적 자극이 없을지라도, 정상인이라면 의식이 없는 수면 중에 음경의 발기현상이 나타난다. 성에 무지한 어린아이에게조차 일어나는 수면 중 발기현상은 보통 하룻밤에 3∼5회 정도 나타난다. 잠에서 깨어나기 바로 직전의 수면 중 발기가 조조발기(早朝勃起), 이른바 새벽발기라는 현상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최근의 ‘미시(Missy)족’들도 자신의 사내아이가 잠에 푹 빠져든 모습은 사랑스레 지켜보면서도, 그 아이의 고추가 성낸 모습(?)을 보고서는 망측하다 여기는 경우가 많다. 수면 중 발기현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수면은 안구진동현상(rapid eye movement: REM)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REM수면[動睡眠동수면]과 non-REM수면[靜睡眠정수면]으로 구분된다. REM수면과 non-REM수면은 교대로 반복하면서 전체 수면을 이룬다. 흔히 말하는 얕은 잠은 REM수면이며,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REM수면 상태에서 깨어난다. 수면 중 첫 안구진동현상은 잠들기 시작 약 70분 후에 나타나 5분여 지속되고, 이후 약 90분마다 반복돼 하룻밤 약 3∼5회 정도 나타난다. 한 번 나타날 때마다 15∼60분 정도 지속된다. 수면 중의 안구진동현상을 중요시하는 까닭은 잠자는 동안의 발기 가운데 80∼90%가 바로 안구진동현상이 나타나는 동안 일어나기 때문이다. 발기는 보통 20∼40분 정도 지속된다. 이런 수면 중 발기는 반드시 에로틱한 꿈을 꾼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여서 자기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일어난다.
아직까지 수면 중 발기의 정확한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신체의 건강상태를 반영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의학에서는 이를 발기부전 환자의 감별진단에 응용한다. 즉 수면 중 발기 유무를 검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발기부전 환자에게 적용한다. 심인성 발기부전은 자신의 의사가 개입될 수 없는 수면 중에 정상적인 발기가 나타나는 반면, 신체적 이상으로 인한 발기부전은 수면 중 발기가 일어나지 않거나 미약하다.
수면 중 발기현상을 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집에서도 가능한 손쉬운 방법은 우표검사이다. 우표검사는 10원 짜리(물론 100원 짜리 우표를 사용해도 된다^^) 우표 5장이 연결된 것을 취침 전 이완된 음경의 중간부분에 꼭 맞게 감아 겹치는 부분을 풀로 붙인 후,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우표의 파열 유무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파열되지 않았으면 수면 중 발기가 없었음을 뜻하고, 파열됐으면 발기가 있었음을 뜻한다. 물론 우표가 파열되었더라도 수면 중의 발기 정도가 성관계가 가능할 만큼 충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우표의 질이나 부착방법에 따른 문제점도 있는 등 정확한 평가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밀검사 전의 예비검사로서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설명하다 보니 발기부전의 진단 쪽으로 흘렀는데 다시 새벽발기로 되돌아오자. 어느 정도 이해했겠지만 속담(?)에서 언급된 새벽발기란 잠에서 깨어나기 바로 직전의 수면 중 발기다. 하룻밤 3∼5회 정도 나타나는 수면 중 발기 가운데 기상하기 직전의 마지막 안구진동시간과 일치했을 때 볼 수 있다. 따라서 잠에서 깬 시간이 마지막 안구진동시간과 딱 맞아 떨어졌을 때는 새벽발기를 관찰할 수 있지만, 이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새벽발기가 있었더라도 관찰이 불가능해 없었던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남자는 앞의 설명처럼 얕은 잠에 해당하는 REM수면 때 일어나므로 자신의 발기상황을 가늠할 수 있지만, 게으름을 피워 늦잠을 자거나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억지로 깨워서 일어나면 새벽발기를 관찰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은 새벽에 팬티가 텐트를 치는 것은 방광에 오줌이 가득 고였기 때문으로 생각하지만, 방광의 소변 충만이 수면 중 발기의 횟수나 발기력의 정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물론 발기할 때 방광이 충만됐다면 방광의 양쪽 주위로 주행하는 음경정맥의 배출로가 압박받아 차단효과가 발생하므로 음경의 강직도가 상승하지만, 방광이 소변으로 가득 찼다고 해서 새벽발기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찍이 한의학에서도 자시(子時: 밤 11시∼1시 사이)부터 묘시(卯時: 새벽 5시~7시)까지 외신(外腎: 음경)에 체내의 양기(陽氣)가 이르러 흥양(興陽: 발기)된다고 했다. 이런 음경의 발기현상은 천지(天地)간에 살아가는 인간이 대자연의 기(氣)와 상호 교감하는 현상이라 했다. 그래서 밤새도록 발기가 일어나지 않으면 천지와 상응하지 못한 것이니, 이에 따른 적절한 약물치료와 섭생(攝生)이 필요하다고 했다. 게으름을 피우고 늦잠을 자면서도 새벽발기가 없다고 타령하는 것은 넌센스다. 규칙적인 생활은 비단 새벽발기 뿐 아니라 전신건강에도 가장 좋은 방법이니, 새벽발기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우선 자신의 생활습관부터 돌이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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