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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선, 제 얼굴을 재봉틀로 박아버리는 아티스트

등록 2014.05.09 07:27:00수정 2016.12.28 12: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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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가 윤지선

【서울=뉴시스】사진가 윤지선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윤지선(39)의 작업은 독특하다. 자신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공업용 재봉틀로 박아버린다.

 깔끔하지도 않다. 말 그대로 ‘누더기 얼굴’이다. 작품을 대충 바라보면 괴기스럽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찬찬히 훑어보면 코믹함이 녹아들어 있다.

 윤씨가 재봉틀로 만든 누더기 얼굴을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 빌딩 1층 일우스페이스에 걸었다. 한진그룹 산하 일우재단의 제4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만한 작가’ 출판 부문 수상 기념전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재봉틀로 박아버린 다양한 모습의 얼굴이 관람객을 바라본다. 작품은 38점이다.

 ‘누더기 얼굴’ 시리즈는 2007년 시작했다. 자신의 얼굴 사진에 천을 덧대고 그 위에 수없이 반복하는 재봉작업이다. 그 속에서 빠끔히 내민 눈은 세상을 응시한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에는 침으로 사진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했다. “당시 너무 힘들어하다가 재봉틀을 보고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거칠고 자신이 제어할 수 없이 너덜너덜해진 구멍에 매료된 것이다.

【서울=뉴시스】윤지선 '누더기 얼굴(Rag face) #53' 154×169㎝, 사진에 바느질, 2013

【서울=뉴시스】윤지선 '누더기 얼굴(Rag face) #53' 154×169㎝, 사진에 바느질, 2013

 2003년 아일랜드 도서관에서 본 신문의 한 구석도 다시 떠올렸다. 이란의 어떤 사람이 인권 시위를 하면서 자신의 눈, 귀, 코, 입을 모두 꿰매는 사진이다. “듣기 싫은 소리 하면 ‘주둥이를 박아버려’라는 말도 있는 데 그런 곳에서 힌트를 얻어 작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처음 자신의 얼굴에 재봉질할 때 신 났다. 자연스럽게 ‘주변의 모든 사람의 얼굴을 다 박아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첫 전시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아이들은 무서워서 울고 어떤 사람들은 굉장히 불쾌하기도 했다. ‘이게 네 얼굴이어서 박았지, 남의 얼굴이면 박았겠느냐’는 비난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얼굴이 굉장히 신성시된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바보같이…. 이후 다른 사람 얼굴로 작업하는 것을 꺼렸다. 절차도 복잡하고 굳이 남의 얼굴로 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이다.”

 자주 사진을 찍다 보니 다양한 표정도 나온다. “되게 재밌다. 자연스럽게 연기도 들어간다”며 웃는다.

 재봉틀은 이 작업을 통해 처음 만졌다. 실이 엉키는 것은 다반사다. “가지런한 것에 대한 강박감이 별로 없다. 오히려 이게 좋다”며 신경 쓰지 않는다.

【서울=뉴시스】윤지선 '누더기 얼굴)Rag face) #32' 38.5×32㎝, 사진에 바느질, 2012

【서울=뉴시스】윤지선 '누더기 얼굴)Rag face) #32' 38.5×32㎝, 사진에 바느질, 2012

 작품도 예쁘거나 기괴하게 만들 생각은 없다.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하루 10~20시간은 작업에 매달린다.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끊기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밤을 새우기도 한다.

 일우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신수진 연세대 교수는 “윤지선의 재봉작업은 단순히 얼굴을 덮어씌우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가리기’보다는 ‘만들기’에 가까운 과정”이라며 “오랜 시간 공들이는 작업과정을 통해 주어진 얼굴이 아닌 자신만의 얼굴을 창조해낸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2일까지다. 02-753-650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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