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표주연의 직장탐구생활]사장님이 내 PC카톡 열어봤다고?

등록 2016.08.09 10:41:14수정 2016.12.28 17:29:0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카카오톡 PC버전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IT 회사에 다니는 김철호(32)씨는 최근 황당하고 불쾌한 일을 겪었습니다. 직원들이 퇴근한 뒤에 회사가 사무용 PC를 열어본 것입니다.

 사무용 PC에 설치한 카카오톡을 자동 로그인으로 설정해놓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담당 부장은 김씨가 동료들과 나눈 대화를 열어봤는데, 여기에는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만이나 뒷담화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결국 김 씨와 동료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제보를 받은 이야기입니다. 위 사례는 어느 중소업체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요즘은 업무에도 카카오톡 등 개인 메신저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회사가 이를 열람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회사나 직장상사가 업무로 쓰는 메일 또는 카카오톡 열람을 요구하거나 심하면 위의 사례처럼 무단으로 열어보는 일도 생기는 것입니다.  법적으로는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요.  

 먼저 근로기준법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조항이 없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훈 노무사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동시에 문의해봤습니다.

 정답을 먼저 이야기하면 회사가 직원에게 제공한 업무용 계정(메일)이라면 합리적인 이유에서는 열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핸드폰 기록도 업무용으로 회사가 제공했다면 통화기록을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합리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를들면 횡령 혐의를 받는 직원의 사무용 PC를 회사 감사팀에서 열람하거나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일을 들 수 있겠습니다. 회사가 계정을 부여한 메일이나 메신저, 사무용 PC의 파일, 사내 인트라넷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회사가 부여한 계정이 아니라 개인용 계정은 어떨까요. 요즘은 대부분 카카오톡에 부서별 단체카톡방이 있어 '개인용'이냐 아니냐의 구분이 모호할 것 같습니다.

 사무용 PC에 설치한 개인 카카오톡의 경우 업무에 관련된 내용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더라도 동의 없이 열람이 안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카카오톡은 업무용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개인적인 통신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위 사례처럼 무단으로 열어보거나 항상 열람을 요구한다면 이 역시 불법이 됩니다.

 그럼 개인 핸드폰은 어떻게 할까요. 경악할만한 일이지만 실제 어느 회사에서는 관리자가 직원을 세워놓고 모두 핸드폰을 꺼내게 했다는 제보도 있었습니다. 관리자가 직원들의 핸드폰을 하나하나 열어본 것입니다.

 개인 핸드폰은 열어볼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수사기관도 개인 카카오톡을 열어보려면 범죄 혐의가 있을 때 한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가능합니다. 업무를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이걸 회사가 열어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점차 통신이 발달하면서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 회사 업무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회사 업무가 곧 생활이 되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는 직원의 '개인정보'와 '비밀'에 관심을 두고는 합니다. 직원 사생활을 회사 업무의 연장으로 착각하는 것이죠.

 그런 회사가 있다면 "노(NO)"라 말해도 됩니다. 회사가 당신의 사생활까지 고용한 것은 아니니까요.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