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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석 감독 "우리 엄연한 현실, '강철비'가 사이렌 됐으면"

등록 2017.12.19 15: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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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석 감독 "우리 엄연한 현실, '강철비'가 사이렌 됐으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강철비'의 양우석(48) 감독은 "우리 영화가 사이렌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변호인'(1137만명)을 통해 받은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답하기 위해 새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외면하고 있지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면 관객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양 감독이 말하는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건 '남북 관계와 핵'이다. '강철비'는 아마도 남과 북을 포함해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의 외교·안보 현실은 물론, 제2의 한국전쟁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핵무기 충돌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첫 번째 영화일 것이다.

 북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뒤 부상당한 '북한 권력 1호'를 데리고 남하한 '엄철우'(정우성), 엄철우의 정보를 이용해 전쟁을 막으려는 남한 외교안보수석대행 '곽철우'(곽도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 논쟁적이다.

 대화를 통한 평화 통일을 이야기하면서도 남과 북이 핵무기를 똑같이 나눠갖고 힘의 균형을 맞춘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선동적이라고 비난하고, 어떤 이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양 감독은 "'강철비'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가 처한 엄정한 현실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는 것, 그런 태도야말로 가장 허무맹랑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양우석 감독 "우리 엄연한 현실, '강철비'가 사이렌 됐으면"


 그는 작정한 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냉전 체제에 관한 역사를 시작으로 핵 무기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발전하고 활용돼 왔는지, 핵을 가진 나라들이 이 강력한 힘을 제어해왔는지, 이러한 세계 정세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분단되고 또 어떤 위기에 처하게 됐는지,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전략 등을 공들여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가 이렇게 시간을 들여 각종 역사와 정보들을 언급한 건 '강철비'가 결코 공상만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오히려 철저한 고증을 거친 영화이며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들이 이 작품에 담겼다는 게 양 감독의 주장이었다.

 "바스통 바슐라르라고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철학자가 있어요. 그 분이 그랬습니다. 의사가 X-RAY나 CT촬영을 하는 건, 그게 비록 몇 시간 전 환자의 상태라 하더라도 환자의 몸에 대해 토론하고 어디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의사의 본분이라고요. 철학자의 역할도 한 시대를 놓고 그런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했죠. 전 이 영화가 우리나라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어떤 단면을 X-RAY나 CT촬영한 것과 비슷하다고 봐요. 이 사진을 놓고 상상해보는 거죠. 상상에는 힘 력(力)자를 붙이잖아요. 그것 자체가 힘이 있다는 거고,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는 "감히 말하자면, 이 영화의 핵전쟁 혹은 핵무장과 같은 이야기를 외면하고, 오히려 불온하다고 말하는 건 우리가 우리 근현대사를 여전히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우리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 감독의 이런 확신처럼 '강철비'는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영화다. 그 목표는 한 줄 대사로 집결한다. "분단 국가 국민들은 분단 자체보다는 분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에 의해 더 고통받는다."

 헤들리 불 교수가 했던 이 말은 곽철우와 엄철우의 입을 통해 똑같이 반복된다. 이런 연출 방식은 양 감독의 전작 '변호인'을 떠올리게 한다. '변호인'은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헌법 제1조 2항을 활용한 대사가 최종 목적지인 작품이었다. 단 두 편이지만, 메시지를 향해 쉬지 않고 전진하는 뚝심이 양우석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이다.

양우석 감독 "우리 엄연한 현실, '강철비'가 사이렌 됐으면"


 "'변호인' 때도 그렇고, '강철비'도 그렇습니다. 제가, 또는 제 영화가 어떤 한 지점을 향해 가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 두 개 대사 모두 해당 영화의 북극성 같은 것이었겠지요. 제가 영화를 만들어가면서 그 말들을 바라보고 가는 거니까요. 그게 제 스타일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들이 절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봐요. 아직 저에게 특정 스타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전 종잡을 수 없는 타입이죠."

 양 감독 자신은 부인했지만, 그의 타협 없는 연출 스타일은 무차별적인 비난을 불러온 것도 사실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그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남북 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내용을 영화에 담았다는 이유로 그에게는 '빨갱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따라다닌다. 그는 "괜찮다. 아무 상관 없다. 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제가 원하는 건 현실을 보는 겁니다. 현실을 자꾸 외면하고 싶은데, 뜬금 없는 놈이 갑자기 튀어나와 이런 저런 소리를 하니까 듣기 싫은 것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남북 관계와 북핵에 대한 담론이 하루빨리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바라는 건 그거 하납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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